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한 기억 저편, 잊고 지냈던 고향의 맛을 찾아 떠나는 길. 늦가을을 재촉하는 가을비가 촉촉이 내리는 날, 충북 옥천으로 향했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어죽의 구수한 냄새가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따뜻한 기억을 따라, 옥천에서도 유독 ‘찐’하다는 생선국수 집을 찾아 나섰다. 목적지는 옥천군 청산면에 자리 잡은, 이름마저 정겨운 “찐한식당”이었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좁은 길을 따라 굽이굽이 들어가니,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낮은 돌담, 낡은 간판, 그리고 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는 어르신들. 마치 오래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정겨운 모습이었다. 드디어 찐한식당이 눈에 들어왔다.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식당 안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벽에는 백종원 3대 천왕, 맛있는 녀석들 등 방송 출연 사진들이 빼곡하게 붙어있어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훑었다. 메뉴는 단출했다. 생선국수와 도리뱅뱅, 그리고 생선튀김. 고민할 것도 없이 생선국수 곱빼기와 도리뱅뱅이 작은 사이즈를 주문했다. 잠시 후, 밑반찬이 먼저 나왔다. 잘 익은 배추김치, 콩나물무침, 그리고 풋고추. 소박하지만 정갈한 시골 밥상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특히, 직접 담근 듯한 김치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일 정도로 맛있어 보였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도리뱅뱅이였다. 둥근 철판 위에 뱅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는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고추장 양념을 발라 구워낸 도리뱅뱅이 위에는 깻잎과 고추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모습이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젓가락을 들어 조심스럽게 뱅어 한 마리를 집어 입에 넣었다. 바삭하게 튀겨진 뱅어의 고소함과 매콤달콤한 양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깻잎의 향긋함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도리뱅뱅이를 몇 점 집어 먹으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생선국수가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소면과 애호박, 김 가루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코를 찌르는 구수한 냄새에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진하고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된장 베이스의 국물은 전혀 비리지 않고, 오히려 담백하고 깔끔했다. 면발은 어찌나 쫄깃하던지. 후루룩, 후루룩 소리를 내며 정신없이 면을 흡입했다.

생선국수 안에는 잘게 부서진 생선 살이 듬뿍 들어있었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왔다. 혹시나 비린 맛이 날까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깊고 풍부한 감칠맛이 느껴졌다. 어탕국수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테이블 한 켠에는 다진 청양고추가 준비되어 있었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나는 망설임 없이 청양고추를 듬뿍 넣어 국물에 풀어주었다. 칼칼한 매운맛이 더해지니,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이열치열, 뜨거운 국물과 매운맛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면을 어느 정도 먹고 난 후에는 밥을 말아 먹었다. 뽀얀 쌀밥이 붉은 국물에 스며들면서 더욱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자랑했다. 밥알 사이사이로 국물이 스며들어,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니, 비로소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함께 주문했던 도리뱅뱅이도 잊지 않고 곁들여 먹었다. 생선국수의 칼칼한 국물과 도리뱅뱅이의 고소함이 어우러지니, 최고의 조합이었다. 특히, 김치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었다. 아삭한 김치의 식감과 시원한 맛이 느끼함을 잡아주어, 끊임없이 젓가락이 움직였다. 애기 입맛인 사람도 김치와 함께라면 충분히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식사를 하는 동안, 끊임없이 손님들이 들어왔다. 주말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대기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식당 내부는 테이블 간 간격이 좁고 다소 어수선했지만, 그 또한 정겨운 시골 식당의 매력이라고 생각했다. 벽에 붙어있는 낙서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많은 사람들이 찐한식당에서 추억을 만들고 간 듯했다. 테이블과 바닥이 다소 끈적거리는 등 위생적인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맛 하나는 정말 최고였다.

배불리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촉촉하게 젖은 땅과 풀 내음이 더욱 짙게 느껴졌다. 찐한식당 바로 옆에는 넓은 공영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주차하기도 편리했다. 굳이 차를 가져오지 않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방문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 찐한식당에서 맛본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이 자꾸만 떠올랐다. 진한 국물과 바삭한 식감,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한 끼 식사였다. 민물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충분히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확신한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때는 생선튀김도 함께 주문해서 푸짐하게 즐겨봐야겠다.

찐한식당은 태안으로 가는 길에 들르기에도 좋은 위치에 있다. 앞으로 종종 옥천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잊지 않고 들러야 할 맛집 리스트에 추가해야겠다. 옥천에서 맛보는 특별한 별미, 생선국수와 도리뱅뱅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 찐한식당에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옥천 지역을 여행할 계획이라면, 찐한식당에서 진정한 향토 음식의 맛을 느껴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