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어머니와 함께 용인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어머니가 예전부터 극찬하시던 한 맛집. 도심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창밖으로 스치는 초록빛 풍경은 마치 어린 시절 외할머니 댁으로 향하던 길처럼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식당에 도착하니, 넓은 주차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주차 걱정 없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청국장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은은하게 풍겨왔다. 쿰쿰한 냄새에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오히려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맡았던 정겨운 냄새로 다가왔다.
점심시간을 살짝 비껴간 시간임에도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 않아 다소 혼잡스럽게 느껴졌지만,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찾는 용인 맛집이라는 방증일 것이다. 다행히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청국장, 콩나물밥, 제육볶음 등 익숙한 한식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어머니와 나는 고민 끝에 청국장과 제육볶음을 주문하고, 가볍게 즐기기 위해 메밀빈대떡도 하나 추가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메밀빈대떡이었다. 노릇하게 구워진 빈대떡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젓가락으로 찢어 간장 양념에 살짝 찍어 먹으니, 고소한 메밀 향과 짭짤한 간장 맛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었다. 특히 빈대떡에 듬성듬성 박혀있는 채소들이 향긋함을 더해주어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어머니도 빈대떡을 맛보시더니, “역시 이 집 빈대떡은 언제 먹어도 맛있네.”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셨다. 빈대떡을 몇 점 먹다 보니, 메인 메뉴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빈대떡을 거의 다 먹어갈 때쯤, 드디어 기다리던 청국장과 제육볶음이 나왔다. 놋그릇에 정갈하게 담긴 반찬들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돌솥밥이 함께 차려진 푸짐한 한 상 차림은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반찬은 배추나물, 김치, 장조림, 김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구성이었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모습이 더욱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젓가락을 들어 배추나물을 맛보니, 들기름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짜지 않고 삼삼한 간이 마음에 들었다. 김치는 갓 담근 듯 신선했고,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있었다. 장조림은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밥반찬으로 제격이었다.
드디어 메인 요리인 청국장에 숟가락을 담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청국장은 깊고 진한 향을 풍겼다. 한 숟가락 떠서 맛보니, 생각보다 짜지 않고 구수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콩의 깊은 풍미와 적당한 짭짤함이 어우러져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다만, 청국장 특유의 강렬한 향을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다소 아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육볶음은 매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려져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돼지고기는 부드럽고 쫄깃했고, 양념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입맛을 당기는 감칠맛이 있었다. 특히, 쌈 채소와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신선한 상추에 밥과 제육볶음을 올리고 쌈장을 살짝 얹어 입안 가득 넣으니, 행복감이 밀려왔다.

돌솥밥은 뚜껑을 여는 순간, 노란빛을 뽐내는 강황밥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밥알은 윤기가 자르르 흘렀고,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밥을 그릇에 퍼서 청국장과 제육볶음을 번갈아 가며 먹으니, 꿀맛이었다. 특히, 갓 지은 밥이라 그런지 밥맛이 정말 좋았다. 밥을 다 먹고 남은 누룽지에 뜨거운 물을 부어 숭늉으로 마무리하니, 속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어머니와 나는 말없이 밥을 먹는 데 집중했다. 오랜만에 맛보는 정갈한 한식 밥상에 젓가락질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불렀지만 속은 편안했다. 마치 시골 외할머니 댁에서 푸짐한 밥상을 받은 듯한 따뜻함이 느껴졌다.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그런데, 카운터에 계신 남자분의 표정이 다소 굳어 있었다. 친절함과는 거리가 먼 무뚝뚝한 태도에 살짝 당황했지만, 맛있는 음식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식당을 나서면서, 어머니는 “다음에 또 오고 싶네.”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셨다. 나 역시, 깔끔하고 정갈한 맛과 푸근한 분위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비록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지만, 정성 가득한 음식과 넉넉한 인심 덕분에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먼저, 1인 1메뉴 주문 원칙은 다소 야박하게 느껴졌다. 사이드 메뉴를 시키고 식사를 주문하지 않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장조림 반찬을 추가하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는 점도 아쉬웠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이 식당은 용인에서 맛있는 한식을 맛볼 수 있는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
용인에서의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마음속에는 따뜻한 만족감이 가득했다. 갓 지은 돌솥밥과 구수한 청국장, 그리고 정갈한 반찬들은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콩나물밥도 한번 맛보고 싶다. 그때는 부디 카운터에 계신 분도 조금 더 친절한 미소를 보여주시길 바라본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어머니는 연신 “정말 맛있는 식사였다”고 말씀하셨다. 나 또한 어머니의 말씀에 깊이 동감하며, 다음번에는 가족 모두 함께 이곳을 찾아 맛있는 한 끼 식사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 식당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따뜻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