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나온 전라남도 곡성. 섬진강의 맑은 물줄기를 따라 흐르는 풍경은 언제나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곡성역에서 내려 기차마을을 잠시 둘러본 후,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으로 향했다. 시장 입구에 서니, 어릴 적 할머니 손을 잡고 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시장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와 정겨운 풍경은 여전했지만, 왠지 모르게 조금은 달라진 듯한 느낌도 들었다.
원래는 시장 명물이라는 순대국밥을 먹을 생각이었다. 뜨끈한 국물로 속을 든든하게 채우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에어컨이 없는 가게들이 대부분이었다. 땀 흘리며 먹을 자신이 없었던 나는 발길을 돌려 다른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 바로 ‘청이’였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벽면 가득 붙어있는 옛날 만화 캐릭터 포스터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캔디, 달려라 하니, 슬램덩크 등 어린 시절 TV 앞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추억의 만화 주인공들이었다.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에 잠시 멍하니 벽을 바라봤다.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인테리어 덕분에, 음식을 기다리는 시간마저 지루하지 않았다.

메뉴판을 보니 돈가스와 잔치국수가 주력 메뉴인 듯했다. 5살 딸아이와 함께 온 나는 양파돈가스와 잔치국수를 주문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음식이 나왔다. 돈가스는 생각보다 훨씬 푸짐한 양에 놀랐다. 큼지막한 돈가스 두 덩이와 함께 밥, 샐러드, 마카로니 샐러드가 한 접시에 담겨 나왔다.

양파돈가스는 얇게 썰린 양파가 돈가스 위에 듬뿍 올려져 있었고, 그 위에는 달콤한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튀김옷은 바삭했고, 고기는 촉촉해 보였다. 한 입 베어 무니, 양파의 아삭함과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돈가스의 느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깔끔하고 개운한 맛이 일품이었다. 5살 딸아이도 맛있다며 연신 돈가스를 집어 먹었다. 아이들은 보통 생양파를 잘 먹지 못하는데, 볶은 양파 메뉴가 추가되면 아이들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치국수 역시 양이 엄청났다. 곱게 말아진 소면 위로 김 가루와 애호박, 당근 등의 고명이 듬뿍 올려져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멸치 육수의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느껴졌다. 간도 적당했고, 면발도 쫄깃쫄깃했다. 솔직히 돈가스도 맛있었지만, 잔치국수 역시 훌륭했다. 솔직히 말하면, 양이 너무 많아서 반도 채 먹지 못하고 남겼다. 성인 두 명이 먹어도 충분할 정도의 양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이 보였다. 아이들과 함께 온 부모님들은 돈가스를, 어르신들은 잔치국수를 즐겨 드시는 것 같았다. 벽에 붙어있는 만화 캐릭터 포스터를 보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청이’는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을 하면서 사장님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답해주셨다. 친절한 사장님 덕분에 기분 좋게 가게를 나설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곡성 ‘청이’의 돈가스는 엄청나게 특별하거나 독창적인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푸짐한 양, 깔끔한 맛,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분위기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곳이었다. 특히 양파돈가스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메뉴였고,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테이블이 좌식 테이블이 많다는 점이다. 입식 테이블도 있지만, 몇 개 없어서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리고 돈가스 튀김옷이 조금 두껍고, 소스 맛이 강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붉게 물든 노을 아래,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의 풍경은 더욱 아름다웠다. ‘청이’에서 맛있는 돈가스를 먹고, 시장 구경도 하고, 어린 시절 추억도 떠올리니,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곡성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청이’에 들러 양파돈가스를 먹어야겠다.

돌아오는 길, 나는 ‘청이’에서의 경험을 곱씹으며 생각에 잠겼다. 맛있는 음식, 정겨운 분위기, 친절한 사람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청이’를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것 같았다. 곡성 맛집 ‘청이’는 단순한 식당이 아닌, 추억과 행복을 선물하는 곳이었다. 혹시 곡성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총평:
* 맛: ★★★★☆ (양파돈가스는 꼭 먹어봐야 함!)
* 양: ★★★★★ (양이 정말 푸짐함!)
* 가격: ★★★☆☆ (시골 물가 치고는 조금 비싼 편이지만, 양을 생각하면 괜찮음)
* 분위기: ★★★★☆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인테리어)
* 서비스: ★★★★★ (사장님과 직원분들이 모두 친절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