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아버지 손을 잡고 야구장에 가던 날이면, 묘하게 설레는 공기 냄새와 함께 떠오르는 따뜻한 기억이 있다. 바로 야구장 근처 허름한 설렁탕집에서 뜨끈한 국물로 속을 채우던 풍경이다. 세월이 흘러 그 맛은 잊었지만, 왠지 모르게 남아있는 따스한 잔상. 마산에 야구 경기를 보러 온 김에, 문득 그 기억을 따라 발걸음을 옮겨보기로 했다.
마산 NC 파크 바로 앞에 위치한 이 설렁탕집은, 간판에서부터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이 인상적이었다. 1996년부터 이 자리를 지켜왔다는 이야기에, 어릴 적 기억 속 풍경과 겹쳐지며 묘한 기대감이 감돌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낡은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희미하게 풍기는 곰탕 냄새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요즘 흔한 깔끔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 투박함이 정겹게 느껴졌다. 마치 오래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이랄까.

자리에 앉자마자 설렁탕을 주문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뚝배기가 눈 앞에 놓였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가 넉넉하게 뿌려져 있었고, 그 아래로 부드러운 고기가 숨어 있었다. 국물을 한 숟갈 떠 맛을 보니, 깊고 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오랜 시간 정성껏 고아 낸 육수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고기는 수입산을 사용한다고 하지만,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잡내 없이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국물과 어우러져 훌륭한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깍두기였다. 아삭하고 시원한 깍두기는 설렁탕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깍두기 국물을 설렁탕에 살짝 넣어 먹으니, 또 다른 풍미가 느껴졌다.

맞은편 NC 파크 주차장을 이용하면 1시간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는 점도 편리했다. 야구 경기를 보기 전 간단하게 식사하기에도 좋고, 경기가 끝난 후 출출한 배를 채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뜨내기 손님만 받는 곳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잠시, 깊은 맛과 저렴한 가격에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노포인 만큼, 위생적인 부분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또한, 설렁탕 양이 적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평소 양이 많은 사람이라면 특 사이즈를 주문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어떤 이들은 국물이 미지근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펄펄 끓는 뜨거운 국물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가게 안에 돼지 냄새가 난다는 후기도 있었는데, 나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예민한 사람이라면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곳을 다시 찾을 것 같다. 완벽하게 깔끔하고 세련된 맛집은 아니지만,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온 뚝심과 정겨운 분위기가 좋았다. 어쩌면 맛 자체보다, 그 속에 담긴 추억과 이야기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마치 구리 료헤이의 ‘우동 한 그릇’처럼, 소박하지만 따뜻한 인심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마산 야구장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한 번쯤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뽀얀 국물에 밥 한 그릇 말아 후루룩 먹고, 깍두기 한 입 베어 물면, 왠지 모르게 마음까지 든든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쌀쌀한 날씨에 야구 경기를 보러 간다면, 따뜻한 설렁탕 한 그릇으로 몸을 녹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의 입맛에 완벽하게 맞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곳은 단순한 ‘맛집’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동안 마산 시민들의 삶과 함께 해 온 추억의 공간이자, 야구장의 열기와 낭만을 간직한 특별한 장소인 것이다.
혹자는 이 집의 설렁탕 맛이 옛날 같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가게의 위생 상태에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이는 도가니탕이 형편없다고 혹평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곳을 방문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곳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당이 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설렁탕 한 그릇을 비우고 가게를 나섰다. 따뜻한 국물 덕분에 속은 든든했고, 어릴 적 추억 덕분에 마음은 따뜻해졌다. 발걸음을 옮기며, 나는 이 마산의 작은 설렁탕집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주기를 바랐다. 그리고 다음 야구 경기 때, 다시 이곳에 들러 뜨끈한 설렁탕 한 그릇을 맛보며 추억을 되새김질할 것을 다짐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찾은 맛집, 단순한 식당이 아닌 이야기와 추억이 담긴 공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