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안 가득 불타는 추억, 안산 중앙동에서 만난 정든닭발 본점의 매운 맛집 향수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낡은 스마트폰을 뒤적이며 찾아낸 10년 전 사진 속, 풋풋했던 나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다. 문득 그 시절, 친구들과 밤새도록 웃고 떠들며 매운 닭발을 뜯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오늘 저녁은 추억의 맛을 찾아 떠나기로 결심했다. 목적지는 당연히 안산 중앙동, 그곳에 자리한 ‘정든닭발’ 본점이었다.

차를 몰아 안산으로 향하는 길,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들이 예전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익숙했던 거리마저 낯설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하지만 ‘정든닭발’ 간판을 보는 순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노란색과 빨간색이 강렬하게 어우러진 외관은 여전했다. 건물 외벽에 커다랗게 적힌 전화번호 ‘405-2880’ 마저도 잊지 않고 있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정든닭발 본점 외부 전경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정든닭발’ 본점의 정겨운 외관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매콤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예전에는 2층에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1층으로 자리를 옮겼나 보다. 테이블은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었지만,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손님들로 북적였다. 다행히 한 자리가 남아있어 바로 앉을 수 있었다. 예전에는 낡은 원형 테이블과 깡통 의자였던 것 같은데, 테이블과 의자가 모두 바뀌어 있었다.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닭발, 오돌뼈, 김치전, 해물부침개 등 예전과 똑같은 메뉴들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고민하다가, ‘통닭발’‘오돌뼈 주먹밥’,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계란찜’을 주문했다. 매운맛을 달래줄 쿨피스가 없는 건 조금 아쉬웠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벽에는 연세대학교 대학원 팻말이 크게 걸려 있었다. 예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갔다. 잠시 후, 기본 반찬이 나왔다. 얇게 슬라이스 된 단무지와 시원한 콩나물국, 그리고 김이 담긴 양푼이였다.

정갈하게 차려진 한 상 차림
매운 맛을 잠재워줄 콩나물국과 김, 그리고 통닭발과 오돌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통닭발’이 나왔다. 접시 가득 담긴 닭발 위로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매콤한 양념 냄새가 코를 자극하며 침샘을 폭발시켰다. 예전에는 뼈 없는 닭발보다 통닭발을 선호했는데, 오랜만에 뼈를 발라 먹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었다.

젓가락으로 닭발 하나를 집어 들었다. 닭발은 예전보다 조금 작아진 듯했지만, 여전히 먹음직스러웠다. 망설임 없이 입으로 가져갔다. 쫄깃쫄깃한 껍질과 부드러운 속살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매콤한 양념은 역시나 ‘정든닭발’만의 비법이었다. 예전에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멈출 수 없었는데, 이제는 예전만큼 맵지 않게 느껴졌다. 세월이 흐르면서 내 입맛도 변한 걸까.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오돌뼈 주먹밥
톡톡 터지는 식감이 일품인 오돌뼈 주먹밥

곧이어 ‘오돌뼈 주먹밥’이 나왔다. 김가루와 참깨가 듬뿍 뿌려진 주먹밥은 고소한 냄새를 풍겼다. 뜨거운 밥 위에 오돌뼈를 올려 한 입 크게 베어 물었다. 오독오독 씹히는 오돌뼈의 식감과 매콤한 양념, 그리고 고소한 밥알이 어우러져 입 안에서 축제를 벌이는 듯했다. 매운 닭발을 먹다가 오돌뼈 주먹밥을 먹으니, 매운맛이 중화되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계란찜’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계란찜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졌다. 숟가락으로 크게 떠서 입에 넣으니,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입 안 가득 퍼졌다. 매운맛에 얼얼해진 입 안을 부드럽게 감싸주는 계란찜은 ‘정든닭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메뉴였다. 닭알찜이라고도 불리는 푸짐한 계란찜은, 매운맛을 달래주는 것은 물론 허기진 배를 채워주기에도 충분했다.

푸짐한 한 상 차림
닭발, 오돌뼈 주먹밥, 계란찜의 환상적인 조합

정신없이 닭발을 뜯고, 오돌뼈 주먹밥을 먹고, 계란찜을 떠먹다 보니 어느새 접시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배는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마치 어린 시절 즐겨 먹던 불량식품을 다 먹고 난 후의 허전함과 비슷했다.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는 길, 화장실에 들렀다. 하지만 화장실은 예전처럼 깨끗하지 않았다. 오래된 건물이라 그런지, 낡고 냄새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이 점은 조금 아쉬웠다.

가게를 나와 다시 중앙동 거리를 걸었다. 예전에는 이곳에서 친구들과 밤새도록 놀았는데, 이제는 그럴 기회가 별로 없다. 다들 각자의 삶을 살아가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정든닭발’에서 추억의 맛을 느끼며 잠시나마 옛 생각에 잠길 수 있어서 행복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뭉클했다. ‘정든닭발’은 단순한 음식점이 아니라, 내 청춘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소중한 추억의 장소였다. 앞으로도 가끔씩 이곳을 찾아, 잊고 지냈던 옛 추억들을 되살려야겠다.

다음에는 김치전과 해물부침개에 막걸리 한 잔 기울여봐야겠다. 아니면, 전국 택배가 가능하다니 집에서 편안하게 즐기는 것도 좋겠다. 30년 넘게 안산에 살면서, ‘정든닭발’의 가격 변동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게는 그저 소중한 추억의 맛집일 뿐이다.

주차는 중앙동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하지만, 중앙동 한가운데 위치한 만큼 주차가 쉽지 않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혹시라도 방문하게 된다면, 매운맛에 약한 사람은 순한맛이나 중간맛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보통’맛도 꽤 맵기 때문이다.

정든닭발 메뉴
다양한 메뉴를 자랑하는 정든닭발

혹시라도 예전 맛이 아니라고 실망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게는 여전히 ‘정든닭발’이 최고의 맛집이다. 10년 전 초심을 잃었다는 평도 있지만, 나는 이곳에서 여전히 따뜻한 추억과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따라 매운 닭발이 무척이나 땡긴다. 아마도,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안산 중앙동, 그곳에서 만난 ‘정든닭발’은 내게 단순한 닭발이 아닌, 잊을 수 없는 추억의 맛이었다. 다시 한 번, 그 뜨겁고 매콤한 추억 속으로 떠나고 싶다.

윤기가 흐르는 닭발
매콤한 양념이 듬뿍 밴 통닭발

돌아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맛이라는 건, 어쩌면 기억과 감정의 총합일지도 모른다고. 안산 맛집, ‘정든닭발’은 내게 그런 곳이다. 단순히 맛있는 닭발을 파는 곳이 아닌, 젊은 날의 추억과 열정을 떠올리게 하는 소중한 공간. 그래서 나는 앞으로도 종종 이곳을 찾을 것이다. 변함없는 맛과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잊고 지냈던 나 자신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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