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겨울 초입, 따뜻한 국물과 푸짐한 밥상이 간절해졌다. 문득 떠오른 곳은 신포동의 오래된 불고기 백반집, ‘일미정’이었다. 텔레비전에서 흘러나오는 맛집 소개 프로그램들을 볼 때마다, 어머니는 늘 “저런 데는 진짜 맛있는 집일까?”라며 궁금해하셨다. 오늘은 어머니의 그 궁금증을 풀어드리고 싶었다.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신포동으로 향했다.
신포국제시장 근처에 자리 잡은 일미정은, 겉모습부터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붉은 벽돌 건물에 초록색 간판은 어딘가 정겨운 느낌을 풍겼다. 가게 앞에는 ‘불고기백반, 육개장, 삼계탕’이라고 쓰인 메뉴판이 붙어 있었다. 마치 어릴 적 동네 어귀에서 흔히 보던, 푸근한 인상의 식당 같았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도착했는데도, 1층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2층에는 자리가 남아있어 바로 올라갈 수 있었다.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가는 동안, 낡은 벽에 붙어있는 오래된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2층에 올라서니, 테이블 몇 개가 놓인 아담한 공간이 나타났다. 테이블은 손님들로 거의 다 차 있었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메뉴판을 보니 불고기백반, 육개장, 삼계탕 등 익숙한 이름들이 눈에 띄었다. 불고기 백반은 2인 이상 주문이 가능하다고 해서, 불고기백반 2인분과 육개장을 하나 주문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에 차려졌다. 김치, 오이무침, 콩나물무침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었다. 특히 오이무침은 아삭한 식감과 새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불고기백반이 나왔다. 얕은 불판에 얇게 썬 소불고기가 담겨 나왔고, 그 위에는 당면과 부추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불판이 달궈지면서, 달콤한 불고기 양념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불고기가 익어가는 동안, 된장찌개도 함께 나왔다. 작은 뚝배기에 담겨 나온 된장찌개는, 보기만 해도 구수하고 깊은 맛이 느껴졌다.
드디어 불고기가 다 익었다. 젓가락으로 불고기와 당면, 부추를 함께 집어 입에 넣으니,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특히 과즙을 사용했는지, 은은하게 느껴지는 새콤한 맛이 불고기의 풍미를 더했다. 얇게 썬 불고기는 질기지 않고 부드러웠으며, 당면은 쫄깃한 식감을 자랑했다.

불고기를 상추에 싸서 쌈장과 함께 먹으니, 또 다른 맛이 느껴졌다. 신선한 상추의 아삭함과 쌈장의 짭짤함이 불고기의 달콤함과 어우러져, 환상의 조합을 만들어냈다. 밥 위에 불고기를 올려 함께 먹으니, 밥 한 공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된장찌개도 맛보았다. 된장찌개는 깊고 구수한 맛이 일품이었다. 두부, 호박, 양파 등 다양한 채소가 듬뿍 들어있어, 씹는 재미도 있었다. 특히 된장찌개의 시원한 국물은, 불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함께 주문한 육개장도 맛보았다. 육개장은 얼큰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특징이었다. 큼지막하게 찢어 넣은 소고기와, 넉넉하게 들어간 파가 인상적이었다. 육개장 국물은 깊고 진했으며, 밥과 함께 먹으니 든든했다. 다만, 칼칼한 맛이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직원분들이 반찬이 부족하지 않은지 꼼꼼하게 챙겨주셨다. 오이무침이 특히 맛있어서 두 번이나 더 부탁드렸는데, 싫은 내색 없이 친절하게 가져다주셨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야쿠르트 두 개를 건네주셨다. 어릴 적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면, 흔히 받을 수 있었던 야쿠르트였다. 오랜만에 맛보는 야쿠르트는,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기분 좋은 선물이었다.
일미정은 화려하거나 세련된 분위기의 식당은 아니었다. 하지만 정갈한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무엇보다 어머니가 해주셨던 불고기 맛을 떠올리게 하는 따뜻함이 있는 곳이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게 내부가 좁고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옆 테이블 손님들의 이야기가 잘 들린다는 점이었다. 또한, 겨울철에는 난방이 잘 되지 않아, 문 근처에 앉은 손님들은 추위를 느낄 수도 있다는 점도 아쉬웠다. 어떤 손님은 추운 날씨에 육개장을 먹으며 몸을 녹이려 했지만, 가게 자체가 추워서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일미정은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불고기백반을 즐길 수 있으며, 다양한 밑반찬과 된장찌개도 함께 맛볼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었다. 특히 옛날 불고기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 줄 것이다.
일미정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신포동 거리는 활기를 잃어가고 있었지만, 내 마음은 따뜻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머니와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어릴 적 추억을 되새길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그 때는 육개장 말고 반계탕에도 한번 도전해봐야겠다.

총평
일미정은 인천 신포동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노포 맛집이다. 푸짐한 불고기백반과 다양한 밑반찬,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가 인상적인 곳이다. 텔레비전 방송에도 소개될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여전히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옛날 불고기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해 줄 것이다. 다만, 가게 내부가 좁고 테이블 간 간격이 좁다는 점, 겨울철에는 난방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주차는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아이와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추천 메뉴
* 불고기백반 (2인 이상 주문 가능)
* 육개장
* 반계탕
총점
* 맛: 4/5
* 가격: 5/5
* 분위기: 3/5
* 서비스: 4/5
* 재방문 의사: 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