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슬슬 배꼽시계가 울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딜 가볼까, 행복한 고민에 빠져 스마트폰을 켰다. 평소 즐겨보는 맛집 커뮤니티에서 눈에 띄는 곳이 있었다. 연제구청 근처에 위치한 돼지국밥집, 이름하여 ‘애도솟는’ 이라니. 이름부터가 범상치 않다. 왠지 모르게 끌리는 마음에 곧장 발걸음을 옮겼다.
가게 문을 열자, 뜨끈한 국물 냄새가 코를 찔렀다. 평일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가게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테이블은 넉넉하게 배치되어 있었지만,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잠시 기다려야 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금방 자리가 나서 앉을 수 있었다. 오렌지색 등받이 의자가 놓인 나무 테이블에 앉으니,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메뉴판을 보니 돼지국밥, 순대국밥, 수육백반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첫 방문이니만큼, 가장 기본인 돼지국밥을 주문했다.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돼지국밥이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뚝배기 안에는 돼지고기가 푸짐하게 들어있었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뜨거운 김 때문에 렌즈가 뿌옇게 흐려진 카메라로 연신 사진을 찍어댔다.
국밥이 나오기 전, 테이블 위에는 이미 다양한 반찬들이 놓여 있었다. 뽀얀 빛깔의 깍두기, 먹음직스러운 겉절이 김치, 그리고 꼬들꼬들한 무말랭이까지. 특히 김치는 직접 담그시는 듯, 신선하고 깊은 맛이 느껴졌다. 국밥에 곁들여 먹기 딱 좋은 맛이었다.

본격적으로 국밥을 맛볼 차례. 먼저 국물부터 한 숟갈 떠먹어 보았다. 깊고 진한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돼지국밥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는 순간이었다.
국밥 안에는 살코기가 푸짐하게 들어있었다. 보통 돼지국밥에 들어가는 고기는 퍽퍽한 경우가 많은데, 이 집은 달랐다. 마치 족발에서 살만 발라낸 듯, 부드러운 식감이 정말 좋았다. 비계가 과하지 않아 느끼함도 덜했고, 살코기만 좋아하는 내 입맛에 딱 맞았다.

국밥을 먹는 중간중간, 겉절이 김치와 무말랭이를 곁들여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특히 겉절이 김치는 아삭아삭한 식감과 매콤한 양념이 국밥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환상의 조합을 자랑했다.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였다.
테이블 한쪽에는 정구지(부추)가 놓여 있었다. 부산에서는 국밥에 정구지를 넣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싱싱한 정구지를 듬뿍 넣어 국밥을 휘저으니, 향긋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정구지의 알싸한 맛이 국밥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 주었다.
국밥을 어느 정도 먹고 나니, 묘한 점을 발견했다. 처음 먹을 때보다 국물이 더 맛있어진 것 같았다. 뚝배기 안에서 육수와 양념이 어우러지면서 더욱 깊은 맛을 내는 듯했다. 마치 잘 끓인 찌개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맛있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돼지국밥과 함께 이 집의 인기 메뉴는 수육이라고 한다. 다음에는 꼭 수육을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수육과 무말랭이의 조합이 환상적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수육정식을 시키면 수육과 함께 국밥도 조금 나온다고 하니, 여러 명이서 방문해 다양한 메뉴를 즐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느새 뚝배기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싹 비웠다. 정말 든든하고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하는데, 벽에 붙은 메뉴판이 눈에 들어왔다. 돼지국밥 외에도 순대국밥, 섞어국밥 등 다양한 국밥 메뉴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돼지갈비찜, 족보수육 등 술안주로 제격인 메뉴들도 준비되어 있었다. 다음에는 저녁에 방문해서 술 한잔 기울이며 다양한 음식을 맛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데, 입구에 마련된 셀프바가 눈에 띄었다. 셀프바에는 소면 사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국밥에 소면을 넣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일 것이다. 김치 역시 셀프바에서 자유롭게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인심 좋은 사장님의 후한 인심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아쉬운 점이 딱 하나 있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 직원의 응대가 다소 아쉬웠다. 바쁜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친절함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주문을 받거나 음식을 가져다줄 때, 퉁명스러운 말투와 무표정한 얼굴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국밥 맛 하나는 정말 훌륭했기에, 다음에도 방문할 의향은 있다. 다음에는 좀 더 친절한 서비스를 기대해본다.
전체적으로 ‘애도솟는’은 훌륭한 돼지국밥 맛집이었다. 깊고 진한 육수, 푸짐하고 부드러운 고기, 그리고 다채로운 반찬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만족스러웠다. 특히 돼지 특유의 잡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돼지국밥을 즐겨 먹지 않는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연제구청 근처에서 맛있는 부산 돼지국밥 맛집을 찾는다면, ‘애도솟는’을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에는 꼭 수육을 먹어봐야지.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가게를 나섰다. 따뜻한 국물 덕분에 몸도 마음도 훈훈해지는 기분이었다. 역시 추운 날씨에는 뜨끈한 국밥 한 그릇이 최고다. 연제구 맛집 ‘애도솟는’ 에서 맛본 돼지국밥 한 그릇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