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떠나는 길,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액셀을 밟았다. 오늘은 충북 진천, 그곳에서도 이월저수지 근처에 자리 잡은 한 오리고기 식당을 찾아가는 날이다. 백반기행에도 소개되었다는 그곳은 평범한 오리고기가 아닌, 특이하게 오리 목살을 전문으로 낸다고 했다.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드디어 식당 앞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나무 간판이었다. “SINCE 1974 할머니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마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노포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주차를 하고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테이블마다 놓인 놋쇠 화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숯불이 담긴 화로 위에서 오리 목살이 구워지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했다. 메뉴판을 살펴보니 오리목살 참숯구이 외에도 수미감자 오리목살짜글이, 흑미 오리탕 등 다양한 오리 요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고민 끝에 오리목살 참숯구이와 짜글이를 주문했다. 특히 찹쌀 동동주를 추천한다는 이야기에 함께 시켜보았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차려지기 시작했다. 겉절이 김치, 무생채, 나물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었다. 특히 들기름 향이 솔솔 풍기는 겉절이 김치는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주시던 그 맛을 떠올리게 했다. 곧이어 오늘의 주인공, 오리목살이 숯불 위에 올려졌다. 붉은빛을 띠는 오리목살은 돼지 갈매기살과 비슷한 모양새였다.

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오리목살을 바라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코를 간지럽혔지만, 그 냄새마저도 향긋하게 느껴졌다. 드디어 잘 익은 오리목살 한 점을 집어 들었다. 첫 입은 소금만 살짝 찍어 본연의 맛을 느껴보기로 했다. 쫄깃하면서도 담백한 식감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돼지고기나 닭고기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풍미였다.
이번에는 소금에 참기름을 더해 고소함을 더하고, 겉절이와 함께 먹으니 매콤함까지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이 집만의 특별한 보리쌀고추장에 찍어 먹는 오리목살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쌈 채소에 싸서 먹으니 신선함까지 더해져 끊임없이 입으로 들어갔다. 4살 아이도 맛있다고 계속 먹는다는 후기가 있을 정도였다.

오리목살 구이를 어느 정도 먹고 있을 때, 기다리고 기다리던 짜글이가 나왔다. 보통 짜글이라고 하면 국물이 자작한 찌개를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곳의 짜글이는 국물이 꽤 많은 편이었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지만, 끓일수록 국물이 점점 졸아들면서 진가를 발휘했다.

짜글이 안에는 오리 목살과 감자가 듬뿍 들어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감자가 푹 익어 포슬포슬한 식감을 자랑했는데, 짜글이 국물과 어우러져 환상의 조합을 이루었다. 밥을 시켜 짜글이와 함께 비벼 먹으니, 순식간에 밥 한 그릇이 뚝딱 비워졌다. 짜글이는 쫄일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왔는데, 희한하게도 짜지 않으면서 계속 당기는 맛이었다. 아마도 겉절이와 함께 나오는 보리고추장에 그 비밀이 숨어 있는 듯했다.
고기를 다 먹고 남은 짜글이 국물에 밥을 볶아 먹어도 정말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배가 너무 불러 볶음밥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밥을 시킬 때 함께 나오는 된장찌개가 눈에 띄었다. 시래기가 들어간 된장찌개는 구수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뒷맛이 살짝 시큼하면서 계속 당기는 맛이 묘한 매력을 자아냈다.

함께 주문했던 찹쌀 동동주도 빼놓을 수 없다. 뽀얀 빛깔을 뽐내는 동동주는 걸쭉하면서도 청량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이 집 동동주는 7번이나 걸러서 만든다고 하는데, 그 정성 덕분인지 정말 프리미엄 막걸리라고 칭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식당 내부는 소박했지만, 곳곳에서 오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벽에는 백반기행에 출연했던 장면을 비롯해 다양한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할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이었다. 사진 속 할머니는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서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장인의 굳건함이 느껴졌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숯불구이 특성상 연기가 많이 나는 편인데 환기시설이 조금 부족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 동안에는 그 정도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리모델링 계획이 있다고 하니, 다음 방문 때는 더욱 쾌적한 환경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젊은 사장님께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은 친절한 미소로 응대하며,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특히 오리 한 마리에서 나오는 목살의 양이 매우 적다는 설명에, 더욱 귀한 음식을 맛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천 이월저수지 맛집, 욕쟁이 할머니집에서의 식사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흔하게 접할 수 없는 오리 목살이라는 특별한 메뉴와 할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밑반찬,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비록 할머니는 이미 고인이 되셨지만, 그 손맛은 여전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천룡CC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 라운딩 후 방문하기에도 좋고, 가족 외식이나 데이트 코스로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이 음식점 한 곳 방문하기 위해 진천에 가도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그때는 흑미 오리탕도 함께 맛봐야겠다.
식당을 나서며, 이월저수지의 잔잔한 풍경을 눈에 담았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덕분에,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하루가 될 것 같다. 충북 진천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