할머니의 손맛이 깃든, 홍천 길매식당에서 맛보는 잣두부의 향수! 동홍천 맛집 기행

새벽녘, 짙은 안개를 뚫고 서울을 출발해 강원도 동해안으로 향했다. 푸른 바다와 시원한 파도 소리를 가슴에 담고 돌아오는 길, 꼬르륵거리는 배꼽시계가 목적지를 알려왔다. 동홍천IC 근처, 3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길매식당이 바로 그곳이었다.

식당 이름은 이제는 할머니가 되신 사장님의 존함에서 따왔다고 한다. 1990년부터 이 자리를 지켜왔다니, 그 세월만큼이나 깊은 맛이 느껴질 것 같아 설레는 마음으로 차에서 내렸다.

식당 앞에는 작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니 이미 만차였다. 다행히 길가에 주차할 공간이 있어 어렵지 않게 주차할 수 있었다.

길매식당 외관
정겹고 소박한 외관의 길매식당. 푸르른 나무들과 옹기들이 놓여 있어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방문한 듯한 따뜻함이 느껴진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니, 테이블이 놓인 아늑한 공간이 펼쳐졌다. 11시 반쯤 도착했는데도 이미 많은 손님들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빈 테이블이 몇 개 남지 않아 서둘러 자리를 잡았다. 곧이어 12시가 넘어가자 대기가 생길 정도였다. 역시 홍천 맛집은 달라도 뭔가 다르다.

메뉴판을 보니 두부구이, 두부전골, 막국수 등 다양한 메뉴가 눈에 띄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잣두부구이백반과 잣두부전골이었다. 예전에 이 근처에서 고등어두부구이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떠올라, 홍천은 두부 요리가 맛있다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두부구이백반과 두부전골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뜨끈한 국물이 당겨 잣두부전골 2인분을 주문했다. 참고로 전골, 순두부, 두부구이 정식은 모두 2인분부터 주문이 가능하고, 두부구이 단품만 따로 주문할 수 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갈한 밑반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황태구이를 중심으로 잘 삭힌 취나물, 오이지, 호박볶음, 고사리 볶음, 백김치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마치 한정식집에 온 듯한 푸짐한 상차림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푸짐한 밑반찬
길매식당의 자랑,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밑반찬들. 황태구이를 중심으로 다양한 나물 반찬과 김치가 입맛을 돋운다.

특히 황태구이는 양념이 어찌나 맛있는지,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나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계속 먹게 되는 마성의 맛이었다. 코다리 무침 또한 다른 곳에서는 메인 메뉴로 손색없을 만큼 훌륭했지만, 이곳에서는 반찬의 일부로 무심하게 놓여 있었다. 하지만 그 맛은 결코 무심하지 않았다. 두부구이와 양념을 비벼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밑반찬에 감탄하고 있을 때, 드디어 잣두부전골이 등장했다. 맑은 육수에 두부, 버섯, 채소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고, 그 위에 잣이 듬뿍 뿌려져 있었다. 육수가 맑아서 조금 심심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끓일수록 깊고 진한 맛이 우러나왔다.

잣두부전골
맑은 육수에 잣이 듬뿍 뿌려진 잣두부전골. 끓일수록 깊고 진한 맛이 우러나와 밥도둑이 따로 없다.

전골이 끓기 시작하자, 은은한 들기름 향과 고소한 잣 향이 코를 자극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깔끔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이 느껴졌다. 새우젓을 사용했는지, 국물 맛이 시원하고 칼칼했다. 두부는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했다. 특히 중간중간 씹히는 잣의 고소함이 일품이었다.

두부전골을 먹으면서, 문득 두부구이 맛도 궁금해졌다. 옆 테이블에서 두부구이를 굽는 모습이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넓은 무쇠 후라이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두부를 굽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볼거리였다. 다음에는 꼭 두부구이백반을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두부구이
넓은 무쇠 후라이팬에 들기름을 두르고 구워 먹는 두부구이.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뜨겁게 구워진 두부의 풍미가 일품이다.

길매식당의 또 다른 매력은, 친절한 사장님과 직원분들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남자 사장님과 할머니 사장님은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따뜻한 미소와 친절한 말씨로 대해주셨다. 마치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와 할머니 댁에서 따뜻한 밥상을 받는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갔는데, 사장님께서 “어디에서 오셨어요?”라고 물으셨다. 서울에서 왔다고 말씀드리니, “멀리서 오셨는데 맛있게 드셨는지 모르겠네요.”라며 환하게 웃으셨다. 그 미소에, 맛있는 음식 덕분에 이미 행복했던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길매식당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랑을 함께 나누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비결은, 바로 이러한 따뜻한 마음이 아닐까.

정갈한 밑반찬 클로즈업
정갈하게 담긴 밑반찬들은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다. 특히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황태구이는 밥도둑으로 손색이 없다.

동홍천IC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다면, 꼭 한 번 길매식당에 들러보시길 추천한다. 들기름에 지져 먹는 고소한 두부구이, 깊은 맛의 잣두부전골, 그리고 정갈한 밑반찬들이 잊지 못할 강원도의 맛을 선사할 것이다.

참고로 길매식당은 매주 화요일에 정기 휴무이며, 오후 6시에 주문을 마감한다. 또한, 2인 이상 주문해야 맛깔난 밑반찬을 맛볼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잣두부구이와 전골 한상차림
두부구이와 전골을 함께 주문하면 더욱 푸짐하고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다.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펼쳐지는 푸른 산과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길매식당에서의 따뜻한 기억을 되새겼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엑셀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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