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이 유난히 예뻤던 날, 순창으로 향하는 차창 밖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목적지는 3대째 이어져 오는 전통 두부 전문점, 창림동 두부마을. 순창읍, 그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니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펼쳐졌다. 파란색으로 칠해진 담벼락과 그 위에 그려진 귀여운 두부 캐릭터 그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3대째 이어온 손맛이라는 문구가 적힌 간판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간판 옆에는 1982년도 새우깡 봉지가 붙어있어 더욱 정겨운 느낌을 더했다. 마치 오래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

가게 입구에는 낡은 포니 자동차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붉은색 차체는 빛이 바랬지만, 왠지 모르게 듬직하고 든든한 느낌이었다. 잠시 차 옆에 서서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사진을 찍었다. 이런 소소한 볼거리들이 이 집의 매력을 한층 더 끌어올리는 듯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아늑하고 정겨운 공간이 펼쳐졌다. 나무로 된 천장과 벽에는 오래된 시계와 흑백 사진들이 걸려 있었고, 빛바랜 벽지에는 손님들의 낙서가 가득했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평일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다행히 테이블은 여유가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순창 창림동 두부마을”이라고 쓰인 액자가 걸려 있었다. 나무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순두부, 황태순두부, 콩비지비빔밥, 모두부 등 다양한 두부 요리가 눈에 띄었다.
고민 끝에 황태순두부와 콩비지비빔밥을 주문했다. 잠시 후,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김치, 콩나물무침, 무생채 등 소박하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들이었다. 특히 김치는 청각이 들어가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슴슴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마치 엄마가 해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황태순두부가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와 고춧가루가 얹어져 있었다. 국물 한 숟갈을 떠서 맛보니, 맑으면서도 깊고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인위적인 조미료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황태와 콩 본연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듯했다. 순두부 자체는 간이 되어 있지 않아 담백했는데, 새우젓으로 간을 하니 감칠맛이 확 살아났다. 밥을 말아 먹으니 밥알의 단맛과 어우러져 정말 꿀맛이었다.

이어서 콩비지비빔밥이 나왔다. 콩비지, 콩나물, 무생채, 그리고 순창 고추장이 밥 위에 얹어져 있었다. 콩비지를 슥슥 비벼 한 입 맛보니, 처음에는 살짝 발효된 듯한 신맛이 느껴졌지만, 곧이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콩나물과 무생채의 아삭한 식감도 좋았고, 순창 고추장의 깊은 맛이 더해져 정말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자, 사장님께서 직접 담근 매실청을 내어주셨다. 새콤달콤한 매실청을 마시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듯했다. 사장님은 콩을 직접 농사지어 두부를 만들고, 반찬에 쓰이는 채소들도 직접 재배하신다고 했다.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손님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나가려는 나에게 사장님은 갓 만든 따끈한 비지를 한 봉지 건네주시며 계란 탁 넣어 전 부쳐 먹으면 맛있다고 말씀하셨다. 마치 시골 할머니가 손주에게 용돈을 쥐여주듯 따뜻한 정이 느껴졌다.

창림동 두부마을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따뜻한 고향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화려하고 세련된 맛은 아니지만, 정직하고 건강한 맛, 그리고 푸근한 인심이 그리운 사람들에게 이곳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순창 여행길에 꼭 한번 들러, 3대째 이어온 손맛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분명 잊지 못할 순창 맛집 경험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