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엄마 손 잡고 시장 구경하던 날이면 묘하게 들뜨는 기분이 있었다. 왁자지껄한 사람들 소리, 좌판에 펼쳐진 형형색색의 물건들, 코를 간지럽히는 맛있는 냄새까지. 그 모든 것이 섞여 만들어내는 활기찬 에너지가 나를 설레게 했다. 오늘, 부산 사상에서 쭈꾸미 맛집으로 소문난 ‘윤상옥 쭈꾸미’를 찾아 나선 발걸음이 마치 그 시절 시장으로 향하던 어린아이처럼 가볍다. 잊고 지냈던 추억 속의 맛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일까.
약속 장소인 사상역에서 내려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윤상옥 쭈꾸미’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간판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움을 안겨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대로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마치 활기 넘치는 시장통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테이블마다 놓인 불판 위에서는 쭈꾸미가 맛있게 익어가는 소리가 침샘을 자극하고, 매콤한 향기가 코끝을 맴돌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쭈꾸미와 쭈삼(쭈꾸미 삼겹살)이 주 메뉴인 듯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쭈꾸미와 삼겹살의 조합은 실패할 수 없다는 생각에 쭈삼을 주문했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보통맛’으로 선택했지만, 이곳의 보통맛은 다른 곳보다 조금 더 맵다는 정보를 입수했기에 살짝 긴장되기도 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쭈삼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쭈꾸미와 삼겹살이 먹음직스럽게 담겨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쭈꾸미와 삼겹살 주변을 가득 채운 콩나물과 길게 썰린 대파였다. 쭈꾸미의 매콤한 향과 삼겹살의 고소한 향이 어우러져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이미지에서 보이는 쭈꾸미의 윤기와 삼겹살의 마블링은 신선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불판이 달궈지기 시작하자, 쭈꾸미와 삼겹살은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맛있게 익어갔다. 붉은 양념이 끓어오르면서 매콤한 향기가 더욱 강렬해졌다. 콩나물과 대파에서도 수분이 나오면서 불판 위는 순식간에 촉촉해졌다. 나는 젓가락을 들고 쭈꾸미와 삼겹살을 골고루 섞어주면서 익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쭈꾸미가 먹기 좋게 익었다. 쭈꾸미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쫄깃한 식감과 함께 매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보통맛’이라고는 하지만, 매운맛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꽤나 강렬하게 느껴지는 매운맛이었다. 하지만 묘하게 끌리는 매운맛 덕분에 젓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다. 삼겹살 역시 쭈꾸미 양념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자랑했다.

매운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깻잎에 쭈꾸미, 쌈무, 천사채, 마요네즈를 듬뿍 넣어 쌈을 싸 먹었다. 깻잎의 향긋함, 쌈무의 아삭함, 천사채의 꼬들꼬들함, 마요네즈의 고소함이 매운 쭈꾸미와 어우러져 환상의 조합을 만들어냈다. 특히 마요네즈는 매운맛을 부드럽게 감싸주면서 풍미를 더해주는 역할을 했다. 쌈을 한 입 가득 넣고 오물오물 씹으니, 어릴 적 엄마가 싸주던 쌈밥이 떠오르면서 뭉클해졌다.
함께 제공되는 계란찜도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화산처럼 부풀어 오른 계란찜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부드러운 계란찜 한 입을 떠먹으니, 매운맛으로 얼얼해진 입안이 부드럽게 진정되는 느낌이었다. 몽글몽글한 질감과 은은한 계란의 풍미가 쭈꾸미의 매운맛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어느 정도 쭈꾸미를 먹고 난 후, 볶음밥을 주문했다. 이곳에서는 볶음밥을 2인분부터 주문할 수 있지만, 쭈꾸미 양념에 볶아 먹는 볶음밥은 포기할 수 없었다. 볶음밥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볼거리였다. 직원분은 능숙한 솜씨로 쭈꾸미 양념에 밥과 김 가루, 각종 채소를 넣고 볶아주셨다. 불판 위에서 볶아지는 밥은 점점 붉은빛을 띠면서 먹음직스러운 모습으로 변해갔다.

드디어 볶음밥이 완성되었다. 숟가락으로 볶음밥을 크게 떠서 입에 넣으니, 톡톡 터지는 날치알의 식감과 함께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쭈꾸미 양념이 밥알 하나하나에 깊숙이 배어들어 ‘이것이 바로 볶음밥의 정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볶음밥을 먹는 동안, 어릴 적 엄마가 볶아주던 김치볶음밥이 떠올랐다. 엄마의 사랑이 담긴 따뜻한 볶음밥은 언제나 나에게 최고의 음식이었다.
정신없이 쭈꾸미와 볶음밥을 먹다 보니, 어느새 배가 불렀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마치 재미있는 영화가 끝난 후의 여운처럼, 쭈꾸미의 매콤한 맛과 볶음밥의 고소한 맛이 계속해서 입안을 맴돌았다. 나는 마지막 남은 볶음밥 한 숟가락까지 깨끗하게 비우고 나서야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계산을 하고 가게 문을 나섰다. 매콤한 쭈꾸미와 고소한 볶음밥 덕분에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었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맛 덕분에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윤상옥 쭈꾸미’는 단순한 맛집을 넘어, 나에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다음에 매운 음식이 생각날 때, 혹은 힘들고 지칠 때, 나는 망설임 없이 ‘윤상옥 쭈꾸미’를 다시 찾을 것이다. 그곳에서 매콤한 쭈꾸미와 고소한 볶음밥을 먹으면서,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다시 한번 떠올리고 싶다.
가게를 나서서 주변을 둘러보니, 사상 지역의 정겨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작은 가게들, 왁자지껄하게 이야기 나누는 사람들, 골목길을 가득 채운 맛있는 냄새까지. 사상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이었다. 나는 천천히 골목길을 걸으면서, 사상의 매력을 느껴보았다.
‘윤상옥 쭈꾸미’에서의 식사는 나에게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잊고 지냈던 추억을 되살리고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나는 어린 시절의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윤상옥 쭈꾸미’는 나에게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추억을 되새기며 위로받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 입안에 감도는 매콤한 쭈꾸미의 잔향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마치 어린 시절, 시장에서 맛보았던 떡볶이의 매콤달콤한 맛처럼 말이다. 윤상옥 쭈꾸미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오늘, 나는 사상 윤상옥 쭈꾸미에서 맛있는 쭈꾸미와 함께 소중한 추억 한 조각을 가슴에 품고 돌아간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함께 맛있는 쭈꾸미를 먹으면서,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그때는 오늘보다 더 행복하고 따뜻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부산 사상에서 만난 맛있는 쭈꾸미, 그리고 잊지 못할 추억. 윤상옥 쭈꾸미는 나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사상 최고의 맛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