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콧바람을 쐬러 나선 길, 목적지는 포천이었다.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한 곳이지만, 오늘 나의 레이더망에 걸린 것은 오직 하나, 바로 숨겨진 포천 순대국 맛집이었다.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가다 보니 저 멀리 낡은 듯하면서도 묘하게 멋스러운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미군 부대나 오래된 벽돌 창고를 개조한 듯한 외관. 왠지 모르게 ‘여기, 진짜 맛집이다’라는 직감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넓은 주차장에는 이미 차들이 가득했고, 어두운 조명 아래 주차하려는 차들의 행렬은 이곳의 인기를 짐작하게 했다.
주차를 마치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예상대로 홀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테이블 간 간격은 넓었지만, 웅성거리는 소리와 맛있는 냄새가 뒤섞여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냈다. 나무로 엮은 천장과 앤티크한 조명, 벽돌로 마감된 벽면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도 편안함을 줬다.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었다. 이미지에서 보았던 것처럼, 천장에는 굵직한 환풍구가 지나가고 있었고, ‘추가 반찬’, ‘셀프 코너’라고 쓰인 나무 팻말이 정겨움을 더했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훑어봤다. 순대국, 얼큰순대국, 토종순대국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나의 선택은 당연히 기본 순대국이었다. 왠지 그 집의 기본 메뉴를 먹어봐야 진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뚝배기에 담긴 순대국이 내 앞에 놓였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와 들깨가루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그 안에는 푸짐한 순대와 부속고기가 숨어 있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는 순간, мигом 탄성이 절로 나왔다. 깊고 진한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국물은 살짝 기름진 듯했지만, 과하지 않아 오히려 풍부한 맛을 더했다. 테이블마다 비치된 고추기름과 들깨가루를 취향껏 넣어 먹으니, 더욱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순대도 정말 훌륭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좋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특히, 이곳에서는 일반 순대뿐만 아니라 토종 순대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다음에는 꼭 토종 순대국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순대와 함께 들어 있는 부속고기도 빼놓을 수 없다. 큼지막하게 썰린 머리고기와 오소리감투는 쫄깃쫄깃한 식감을 자랑했고, 잡내 없이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하지만 이 집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무한리필 서비스였다. 순대국을 시키면 간, 허파, 머리고기 등 다양한 부속고기를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사실! 게다가 소면까지 무한리필이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나는 곧장 셀프 코너로 향했다. 스테인리스 통에 가득 담긴 부속고기들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간과 쫄깃해 보이는 허파, 그리고 큼지막한 머리고기를 접시에 가득 담아 자리로 돌아왔다.

셀프 코너 한쪽에는 뽀얀 육수가 담긴 통이 놓여 있었다. 혹시 국물이 부족할까 봐 준비해 놓은 듯했다. 인심 좋은 사장님의 넉넉한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나는 육수를 조금 더 부어 국물의 깊이를 더하고, 소면을 넣어 후루룩 먹었다. 뜨끈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선사했다.
반찬도 훌륭했다. 특히, 직접 담근 김치는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적당히 익은 깍두기도 순대국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반찬은 셀프 리필이 가능해서, 부담 없이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었다. 김치가 맛있다는 후기 그대로, 쉴 새 없이 김치에 손이 갔다.

식사를 하는 동안, 끊임없이 손님들이 들어왔다. 주말 점심시간이라 웨이팅은 필수였지만, 다들 기꺼이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나 역시 20분 정도 기다렸지만, 후회는 없었다. 이 정도 맛이라면 한 시간이라도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가게 한쪽에서는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능숙한 솜씨로 고기를 썰고 있었다. 큼지막한 고기 덩어리를 슥슥 썰어내는 모습에서 장인의 포스가 느껴졌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몇몇 후기에서 언급된 것처럼, 여름에는 파리가 좀 많다고 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도 파리가 몇 마리 날아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릇들의 위생 상태가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맛 하나만으로 모든 단점을 덮을 수 있을 만큼 훌륭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맛있게 먹었다고 인사를 건넸다. 환하게 웃으시며 감사하다고 답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알고 보니, 이 가게 사장님은 한 달에 한 번 어르신들께 식사를 대접하는 등 지역 사회에 봉사하는 모범 시민이라고 한다. 맛도 좋고 인심도 좋은, 정말 훌륭한 가게였다.

돌아오는 길, 든든하게 채워진 배만큼이나 마음도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양주 옥정에서 투바위 회암재를 넘어오는 길이라 드라이브 코스로도 안성맞춤이었다. 물론,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성이 조금 떨어지는 외진 곳에 위치해 있지만, 그만큼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또 포천에 올 일이 있다면, 망설임 없이 이곳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때는 술국에 저녁 술안주도 한번 즐겨봐야겠다. 혹시 포천 근처를 지나갈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