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한 한 상 차림, 용인 고기동에서 만나는 집밥같은 금잔디 한정식 맛집 기행

오랜만에 평일 연차를 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창밖을 보니, 하늘은 맑고 햇살은 따스했다. 이런 날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여유를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예전에 만화가 주호민 님이 유튜브에서 극찬했던 고기동의 한 식당이 떠올랐다. 이름하여 ‘고기리 금잔디’. 왠지 정감 가는 이름에 이끌려 곧장 차를 몰았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따라가니, 고기리 막국수 근처, 굽이굽이 한적한 길 안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주변은 온통 초록빛으로 가득했고, 멀리 보이는 산 능선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방문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간판이 보일 즈음, ‘고기리 금잔디’라고 적힌 작은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넓었지만 이미 차들로 가득 차 있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주차를 도와주시는 분은 따로 계시지 않아 조금 혼잡했지만, 운 좋게 빈자리를 찾아 주차할 수 있었다. 주차를 하고 보니, 황토로 마감된 외관과 촌스러운 듯 정겨운 간판이 눈에 띄었다. 묘하게 끌리는 분위기였다. 마치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찻집 같기도 했다.

황토로 지어진 고기리 금잔디의 외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듯한 황토 외관이 인상적이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예상대로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벽 한쪽에는 화이트보드에 대기자 명단이 적혀 있었다. 이름과 인원수를 적고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요즘 흔한 테이블링이나 캐치테이블 같은 원격 줄서기는 지원하지 않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기다리는 동안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한 30분쯤 기다렸을까,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안내받았다. 손님들의 연령대는 40대에서 60대 정도가 많아 보였다. 가족 단위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따뜻한 나무 소재로 꾸며진 실내는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메뉴는 단 두 가지, 순두부찌개와 된장찌개였다. 메뉴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음식에 자신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나는 얼큰한 순두부찌개 2인분을 주문했다. 3명이 방문하면 찌개 종류를 다르게 시킬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예: 순두부찌개 2인분 + 된장찌개 1인분)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푸짐한 한 상 차림이 눈 앞에 펼쳐졌다.

푸짐한 한 상 차림
정갈하고 푸짐한 한 상 차림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갓 지은 따뜻한 밥과 함께, 메인 요리인 순두부찌개가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뽀얀 순두부가 듬뿍 들어간 찌개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그리고 따뜻하게 구워진 동태전과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소불고기가 메인 반찬으로 나왔다. 이 외에도 취나물 무침, 멸치볶음, 오이무침, 애호박볶음, 감자조림 등 다채로운 밑반찬들이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마치 친구네 어머님이 차려주신 밥상처럼 푸근하고 정겨운 느낌이었다.

먼저 순두부찌개부터 맛을 보았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입안을 개운하게 해 주었다. 몽글몽글한 순두부는 입 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고, 신선한 재료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정말 15,000원이라는 가격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푸짐하고 훌륭한 맛이었다.

밑반찬들도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느껴졌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더덕구이였다. 마치 제육볶음과 비슷한 맛이 나면서도, 더덕 특유의 향긋함이 느껴지는 것이 정말 묘하고 맛있었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불고기는 밥과 함께 먹으니 꿀맛이었다. 동태전은 갓 구워져 따뜻했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취나물 무침은 향긋한 향이 살아있었고, 멸치볶음은 짜지 않고 고소했다. 오이무침은 아삭아삭한 식감이 좋았고, 애호박볶음은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웠다. 감자조림은 포슬포슬한 식감에 달콤 짭짤한 양념이 잘 배어 있었다.

고기리 금잔디의 더덕구이
제육볶음 맛이 나는 듯한 독특한 더덕구이

반찬들은 전체적으로 달짝지근한 편이었다. 어르신들의 입맛에 잘 맞을 것 같았다. 실제로 식당을 찾은 손님들 중에는 중장년층이 많아 보였다. 반찬은 작은 그릇에 담겨 나오는데, 얼마든지 리필이 가능했다. 불고기와 전은 추가 요금을 내면 리필할 수 있다고 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된장찌개에도 호박, 두부, 감자가 들어가는데, 반찬에도 비슷한 재료들이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워낙 모든 반찬들이 훌륭한 맛을 자랑했기에, 크게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식사를 하면서 창밖을 바라보니, 푸르른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창가 자리에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마치 자연 속에서 힐링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배는 든든하고 마음은 평온해졌다. 나오면서 보니, ‘매주 월요일은 휴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헛걸음하는 일이 없도록 미리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또한, 김치찌개는 겨울에만 판매한다고 한다. 김치찌개를 맛보고 싶다면 겨울을 기다려야 한다.

고기리 금잔디의 순두부찌개와 불고기
얼큰한 순두부찌개와 달콤한 불고기의 조화는 환상적이다.

고기리 금잔디는 마치 시골에서 정성껏 차려주는 듯한 따뜻한 집밥을 맛볼 수 있는 곳이었다. 화려하거나 특별한 메뉴는 없지만,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음식들은 지친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용인 고기동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고기리 금잔디에서 맛있는 한 끼 식사를 하며 여유를 만끽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떠나기 전, 식당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황토색 벽과 푸른 나무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다음에 또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고기리에서 만난 맛있는 맛집에서의 행복한 시간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고기리 금잔디 식당 전경
푸른 나무들과 황토색 건물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고기리 금잔디.

Author: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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