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옥정에 정말 괜찮은 오마카세 집이 있는데, 가격도 착하고 맛도 훌륭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오마카세는 왠지 비싸고 격식 있는 자리에서 즐겨야 할 것 같은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의 강추에 못 이겨, 반신반의하며 그곳으로 향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깔끔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놀랐다. 은은한 조명이 테이블을 비추고,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공간은 편안함 그 자체였다. 셰프님의 환한 미소와 함께 “어서 오세요”라는 따뜻한 인사가 귓가에 닿았다. 1인 셰프 업장이라는 이야기에 더욱 기대감이 부풀었다. 왠지 모르게 숨겨진 보석 같은 맛집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정갈하게 놓인 테이블 세팅이었다. 매끄러운 흰색 도자기 접시 위에는 젓가락과 나무 스푼이 놓여 있었고, 작은 종지에는 간장이 담겨 있었다. 젓가락 받침은 붉은색 매듭 모양으로 장식되어 있어 섬세함이 느껴졌다. 테이블 한 켠에는 손소독 티슈가 놓여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이런 작은 부분에서부터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나는 런치 오마카세를 주문했다. 가격은 2만원 후반대. 오마카세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셰프님은 메뉴 하나하나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는데, 마치 한 편의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음식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느껴지는 설명에 더욱 기대감이 커졌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차완무시였다. 부드러운 계란찜 위에 앙증맞은 색색의 알갱이들이 뿌려져 있었고, 촉촉한 버섯과 새우가 숨어 있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은은한 향과 함께 느껴지는 감칠맛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차완무시 한 그릇에 벌써부터 이 집의 내공이 느껴지는 듯했다.

다음으로는 신선한 사시미가 나왔다. 도톰하게 썰린 흰 살 생선은 윤기가 좌르르 흘렀고, 곁들여진 해초와 무순은 싱그러움을 더했다. 셰프님은 숙성된 생선을 사용한다고 설명해주셨는데, 그래서인지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는 듯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신선함은 물론이고, 풍부한 감칠맛까지 더해져 젓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스시가 등장했다. 셰프님은 능숙한 솜씨로 밥알을 쥐고, 그 위에 신선한 네타(생선)를 올려 스시를 만들어 주셨다. 윤기가 흐르는 밥알은 입 안에서 부드럽게 풀어졌고, 신선한 생선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셰프님의 세심한 배려였다. 스시를 쥐어 주실 때마다 어떤 생선인지, 어떻게 먹어야 더 맛있는지 자세하게 설명해주셨다. 덕분에 스시의 풍미를 더욱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평소 소주를 즐겨 마시는 편인데, 이곳에서는 특이하게도 소주를 판매하고 있었다. 그것도 일반 소주뿐만 아니라 청하까지 준비되어 있었다. 게다가 술을 주문하면 다양한 디자인의 술잔 중에서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 특별했다. 나는 망설임 없이 청하를 주문하고, 마음에 드는 잔을 골라 술을 음미했다. 깔끔한 스시와 시원한 청하의 조합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스시 외에도 다양한 요리들이 코스에 포함되어 있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야채 고로케, 신선한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알밥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었다. 특히 알밥은 톡톡 터지는 알의 식감과 고소한 김가루의 풍미가 어우러져 입 안 가득 행복을 선사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셰프님께서 직접 만든 수제 아이스크림을 내어주셨다. 달콤하고 시원한 아이스크림은 입 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마지막까지 감동을 주는 서비스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이곳은 혼밥을 즐기기에도, 데이트를 하기에도 좋은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혼자 오셔서 조용히 식사를 즐기시는 분들도 계셨고, 연인끼리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보였다. 분위기가 워낙 편안해서 누구와 함께 와도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셰프님은 음식의 맛뿐만 아니라 서비스에도 진심을 담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정성을 다하는 모습은 감동적이었다. 혹시 음식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을까 봐 다시 한번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기도 하고, 불편한 점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피는 모습에서 진정한 ‘장인’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맛있는 음식과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양주, 특히 옥정에서 이렇게 훌륭한 가성비 맛집을 발견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앞으로 스시가 생각날 때면 무조건 이 곳을 찾게 될 것 같다.
돌아오는 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덕분에 정말 맛있는 오마카세를 즐길 수 있었다고. 친구 역시 자신이 추천한 곳이 마음에 들었다니 기뻐하는 눈치였다. 우리는 다음에는 함께 방문하기로 약속했다.
집에 도착해서도 그날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입 안 가득 퍼졌던 스시의 풍미, 셰프님의 따뜻한 미소, 아늑하고 편안했던 공간…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던 시간이었다. 나는 다시 한번 이 곳을 방문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될 것 같다. 양주에 이런 보석 같은 곳이 숨어 있었다니! 정말 뜻밖의 횡재를 한 기분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