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으로 향하는 길, 창밖 풍경은 어느새 낯선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도착한 곳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골목 어귀. 오늘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곳은 바로 이 골목 안에 숨겨진 맛집, ‘유랑식당’이었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군산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이곳은, 화려한 간판 대신 소박한 멋으로 나를 맞이했다. 왠지 모를 기대감과 함께, 나는 식당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테이블 사이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이곳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다행히, 마지막 남은 테이블 하나를 차지할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훑어봤다. 복어찜, 아구탕, 간장게장… 고민 끝에, 나는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반지회덮밥’과 겨울에 특히 맛있다는 ‘복탕’을 주문했다. 메뉴판 한 켠에는 ‘1인분 식사는 안 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혼자 여행 온 나에게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맛있는 음식을 맛볼 생각에 금세 잊혀졌다. 메뉴판에는 복분자와 매취순 같은 술도 판매하고 있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 위로 정갈한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놓이기 시작했다. 젓갈, 김치, 조기구이, 갈치조림… 마치 전라도 백반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푸짐한 상차림에 입이 떡 벌어졌다. 특히,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조기구이는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젓갈은 어찌나 맛깔스러운지,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반지회덮밥이 나왔다. 붉은 양념에 버무려진 반지회와 신선한 채소가 듬뿍 담긴 덮밥은, 보기만 해도 입맛을 자극했다. 반지회는 밴댕이의 다른 이름이라고 한다. 젓가락으로 살살 비벼 한 입 맛보니, 밴댕이 특유의 고소함과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냈다. 특히, 억세거나 뻣뻣한 가시 없이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밥과 회무침이 따로 나와, 취향에 맞게 간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이어서 나온 복탕은, 뽀얀 국물과 듬뿍 들어간 미나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온몸을 감싸는 듯했다. 복어 특유의 담백함과 미나리의 향긋함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행복이 퍼져나갔다. 특히, 겨울에 먹으니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사실, 나는 젓갈을 그다지 즐겨 먹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유랑식당의 젓갈은 달랐다. 짜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이 살아있는 젓갈은, 밥 위에 올려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특히, 낙지젓은 내가 태어나서 먹어본 젓갈 중에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짭짤하면서도 톡톡 터지는 낙지의 식감이, 입안을 즐겁게 했다.
반지회덮밥과 복탕, 그리고 푸짐한 밑반찬들까지. 유랑식당에서의 식사는, 그야말로 완벽한 한 끼였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군산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음식 하나하나에 담긴 정성과 맛은,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문을 나서는 순간, 나는 이미 다음 방문을 기약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아구탕을 먹어본 다른 방문객의 후기를 들어보면 조미료와 후추 맛이 강해서 아구 본연의 맛을 느끼기 어려웠다고 한다. 탕 종류의 가격이 다른 메뉴에 비해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또한, 몇몇 방문객들은 서비스가 불친절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워낙 바쁜 시간대라 직원들이 친절하게 응대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차는 식당 앞에 5대 정도 가능하다. 브레이크 타임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라고 하니, 방문 전에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유랑식당은 군산항 근처, 허름한 골목길에 자리 잡고 있다. 겉모습은 오래된 음식점의 모습이지만, 그 안에는 변치 않는 맛과 푸짐한 인심이 살아 숨 쉬고 있다. 현지인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이곳은, 군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맛집 중 하나다.
나는 유랑식당에서 맛본 반지회덮밥의 고소한 풍미와, 잊을 수 없는 젓갈의 맛을 기억하며 군산을 떠났다. 다음에 군산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해서 다른 메뉴들도 맛봐야겠다. 특히, 간장게장과 아구찜이 궁금하다. 그때는 꼭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와서 푸짐한 전라도 음식을 나누고 싶다. 군산에서의 특별한 미식 경험을 선물해 준 유랑식당에게,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