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손을 잡고 졸졸 따라다니던 어머니의 뒷모습, 알록달록한 천막 아래 펼쳐진 풍경, 왁자지껄한 사람들 틈에서 느껴지던 활기… 5일장은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선명하게 되살려주는 특별한 공간이다. 1일과 6일, 반야월 장이 서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 시절 추억을 찾아 떠나곤 한다. 목적지는 정해져 있다. 바로 반야월시장 안에 자리 잡은 “기와집 식당”이다.
푸른 하늘 아래, 낡은 듯 정겨운 기와지붕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기와집식당’이라는 정갈한 글씨와 함께 전화번호가 나란히 적혀 있는 간판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한 반가움을 선사한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했던 대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리는 풍경이 펼쳐진다. 테이블마다 빼곡히 앉은 사람들의 활기찬 대화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고, 맛있는 음식 냄새가 코를 찌른다. 리모델링을 거쳤다고 하는데, 깔끔해진 내부는 예전의 정겨운 분위기에 현대적인 세련미를 더한 느낌이다. 천장에는 독특한 형태의 조명이 은은하게 빛을 발하며, 활기찬 시장 분위기에 따뜻함을 더한다.
자리를 잡기까지 잠시 기다려야 했지만, 그 기다림조차 즐겁다. 주변을 둘러보며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흥겨운 표정으로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어르신들, 아이와 함께 국수를 후루룩 먹는 젊은 부부, 푸짐한 안주를 앞에 두고 웃음꽃을 피우는 친구들… 모두가 이곳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하다.
드디어 자리가 났다.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정말 착하다. 한우국밥, 육국수, 잔치국수, 칼국수 등 식사 메뉴는 물론, 석쇠 돼지구이, 닭 석쇠구이, 해물파전, 부추전, 빈대떡 등 안주 메뉴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석쇠불고기와 뜨끈한 국물이 땡겨 소고기 국밥을 주문했다.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석쇠불고기가 먼저 나왔다. 불향을 입은 돼지고기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가늘게 채 썬 신선한 대파가 듬뿍 올려져 있어 먹음직스러움을 더한다. 한 점 집어 입에 넣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불향과 쫄깃한 식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느끼함은 전혀 없고, 담백하면서도 깊은 풍미가 느껴진다. 특히 대파의 알싸한 맛이 불고기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려 준다.

이어서 나온 소고기 국밥은 커다란 뚝배기에 담겨 나왔는데, 보기만 해도 속이 든든해지는 푸짐한 양이다. 얼큰한 국물 위로 큼지막한 소고기와 넉넉한 채소가 듬뿍 올려져 있다. 국물부터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맛이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듯하다. 간이 과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고, 은은하게 퍼지는 감칠맛이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게 만든다.
국밥 안에는 부드러운 소고기와 함께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무, 토란대, 대파 등 다양한 채소가 듬뿍 들어있다. 특히 푹 익은 무는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내 국밥의 풍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준다. 뜨거운 국물에 밥을 말아 크게 한 입 먹으니,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따뜻한 국밥의 추억이 떠오른다.

곁들여 나오는 반찬들도 하나같이 정갈하고 맛깔스럽다. 특히 큼지막한 풋고추와 직접 담근 듯한 쌈장은 신선함이 느껴진다. 아삭아삭한 풋고추를 쌈장에 푹 찍어 먹으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 바닥이 보인다. 배는 부르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든다. 다음 장날에는 다른 메뉴에도 도전해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긴다.
기와집 식당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다. 정겨운 분위기, 푸짐한 인심, 그리고 무엇보다 잊을 수 없는 맛을 통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특별한 공간이다. 1일과 6일, 반야월 장날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따뜻한 정과 활기 넘치는 시장 분위기 속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붐비는 시간대에는 기다려야 할 수도 있고, 시장 특유의 복잡함 때문에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감수할 만큼, 기와집 식당은 충분한 매력을 지닌 곳이다.
다음 장날에는 막걸리에 파전 한 장을 시켜놓고,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장의 활기를 만끽해야겠다. 어쩌면 그 속에서 잊고 지냈던 또 다른 추억 한 조각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기와집 식당을 나서니, 붉은색 파라솔 아래 펼쳐진 시장 풍경이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왁자지껄한 소리, 맛있는 음식 냄새, 그리고 사람들의 활기찬 에너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5일장만의 특별한 분위기가 나를 감싼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정,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을 가슴에 가득 안고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행복하다. 다음 반야월 장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