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버지의 손을 잡고 찾았던 오래된 맛집, 그 추억 속의 장소가 문득 떠오르는 날이었다. 세월이 흘러 그 맛은 어떻게 변했을까,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주말을 맞아 시간을 내어 서산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갔었던 어죽집이었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하고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굽이굽이 길을 따라 들어가니 저수지가 눈앞에 펼쳐졌고, 그 옆에 자리 잡은 오늘의 목적지인 어죽집이 보였다. 낡은 간판과 허름한 외관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듯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에 잠시 젖어 들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식당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주말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30분 정도 대기해야 한다는 말에 조금 망설였지만, 여기까지 온 이상 포기할 수 없었다. 기다리는 동안 저수지 주변을 잠시 거닐었다. 잔잔한 물결 위로 햇살이 부서지고,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소리가 정겹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걸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기다림 끝에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깔끔하게 리모델링된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의 허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밝고 쾌적한 분위기로 탈바꿈해 있었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고, 벽에는 메뉴 사진과 함께 식당의 역사를 보여주는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어죽과 미꾸라지 튀김을 주문했다. 잠시 후,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어죽과 기본 반찬들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붉은 빛깔의 어죽 위에는 곱게 간 깨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김가루와 부추가 보기 좋게 올려져 있었다. 깍두기, 동치미, 콩나물무침 등 소박한 반찬들은 어죽의 맛을 더욱 돋보이게 해줄 것 같았다. 이미지들을 살펴보면, 테이블마다 놓인 넉넉한 스테인리스 그릇들이 이 집의 푸짐한 인심을 보여주는 듯하다.

먼저 어죽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맛을 보았다. 진하고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어린 시절 먹었던 그 맛 그대로였다. 미꾸라지를 푹 고아 끓인 육수에 쌀과 면을 넣어 만든 어죽은, 텁텁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은은하게 느껴지는 매콤함은 신라면에 고춧가루를 살짝 뿌린 정도라고 할까.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정도였다. 뜨거운 어죽을 후후 불어가며 먹으니,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어죽 안에는 쫄깃한 면과 부드러운 밥알이 듬뿍 들어 있었다. 면은 너무 퍼지지도 않고, 덜 익지도 않은 딱 좋은 상태였다. 밥알은 국물과 어우러져 부드럽게 넘어갔다. 어죽에 들어간 채소들도 신선하고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았다. 특히, 향긋한 부추는 어죽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려 주었다.
이번에는 미꾸라지 튀김을 맛볼 차례였다. 갓 튀겨져 나온 미꾸라지 튀김은 노릇노릇한 색깔을 뽐내고 있었다. 튀김옷은 바삭바삭했고, 미꾸라지는 고소했다. 뼈째 튀겨져 나온 미꾸라지 튀김은 칼슘 섭취에도 좋을 것 같았다. 함께 나온 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미꾸라지 특유의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밑반찬들도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졌다. 푹 익은 깍두기는 시원하고 아삭아삭했고, 동치미는 새콤달콤했다. 특히, 콩나물무침은 매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어죽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반찬이 부족하면 셀프 코너에서 얼마든지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어죽을 먹는 동안, 끊임없이 손님들이 들어왔다. 가족 단위 손님들부터 연인, 친구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어죽을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시끄럽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좋았다. 다들 어죽의 맛에 만족하는 듯,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어죽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우고 나니,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마치 오랜 친구와 헤어지는 듯한 기분이랄까.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어릴 적 아버지와 함께 왔었는데, 여전히 맛이 변하지 않았네요.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답해주셨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맛으로 손님들을 맞이하겠습니다.”
식당을 나와 다시 저수지 주변을 거닐었다. 아까보다 햇살이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저수지 물결은 여전히 잔잔했고, 갈대들은 바람에 흔들리며 아름다운 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걸었던 이 길을 다시 걷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때는 어렸기에 몰랐던 아버지의 마음을 이제는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서산 맛집 어죽집에서 맛있는 어죽을 먹고, 저수지 주변을 산책하며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어죽의 맛은 물론, 푸근한 인심과 아름다운 풍경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던 곳이었다. 다음에 또 서산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다시 들러 어죽 한 그릇을 맛봐야겠다. 이번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함께 추억을 나누고 싶다.
리모델링을 통해 깔끔해진 식당 내부, 변함없는 맛, 그리고 저수지의 아름다운 풍경까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서산 지역명 숨은 보석 같은 곳, 이곳에서 어죽 한 그릇과 함께 시간을 여행하는 특별한 경험을 해보시길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