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나는 충주 여행,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넘어 있었다. 충주호의 푸른 물결을 뒤로하고, 미리 점찍어둔 한정식집으로 향했다. ‘명산정’,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깊은 산속 정기를 듬뿍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드디어 도착한 명산정은 기대 이상이었다. 웅장한 기와지붕과 푸른 나무들이 어우러진 고택의 모습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검은색 프레임에 투명한 지붕을 얹은 현관은 모던한 느낌을 더했고, 정갈하게 놓인 디딤돌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니,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공간이 펼쳐졌다. 앤티크한 나무 조형물과 은은한 조명이 만들어내는 아늑함은 낯선 곳에서도 편안함을 느끼게 했다. 마치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이랄까.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펼쳐보니, 역시나 ‘명산정식’이 가장 눈에 띄었다. 푸짐한 반찬 가짓수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소불고기와 더덕구이를 메인으로, 각종 나물과 구이, 찌개까지 한 상 가득 차려진다고 하니, 이 어찌 기대를 안 할 수 있을까. 잠시 고민하다 명산정식 2인분을 주문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다리가 휘어질 듯한 한 상 차림이 눈앞에 펼쳐졌다. 20가지가 넘는 반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형형색색의 나물들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었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소불고기는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역시 밥이었다. 콩이 듬뿍 들어간 잡곡밥은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것이, 보기만 해도 찰진 식감이 느껴졌다. 밥 한 숟갈을 입에 넣으니, 역시나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 고슬고슬하면서도 찰진 밥알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느낌은, 그 어떤 진수성찬보다 훌륭하게 느껴졌다.

된장찌개는 깊고 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묵은 된장으로 끓인 듯, 구수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두부와 애호박은 찌개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뜨끈한 찌개 국물을 밥에 쓱쓱 비벼 먹으니, 잃었던 입맛도 돌아오는 듯했다.

소불고기는 달콤 짭짤한 양념이 쏙 배어 있어, 밥반찬으로 제격이었다. 부드러운 소고기의 육질과 은은한 불향이 어우러져,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 고소한 깨가 듬뿍 뿌려져 있어, 먹을 때마다 풍미를 더했다.

가자미구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짭짤하게 간이 되어 있어, 밥 없이 그냥 먹어도 맛있었다. 뼈를 발라내고 살만 발라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이 황홀경을 선사했다.

반찬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가득 느껴졌다. 특히, 직접 캔 나물로 만든 반찬들은 신선함이 남달랐다. 쌉싸름한 맛이 입맛을 돋우는 것은 물론, 건강해지는 기분까지 들었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간은, 딱 집밥 스타일이었다.
식사를 마치니, 쑥버무리가 나왔다. 쑥 특유의 향긋한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것이, 텁텁한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느낌이었다. 쑥버무리를 먹고 나니, 어릴 적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쑥떡이 떠올랐다.
후식으로는 누룽지와 매실 주스가 제공되었다. 따뜻한 누룽지를 마시니, 속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진한 매실 주스는 소화를 돕는 것은 물론, 입안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명산정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푸짐한 인심이었다. 모든 메뉴는 원하는 만큼 리필이 가능하다고 했다. 특히, 더덕구이와 나물은 몇 번이고 다시 부탁드려,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밥 또한, 아이들과 함께 먹다 보니 한 그릇 더 추가하게 되었는데, 흔쾌히 가져다주셨다.
사장님과 직원분들의 친절함 또한 인상적이었다. 바쁜 시간대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정성을 다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덕분에 더욱 편안하고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보니, 결혼하지 않은 두 형제가 직접 주변 산에서 나물과 버섯 등을 채취하여 요리에 사용한다고 한다. 정성껏 직접 재료를 준비하는 모습에 더욱 믿음이 갔다.
명산정은 가족 모임이나 지인들과의 식사 장소로도 제격이다. 넓은 공간과 다양한 메뉴는 모든 사람들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충주 외곽에 위치하고 있어,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충주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명산정은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다. 푸근한 집밥 같은 한정식과 친절한 서비스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정갈한 반찬과 맛있는 밥, 그리고 따뜻한 인심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던 충주 지역의 숨은 맛집, 명산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