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리는 듯한 삼치의 향연, 여수 로컬의 숨겨진 선어회 맛집 기행

여수 밤바다의 낭만을 뒤로하고, 택시 기사님의 추천을 받아 찾아간 곳은 간판부터 심상치 않은 ‘조일식당’이었다. 낡은 외관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풍겨 나오는 ‘찐’ 맛집의 아우라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5시쯤 도착했는데, 이미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4시 오픈이라는데, 역시나 벌써부터 입소문이 자자한 여수 맛집임이 분명했다.

조일식당 외부 전경
조일식당의 간판은 ‘선어 전문’이라는 문구와 함께, 그 역사를 묵묵히 증명하는 듯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훑어봤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단연 선어회. 그것도 서울에서는 흔히 맛보기 힘든 삼치회였다. 곁들여 먹기 좋은 튀김 메뉴도 눈에 띄었는데, 특히 보리멸 튀김이라는 독특한 이름이 호기심을 자극했다. 잠시 고민 끝에 선어회 小자와 보리멸 튀김을 주문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 위로 밑반찬들이 하나 둘씩 차려지기 시작했다. 콩나물국, 갓김치, 백김치, 장어 껍질 조림 등등… 하나같이 정갈하고 먹음직스러운 모습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여수 명물 갓김치. 톡 쏘는 듯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젓가락을 멈출 수 없는 매력적인 맛에, 메인 메뉴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져갔다. 반찬 맛을 보니, 서울에서 흔히 맛보는 것과는 다른 깊고 부드러운 풍미가 느껴졌다. 특히 오뎅조림의 쫀득한 식감과 검은콩조림의 은은한 단맛은, 여수만의 특별한 비법이 숨어있는 듯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선어회가 등장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큼지막한 삼치회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뽀얀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 삼치회는 칼집이 섬세하게 들어가 있어,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함께 나온 민어회 역시 신선함이 느껴졌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회는 두툼하게 썰어져 나와 씹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선어회 (삼치회)
두툼하게 썰린 선어회는 입안 가득 풍미를 선사했다.

사장님께서 직접 선어회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설명해주셨다. 김 위에 갓김치, 양파 장아찌, 생강 초절임을 올리고, 양념장에 찍은 삼치회를 얹어 밥을 아주 조금 올려 먹으면, 입안에서 다채로운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고 했다. 사장님이 알려주신 꿀팁대로 김 위에 재료들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후, 드디어 한 입 맛을 보았다.

입안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부드러운 삼치회의 식감과 갓김치의 알싸함, 양파 장아찌의 달콤함, 생강 초절임의 상큼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밥알을 살짝 더하니 단맛이 끌어올려져, 물릴 틈 없이 계속해서 먹게 되었다. 큼지막하게 썰린 삼치회는 입안 가득 풍요로운 만족감을 선사했다.

함께 주문한 보리멸 튀김도 빼놓을 수 없었다. 갓 튀겨져 나온 튀김은 보기만 해도 바삭함이 느껴졌다. 보리멸뿐만 아니라 쑥갓 튀김도 함께 나왔는데, 독특한 조합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뜨끈한 튀김을 한 입 베어 무니,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특히 쑥갓 튀김은 향긋한 쑥갓 향이 은은하게 느껴져, 느끼함을 잡아주었다.

선어회 (민어회)
윤기가 흐르는 민어회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회를 어느 정도 먹어갈 때쯤, 매운탕을 추가로 주문했다. 사실 메뉴판에는 매운탕이 없었지만, 가능하다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잠시 후, 뚝배기에 담겨 보글보글 끓는 매운탕이 등장했다. 얼큰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며,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일품이었다.

알고 보니 이 매운탕, 그냥 매운탕이 아니었다. 민어와 삼치를 푹 우려내 뽀얀 국물을 자랑하는 지리 매운탕이었다. 흔히 먹는 빨간 매운탕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맑은 탕은, 신선한 재료가 아니면 낼 수 없는 깊은 맛을 자랑했다. 밥 한 공기를 그대로 말아, 땀을 뻘뻘 흘리며 정신없이 먹었다.

지리 매운탕
뽀얀 국물이 인상적인 지리 매운탕은 시원하고 깊은 맛을 자랑했다.

배불리 식사를 마치고 나니, 후식으로 고구마 튀김이 나왔다. 갓 튀겨져 따뜻한 고구마 튀김은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으로 입가심하기에 완벽했다. 마지막까지 완벽한 식사에, 다음 여수 여행 때도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조일식당은 화려한 인테리어나 특별한 서비스는 없지만, 신선한 재료와 정성 가득한 맛으로 승부하는 곳이었다. 사장님의 친절한 설명과 푸짐한 인심은 덤. 관광객보다는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여수의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선어회를 맛볼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곁들임 튀김과 구이
갓 튀겨져 나온 튀김과 노릇하게 구워진 생선구이는 풍성한 식탁을 완성했다.

다만, 4시 오픈이라는 점과 주차장이 따로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맛보기 위해 그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었다. 주차는 식당 근처 골목길에 알아서 해야 한다. 그리고 허영만 백반기행에 소개된 이후, 주말에는 웨이팅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평일 식사 시간을 피해서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돌아오는 길, 입안에 감도는 삼치회의 고소함과 갓김치의 알싸함은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다. 조일식당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여수의 맛과 정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하고 싶다. 그때는 꼭 새우튀김도 함께 맛봐야지!

모듬 튀김
바삭한 튀김은 선어회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다채로운 밑반찬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밑반찬들은 식사의 만족도를 높여주었다.
푸짐한 한 상 차림
선어회와 튀김, 밑반찬까지 푸짐하게 차려진 한 상은 보기만 해도 배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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