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으로 향하는 길,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마음도 함께 느긋해졌다. 목적지는 창림동 두부마을. 3대째 이어져 오는 깊은 손맛이 깃든 순두부 전문점이 있다는 소식에, 아침부터 서둘러 길을 나섰다.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푸른색으로 칠해진 담벼락을 스치듯 지나가니, 마치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턱을 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저 멀리,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노란색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큼지막하게 적힌 “창림동 두부마을”이라는 글자가 정겹다. 3대째 이어온 전통 순두부 전문점이라는 문구에서, 왠지 모를 깊은 신뢰감이 느껴졌다. 간판 옆에는 앙증맞은 그림과 함께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나는 듯한 설렘을 안고, 좁은 골목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골목 어귀에 놓인 낡은 포니 자동차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붉은색 차체는 세월의 더께를 덮고 있었지만, 묘하게 정겨운 느낌을 자아냈다. 마치 시간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으로, 나도 모르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녹슨 겉모습과는 달리, 어딘가 굳건함이 느껴지는 녀석이었다.

식당 입구는 아기자기한 화분과 소품들로 꾸며져 있었다. 낡은 나무 간판에는 정갈한 글씨로 ‘오십시오, 복받으실거예요’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환영 인사가 미소를 자아낸다. 오래된 TV 여러 대가 놓여 있는 모습도 독특했다. 마치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 편안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마음에 쏙 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대로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공간이 펼쳐졌다. 나무로 된 천장과 벽면에는 오래된 시계와 그림, 사진들이 가득 걸려 있었다. 80년대 새우깡 봉지까지 앤티크하게 장식되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마치 과거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인테리어가 흥미로웠다. 테이블과 의자 역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을 살짝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다행히 자리는 여유가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메뉴판이 붙어 있었다. 순두부, 황태순두부, 콩비지비빔밥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가격도 착하다. 고민 끝에,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순두부와 콩비지비빔밥을 주문했다.
주문 후,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밑반찬이 차려졌다. 콩나물, 무생채, 김치 등 정갈한 домашний стиль 반찬들이 보기 좋게 담겨 나왔다.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домашний стиль 반찬들은,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담겨 있었다. 특히, 청각이 들어간 김치는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밥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순두부가 나왔다. 뽀얀 자태를 드러낸 순두부는,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몽글몽글한 순두부 위에는 쪽파가 살짝 뿌려져 있었다. 간을 하지 않은 순두부를 한 입 맛보니,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콩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인위적인 조미료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순수한 두부 본연의 맛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함께 나온 새우젓으로 살짝 간을 해서 먹으니, 감칠맛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순두부의 부드러움과 새우젓의 짭짤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밥을 말아 먹으니, 밥알의 단맛과 순두부의 고소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뜨끈한 국물은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듯했다.
이어서 콩비지비빔밥이 나왔다. 콩비지, 콩나물, 무생채, 순창 고추장이 보기 좋게 담겨 나왔다. 콩비지비빔밥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메뉴라고 한다. 발효한 콩비지를 사용한다는 점이 독특했다. 밥 위에 콩비지와 채소를 듬뿍 넣고 고추장을 더해 쓱쓱 비벼 먹으니, 그 맛이 정말 ново открытие였다.
처음에는 콩비지의 발효된 향이 살짝 느껴졌지만, 비벼 먹으니 오히려 감칠맛을 더했다. 콩나물과 무생채의 아삭한 식감도 좋았다. 순창 고추장의 깊은 맛은 콩비지비빔밥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부드러운 밥과 살짝 아삭하게 씹히는 콩비지의 조화는, 정말 예술이었다. 젓가락을 멈출 수 없는 중독적인 맛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사장님께서 직접 담근 매실청을 내어주셨다. 새콤달콤한 매실청은 입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주었다. 사장님의 따뜻한 배려에 감동했다. 계산을 하려고 하자, 사장님께서는 직접 만든 비지를 선물로 주셨다. 계란 탁 넣고 전부쳐 먹으면 맛있다는 말씀과 함께. 정겹고 푸근한 인심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이곳의 음식은 한마디로 ‘착한 맛’이었다. 국산 콩을 사용하여 매일 아침 가마솥에 직접 만든 두부는, 인위적인 맛과는 거리가 멀었다.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음식들은, 마치 할머니가 해주시는 домашний стиль 밥 같았다. 재료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식당 곳곳에 놓인 앤티크한 소품들은,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벽에 걸린 오래된 사진들을 보며, 잠시나마 시간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투박하지만 정감 있는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니 행복이 가득 차올랐다.
창림동 두부마을은, 단순한 식당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공간이었다. 3대째 이어져 오는 손맛과 정겨운 분위기는, 잊고 지냈던 따뜻한 감성을 되살려 주었다. 순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진정한 슬로우푸드의 가치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곳은 좁은 골목에 위치하고 있어 주차가 다소 불편하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맛보기 위해 그 정도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그리고, 서비스에 대한 기대는 잠시 접어두는 것이 좋다. 퉁명스러운 듯하지만, 정이 느껴지는 사장님의 домашний стиль 서비스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돌아오는 길, 손에 들린 비지 봉투가 묵직하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가 비지찌개를 끓여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순창 창림동 두부마을에서의 경험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