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는 내게 늘 설렘을 안겨주는 도시다. 푸른 바다와 싱싱한 해산물, 그리고 무엇보다 넉넉한 인심이 느껴지는 전라도 음식은 여행의 목적 그 자체가 되곤 한다. 이번 목포 여행의 목적지는 허영만 화백의 ‘백반기행’에 소개된 백수식당이었다. 45년 전통의 백반 요리 전문점이라는 간판이 더욱 기대감을 부풀렸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넓고 깔끔한 홀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마다 투명한 비닐 식탁보가 덮여 있는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이미 많은 어르신들이 식사를 즐기고 계셨는데, 역시 맛집은 어르신들이 먼저 알아본다는 속설이 떠올랐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니 역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백합죽이었다. 17,000원이라는 가격에 잠시 망설였지만, 목포까지 와서 안 먹어볼 수 없다는 생각에 주문했다. 잠시 후, 상다리가 휘어질 듯한 반찬들이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전라도 인심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쟁반 가득 담긴 반찬들은 그 종류만 해도 열 가지가 훌쩍 넘었다. 짭조름하게 간이 밴 꼬막, 매콤한 양념에 버무린 꼴뚜기 젓갈,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돼지족발,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갓김치까지,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특히 쿰쿰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묵은지는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마치 푸짐한 이모카세를 연상케 하는 풍성한 구성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백합죽이 나왔다. 뽀얀 자태를 뽐내는 죽 위에는 잘게 썰린 채소와 김 가루가 얹어져 있었다. 숟가락으로 휘저으니, 뽀얀 속살을 드러내는 백합이 모습을 드러냈다. 죽 한 그릇에 백합이 다섯 알밖에 들어있지 않다는 후기가 있어 내심 걱정했지만, 다행히 넉넉하게 들어있었다.

뜨끈한 백합죽 한 숟갈을 입에 넣으니, 은은한 백합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느껴지는 것이, 정말 지금까지 먹어본 죽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부드러운 죽의 질감과 쫄깃한 백합의 식감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먹는 내내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함께 나온 반찬들과 곁들여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풍성해졌다. 짭짤한 꼬막은 죽의 심심함을 달래주고, 매콤한 꼴뚜기 젓갈은 입맛을 돋우어 주었다. 특히 갓김치와 함께 먹으니, 특유의 톡 쏘는 맛이 백합죽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려 주었다.

백합죽을 먹는 동안, 식당 안은 끊임없이 손님들로 북적였다. 허영만 화백의 ‘백반기행’에 소개된 맛집답게, 많은 사람들이 백합죽을 맛보기 위해 찾아오는 듯했다. 맞은편에 위치한 한성식당은 전현무가 방문했다고 하는데, 젊은 손님들이 가득한 것과는 대조적인 풍경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식당의 서비스는 다소 아쉬웠다. 손님이 들어와도 반갑게 맞이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서빙도 건성건성하는 느낌이었다. 특히, 식당 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듯, 손님 응대가 다소 미흡해 보였다. 주문이 누락되거나, 음식이 늦게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는 듯했다. 족발은 미리 삶아 놓은 탓인지 차가워서 손이 잘 가지 않았다.
하지만 백합죽의 맛은 모든 아쉬움을 잊게 할 만큼 훌륭했다. 솔직히 서비스에 다소 실망했지만, 백합죽 맛 하나만 보고 다시 방문할 의사가 있을 정도다. 다음에는 백합을 더 넣어달라고 부탁드려봐야겠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45년 전통의 백수식당은 변함없는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식당 간판에는 ‘백반요리 전문점’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지만, 내 기억 속에는 ‘인생 백합죽 맛집’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

목포 맛집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백수식당에서 향긋한 백합죽 한 그릇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푸짐한 전라도 인심과 함께 잊지 못할 미식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물론, 서비스에 대한 기대는 조금 내려놓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정한 맛은 때로는 불편함 속에서 발견되는 법이니까.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목포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다음 목포 여행에서는 또 어떤 맛있는 음식을 만나게 될까 기대해본다. 어쩌면, 다시 백수식당에 들러 백합죽 한 그릇을 더 맛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전라도 목포의 따뜻한 인심과 맛있는 음식이 그리워지는 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