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어머니가 해주시던 꼬막 요리가 어찌나 간절하게 떠오르던지. 입맛은 없고, 괜스레 울적한 기분까지 엄습해왔다. 이럴 땐 역시 맛있는 음식이 약이지. 퇴근 후, 묵직한 마음을 이끌고 안산으로 향했다. 오늘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곳은 바로 ‘남도연’. 꼬막 요리 전문점으로, 벌교 꼬막의 풍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소문난 곳이다. 왠지 모르게,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질 것 같은 예감에 마음이 설렜다.
안산 중앙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남도연. 2층에 자리 잡고 있어, 올려다보니 간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건물 외벽에는 ‘시카고 짬뽕’이라는 눈에 띄는 간판도 함께 붙어있어, 묘한 조합이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파란색 바탕에 흰 글씨로 쓰여진 “남도연” 간판은 정갈한 느낌을 주었고, 왠지 모르게 맛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 간 간격은 약간 좁게 느껴졌지만, 그만큼 손님들이 북적거리는 활기찬 분위기였다. 벽 한쪽에는 메뉴 사진과 설명이 담긴 커다란 메뉴판이 붙어 있었다. 꼬막 정식, 꼬막 비빔밥, 꼬막 무침 등 다양한 꼬막 요리들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점심 특선 메뉴도 눈에 띄었다. 오후 3시 이전에 방문하면 1인당 13,000원에 꼬막 정식을 즐길 수 있다는 문구가 나를 사로잡았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다시 한번 정독했다. 꼬막 정식을 먹을까, 꼬막 비빔밥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꼬막 정식 2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정갈하게 담긴 밑반찬들이 하나 둘씩 놓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초록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독특한 비주얼의 메생이전이었다. 얇게 부쳐진 전은 젓가락으로 찢으니 쫀득한 식감이 느껴졌다. 입에 넣으니 은은한 바다 향이 퍼지면서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했다.

탱글탱글한 묵은 쌉싸름한 맛과 함께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느낌이었다. 백색의 목이버섯 샐러드는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재미있었고, 새콤달콤한 맛이 잃어버린 입맛을 되돌려주는 듯했다. 이 외에도 샐러드, 잡채, 김치 등 다양한 밑반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하나하나 맛을 보니, 과하지 않은 간이 마음에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이 좋아지는데, 남도연의 밑반찬들은 딱 그런 맛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꼬막 요리가 등장했다. 커다란 접시에 푸짐하게 담긴 꼬막무침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꼬막 위에는 신선한 채소와 매콤한 양념장이 듬뿍 올려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꼬막과 채소를 함께 집어 입에 넣으니, 쫄깃한 꼬막의 식감과 아삭한 채소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은 꼬막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려 줬다.

특히 꼬막은 벌교에서 직접 공수해온다고 한다. 역시 꼬막은 벌교 꼬막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꼬막 특유의 쫄깃함과 신선함이 남달랐다. 꼬막을 먹으면서 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시던 꼬막 요리 맛이 떠올랐다. 그때는 꼬막 껍데기를 까는 게 귀찮아서 투덜거렸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도 다 추억이다.
꼬막무침과 함께 나온 따뜻한 밥에 꼬막과 양념을 넣고 쓱쓱 비벼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매콤한 양념이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밥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우고, 밥을 더 시켜서 비벼 먹었다. 정말이지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꼬막 정식에는 꼬막무침 외에도 꼬막전도 함께 나왔다. 얇게 부쳐진 꼬막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꼬막이 듬뿍 들어가 있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꼬막전은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밑반찬으로 나왔던 톳두부무침도 인상적이었다. 톳의 오독오독한 식감과 고소한 두부의 조합은 생각보다 훌륭했다. 톳은 건강에도 좋은 해조류라고 하니,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반찬들이 정갈하고 맛깔스러워서, 마치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을 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이 보였다. 아이들과 함께 꼬막 정식을 즐기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졌다. 혼자 온 손님들도 꽤 있었는데, 다들 맛있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맛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서 옆 테이블 손님들의 이야기가 잘 들린다는 것이다. 조용한 식사를 원한다면, 사람이 붐비는 시간을 피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워낙 맛있는 곳이라, 이런 단점쯤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벽면에 원산지 표시판이 붙어 있었다. 꼬막은 벌교산, 쌀은 국내산 등 대부분의 재료를 국내산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믿고 먹을 수 있는 식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도연에서 꼬막 정식을 먹으면서,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경험을 했다.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울 때, 혹은 푸짐한 한 상 차림을 즐기고 싶을 때, 남도연을 방문하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안산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도 분명 남도연의 꼬막 요리를 좋아하실 것 같다. 그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안산에서 만난 작은 행복, 남도연에서의 꼬막 한 상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핸드폰 사진첩을 열어 남도연에서 찍은 사진들을 다시 한번 감상했다. 꼬막무침의 붉은 양념, 메생이전의 초록빛, 그리고 정갈하게 담긴 밑반찬들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사진을 보고 있자니, 또다시 꼬막이 먹고 싶어졌다. 조만간 다시 한번 남도연을 방문해야겠다. 이번에는 꼬막 비빔밥에 도전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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