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칼퇴근에 성공한 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늘 저녁은 며칠 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일산역 앞 ‘천하일면’이다. 퇴근 시간과 겹쳐 혹시나 웨이팅이 길까 걱정했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에 설렘이 더욱 컸다.
일산역에서 내려 몇 걸음 걷자, 노란색 간판에 큼지막하게 쓰인 ‘天下 一 麵’이라는 글자가 눈에 확 들어왔다. 간판 옆에는 2016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는 문구와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가게 앞에는 이미 몇몇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지만, 생각보다 길지 않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앞에 붙어 있는 메뉴판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고기국수, 얼큰 고기국수, 아부라소바, 매운 아부라소바… 고민 끝에, 얼큰한 국물이 땡기던 나는 얼큰 고기국수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곳에 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인 아부라소바도 포기할 수 없어, 매운 아부라소바까지 주문하기로 마음먹었다. 면의 양은 ‘중’으로 선택했다. ‘중’까지는 무료이고, ‘대’는 1,000원이 추가된다고 한다.
20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좁고 긴 다찌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14석 정도 되는 공간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활기찬 분위기와 함께, 맛있는 국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는 주방이 훤히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요리사분들이 분주하게 면을 삶고, 국물을 내고, 고명을 올리는 모습이 마치 공연을 보는 듯했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하면 된다. 메뉴는 한눈에 들어오는 폰트로 큼지막하게 적혀있었다. 나는 얼큰 고기국수와 매운 아부라소바를 주문하고, 고기를 추가했다. 고기 추가는 2,000원이다. 물과 반찬은 셀프 서비스다. 김치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겉절이처럼 신선하고 아삭한 맛이 일품이었다.
가게 안은 다소 더웠다. 에어컨이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지만,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어 열기가 쉽게 가시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에 더위쯤은 잊기로 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얼큰 고기국수가 나왔다. 뽀얀 국물 위에 숙주, 부드러운 고기, 그리고 다진 마늘이 듬뿍 올려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국물과 함께 한 입 맛보니, 진하고 깊은 국물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돼지 육수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깔끔하면서도 얼큰한 맛이 정말 좋았다. 특히, 듬뿍 들어간 마늘이 느끼함을 잡아주어 끝까지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면은 쫄깃하면서도 탱탱한 식감이었는데, 마치 칼국수 면발처럼 두툼해서 씹는 재미가 있었다. 고기는 겉은 쫄깃하면서도 속은 부드러웠다.
얼큰 고기국수를 정신없이 먹고 있을 때, 매운 아부라소바가 나왔다. 아부라소바는 일본식 비빔 라멘인데, 이곳에서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한 듯했다.

매운 아부라소바는 면 위에 잘게 썰린 고기, 숙주, 다진 마늘, 김 가루, 그리고 매콤한 양념장이 올려져 있었다. 나는 젓가락으로 면과 고명을 골고루 비벼서 한 입 맛보았다. 쫄깃한 면발과 매콤한 양념장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매운맛은 생각보다 강했지만, 맛있게 매운 맛이었다. 계속 먹다 보니 입술이 얼얼해졌지만, 멈출 수 없었다. 아삭한 숙주와 고소한 김 가루, 그리고 톡 쏘는 마늘의 풍미가 더해져 더욱 다채로운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두 메뉴 모두 양이 상당히 많았다. 면 ‘중’으로 시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남자라면 면을 ‘중’으로 시켜야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국물 한 방울, 면 한 가닥 남기지 않고 싹 비웠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면서, 사장님께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답해주셨다.
천하일면은 가격도 저렴하고 양도 푸짐해서 좋았지만, 무엇보다 맛이 훌륭했다. 특히, 마늘을 아낌없이 넣어 느끼함을 잡아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얼큰 고기국수는 추운 날씨에 뜨끈하게 속을 데워주는 최고의 메뉴였고, 매운 아부라소바는 매콤한 양념과 쫄깃한 면발의 조화가 훌륭했다.
다만, 가게가 좁고 테이블이 다찌 형식으로 되어 있어, 여러 명이 함께 방문하기에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혼밥이나 둘이서 방문하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리고 식사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다음에는 고기국수와 아부라소바를 먹어봐야겠다. 그리고 마늘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다음 방문 때는 마늘을 더 많이 넣어달라고 부탁해봐야겠다. 일산에서 맛있는 국수 맛집을 찾는다면, 천하일면을 강력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