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변항 숨은 보석, 제일반점에서 맛보는 추억의 울진 비빔짬뽕 맛집

울진 죽변항, 그 이름만으로도 싱그러운 바다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곳. 싱싱한 해산물이 가득한 활기 넘치는 항구도시, 그 좁다란 골목길 한 켠에 숨겨진 듯 자리한 작은 중국집, ‘제일반점’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50년 전통이라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외관은 마치 시간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낯선 풍경 속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특별한 맛집일 것이다. 죽변항 제일반점은 바로 그런 곳이었다. 낡은 간판과 빛바랜 외벽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오히려 그 소박함이 발길을 붙잡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정겨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제일반점 외부 전경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제일반점의 정겨운 외관

오래된 듯한 테이블과 의자, 벽 한 켠에 붙어있는 빛바랜 메뉴판은 이곳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다. 11시 오픈 시간에 맞춰 도착했음에도 이미 식당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서둘러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메뉴는 단출했다. 비빔짬뽕면, 비빔짬뽕밥, 짜장면, 그리고 탕수육. 메뉴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음식 하나하나에 쏟는 정성이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고민 끝에 이곳의 대표 메뉴인 비빔짬뽕밥과 탕수육을 주문했다. 주문은 카운터에서 선불로 이루어졌다.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
단출하지만 내공이 느껴지는 메뉴

주문 후, 식기와 단무지는 셀프로 가져와야 했다. 물, 냅킨, 심지어 카드 결제까지 모든 것이 셀프였다. 처음에는 다소 당황스러웠지만, 오히려 이런 시스템이 정겹게 느껴졌다. 마치 오래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이랄까.

잠시 기다리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비빔짬뽕밥이 나왔다. 커다란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긴 짬뽕밥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밥 위에는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오징어와 야채가 푸짐하게 올려져 있었고, 그 위에는 앙증맞은 계란 프라이가 얹어져 있었다.

비빔짬뽕밥과 비빔짬뽕면
매콤한 양념이 식욕을 자극하는 비빔짬뽕밥

젓가락으로 쓱쓱 비벼 한 입 맛보니, 입안 가득 불향이 퍼져나갔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은 묘하게 중독성이 있었다. 쫄깃한 오징어와 아삭한 야채의 조화는 훌륭했고, 고슬고슬한 밥알은 양념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선사했다. 살짝 짠 듯했지만, 오히려 그 짠맛이 입맛을 돋우었다. 맵찔이인 나에게는 살짝 매콤했지만, 맛있게 매운 정도였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젓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이어서 탕수육이 나왔다. 탕수육은 옛날 스타일 그대로였다. 큼지막하게 튀겨진 탕수육 위에는 양파와 오이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탕수육 소스는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탕수육
옛날 스타일의 푸짐한 탕수육

탕수육을 한 입 베어 무니,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식감이 느껴졌다. 돼지고기는 두툼했고, 잡내 없이 깔끔했다. 탕수육 소스에 푹 찍어 먹으니,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탕수육은 정말 ‘인생 탕수육’이라고 부를 만했다.

비빔짬뽕밥과 탕수육을 정신없이 먹어 치웠다. 양이 어찌나 푸짐한지, 배가 터질 듯 불렀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그 어떤 고통도 감수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빈 그릇은 직접 반납해야 했다. 쟁반에 올려놓는 것이 아니라, 잔반 처리까지 손수 해야 한다는 점이 특이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경험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마치 식당의 일원이 된 듯한 기분이랄까.

제일반점은 고급스러운 레스토랑과는 거리가 멀다. 서비스 또한 친절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곳에는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50년 전통의 맛, 푸짐한 양,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한다.

식당 내부
정겨운 분위기의 식당 내부

제일반점은 죽변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가까우며, 죽변 전통시장 공영주차장 바로 옆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좋다. 식사를 마치고 죽변항을 거닐며 싱싱한 해산물을 구경하는 것도 좋은 코스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모든 것이 셀프라는 점, 그리고 위생에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편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볶음짬뽕은 기름기가 많아 느끼하다는 평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단점들조차 제일반점만의 매력으로 느껴졌다.

제일반점은 내 돈 내고 모든 것을 셀프로 해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그만큼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울진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붐비는 시간대를 피해서 방문하면 좀 더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비빔짬뽕밥 클로즈업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비빔짬뽕밥

떠나기 전, 나는 제일반점의 허름한 문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그 안에는 50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나는 이 작은 식당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켜주기를, 그리고 변치 않는 맛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죽변항 제일반점, 그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언젠가 다시 울진을 방문하게 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제일반점으로 향할 것이다. 그때는 비빔짬뽕면에도 도전해봐야겠다.

짜장면
소박하지만 깊은 맛의 짜장면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푸른 동해바다는 유난히 아름다웠다. 나는 오늘 맛본 비빔짬뽕밥의 매콤한 맛과 탕수육의 바삭한 식감을 떠올리며, 다음 울진 여행을 기약했다. 그리고 그 여행에는 어김없이 제일반점이 포함될 것이라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