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 댁 툇마루에 앉아 고구마순을 다듬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르는 가을날, 문득 잊고 지냈던 그 소박한 맛이 강렬하게 그리워졌다. 전주에는 특별한 감자탕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망설임 없이 차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바로, 고구마순 감자탕으로 명성이 자자한 “육일식당”이었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평일 저녁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지만, 다행히 테이블 회전이 빨라 오래 기다리지 않고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역시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원조 고구마순 감자탕’이었다. 둘이서 방문했기에 소(小)자를 주문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뽀얀 김을 뿜어내는 감자탕이 등장했다.

감자탕 냄비 안에는 큼지막한 돼지 등뼈와 함께, 오늘의 주인공인 고구마순이 산처럼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마치 고사리처럼 꼬불꼬불한 모양새의 고구마순은, 짙은 갈색을 띠며 감자탕 국물을 흠뻑 머금고 있었다. 그 위에는 신선한 대파가 쫑쫑 썰어져 올라가,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완성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어보니,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돼지 뼈에서 우러나온 진한 육수에 고추장의 매콤함이 더해져, 정말이지 밥 한 공기를 절로 부르는 맛이었다. 특히,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국물은 해장으로도 제격일 듯했다.
고구마순을 젓가락으로 집어 맛보니, 질기지 않고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고사리를 먹는 듯한 느낌도 들었지만, 특유의 향긋함이 감자탕 국물과 어우러져 더욱 깊은 풍미를 자아냈다. 보통 감자탕에는 시래기가 들어가는데, 이곳에서는 고구마순을 사용하여 차별화를 둔 점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돼지 등뼈에 붙은 살코기는 큼지막하고 튼실했다. 젓가락으로 살점을 발라내어 겨자 소스에 찍어 먹으니,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돼지 특유의 잡내도 전혀 느껴지지 않아,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함께 나온 밑반찬들도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깔스러웠다. 특히,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감자탕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양파 절임 또한 새콤달콤한 맛으로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이하게도, 이곳에서는 감자탕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을 수 있도록 소스를 제공한다. 처음에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막상 초고추장에 고기와 고구마순을 찍어 먹으니 새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의외로 잘 어울렸다.

감자탕을 어느 정도 먹고 난 후, 라면 사리를 추가했다. 남은 국물에 라면 사리를 넣어 끓여 먹으니, 얼큰한 국물이 면에 스며들어 더욱 꿀맛이었다. 꼬들꼬들한 면발과 아삭한 고구마순을 함께 먹으니, 정말이지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아쉽게도 볶음밥은 메뉴에 없었지만, 라면 사리로 충분히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에 돈가스도 하나 주문해 보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돈가스는, 깨끗한 기름에 튀겨낸 듯 느끼함 없이 깔끔한 맛이었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계산대 옆에는 커피 머신이 준비되어 있어, 식후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돋보였다. 커피 한 잔을 들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어둑한 밤이 내려앉아 있었다.
육일식당에서의 식사는, 오랜만에 맛보는 푸짐하고 따뜻한 한 끼였다. 고구마순 감자탕이라는 독특한 메뉴는 물론, 친절한 서비스와 넉넉한 인심까지 더해져 더욱 만족스러웠다. 전주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찾고 싶은 맛집이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몇몇 후기에서 언급된 것처럼, 뼈에 붙은 고기가 다소 퍽퍽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또한, 볶음밥이 메뉴에 없는 점은 감자탕 마니아로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육일식당의 고구마순 감자탕은 충분히 매력적인 음식이었다.
넓은 주차 공간은 물론, 아기의자와 놀이방까지 완비되어 있어 가족 단위 손님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다만, 바닥이 다소 미끄러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육일식당은 허름한 주택에서 시작하여 삼천동으로 이전한 후에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전주 맛집이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함없는 맛을 유지하며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전주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육일식당에서 특별한 고구마순 감자탕을 맛보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