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국수가 간절해지는 계절,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곳이 있다. 고양시 설문동 깊숙한 곳, 마치 숨겨진 보석처럼 자리 잡은 “두리원손두부”다. 2001년부터 18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이곳은 아는 사람만 찾아온다는 숨은 맛집이다. 이번에는 작정하고 평일 점심시간을 살짝 비껴 방문했는데도, 역시나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입구로 향하는 길, 장미가 만개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 장미는 소담한 건물과 어우러져 식사 전부터 마음을 설레게 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유명인사들의 사인지가 빼곡하게 벽면을 채우고 있었다. 그 옆으로는 수요미식회 촬영 이야기가 담긴 사진이 붙어있었는데, 괜스레 더 기대감이 높아졌다. 2009년 여름, 강화도 여행길에 동생들과 우연히 들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당시에도 꽤나 만족스러웠던 기억인데, 어느새 입소문을 타고 더욱 유명해졌다고 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쳤다. 콩요리 전문점답게 다양한 두부 요리가 눈에 띄었다. 콩국수, 순두부, 두부전골, 콩비지 등등. 고민 끝에 황태순두부정식과 명품콩국수를 주문했다. 잠시 후, 정갈한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메추리알, 아삭이 고추 된장무침, 가지, 오이, 배추 겉절이, 묵까지,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6가지 찬이었다. 특히 깍두기는 아삭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콩국수가 나왔다. 뽀얀 콩국물 위에 아무런 고명도 없이 오직 면만 담겨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곳과는 달리 콩 본연의 맛에 집중한 듯했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리니, 일반적인 소면이 아닌 쫄깃한 생면이었다. 국물 한 모금을 맛보니, 걸쭉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콩의 고소함과 은은한 단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정말 ‘명품’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았다. 콩국물은 너무 묽지도, 너무 걸쭉하지도 않은 딱 좋은 농도였다. 콩 특유의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돋보였다. 면발은 마치 알단테 파스타처럼 살짝 꼬들꼬들한 식감이 살아있어, 콩국수와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함께 나온 황태순두부정식도 기대 이상이었다. 뽀얀 순두부 위에 송송 썬 파가 올려져 나왔는데, 국물 한 숟갈을 떠먹으니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황태의 시원함과 두부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계속 숟가락이 가는 맛이었다. 순두부 자체도 정말 부드러웠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몽글몽글한 순두부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어, 시판 순두부와는 확연히 다른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정식에 함께 나오는 돌솥밥도 빼놓을 수 없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 위에는 검은콩과 완두콩이 앙증맞게 올려져 있었다. 밥을 덜어내고 뜨거운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만들어 먹으니, 고소하면서도 따뜻한 마무리가 되었다. 밥맛이 정말 좋았는데, 쌀 자체도 좋은 것을 쓰는 듯했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고등어조림도 인상적이었다. 큼지막한 고등어 토막과 무가 푹 익어,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이 깊숙이 배어 있었다. 비린내는 전혀 나지 않았고, 오히려 감칠맛이 느껴졌다. 특히 돌솥밥과 함께 먹으니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아쉬운 점은 추가가 안 된다는 것.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왜 이곳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고양시 맛집인지 알 수 있었다. 콩국수 한 그릇에는 콩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장인정신이 담겨 있었다. 다른 메뉴들 또한 정직한 재료와 정성스러운 손길로 만들어낸 맛이었다. 화려함이나 자극적인 맛은 없었지만,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건강한 맛이 돋보였다. 마치 할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신 집밥 같은 따뜻함이 느껴졌다.
두리원손두부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었다. 콩국수를 맛보며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먹었던 콩국수의 기억이 떠올랐다. 투박하지만 정겨운 맛, 소박하지만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가격이 다소 비싼 편이라는 것. 콩국수 한 그릇에 15,000원이라는 가격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한, 찾아가는 길이 다소 외진 데다 대기시간이 길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감수하고서라도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두리원손두부는 홍대에서 시작해 일산으로 자리를 옮긴 지 10년이 되었다고 한다. ‘손두부에도 격이 있다’는 대표의 철학처럼, 이곳에서는 콩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느껴진다. 맷돌로 직접 콩을 갈아 만들고, 깨끗하게 걸러낸 바닷물로 간수를 한다고 하니, 그 정성이 오롯이 느껴진다.

두리원손두부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점심시간에만 운영된다. 매주 화요일은 휴무이며, 브레이크 타임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다. 보쌈은 미리 예약해야 맛볼 수 있다고 하니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
차가 없으면 방문하기 어렵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 순두부가 아닌 진짜 순두부를 맛보고 싶다면, 두리원손두부를 강력 추천한다. 특히 콩국수의 계절, 여름에는 꼭 한 번 방문하여 콩의 깊은 풍미를 느껴보시길 바란다.

두리원손두부에서 맛본 콩국수와 순두부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 어린 시절의 추억과 할머니의 따뜻한 손길을 떠올리게 하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다음 여름에도 어김없이 이곳을 찾아 콩국수 한 그릇을 비우며, 잊고 지냈던 소중한 기억들을 되새기리라 다짐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