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당 순두부 마을의 고소한 향기를 뒤로하고, 강릉고등학교 근처, 아는 사람만 안다는 국수 골목으로 향했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이름마저 풋풋한 설렘을 안겨주는 “오월에초당”이었다. 쨍한 햇살 아래, 기와지붕을 인 하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외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포근한 느낌. 넓은 마당 한켠에는 다육이 화분이 옹기종기 놓여있어 정겨움을 더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나무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테이블은 입식과 좌식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나는 신발을 벗고 편안하게 좌식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나무 덕분에 마치 야외에서 식사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국수 종류만 해도 멸치국수, 비빔국수, 초계국수 등 다양했다. 허영만 화백의 ‘식객’ 국수 편에 소개되었다는 멸치국수를 먹을까, 매콤달콤한 비빔국수를 먹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멸치국수와 비빔국수, 그리고 오징어파전까지 푸짐하게 주문했다. 특히, 오징어파전은 이곳의 숨겨진 인기 메뉴라고 하니,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었다.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멸치 육수가 담긴 주전자가 나왔다. 멸치 특유의 비릿함 없이 맑고 깔끔한 육수가 입맛을 돋웠다. 멸치 육수를 홀짝이며 창밖을 바라보니,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반짝였다. 이런 여유, 얼마 만인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멸치국수가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소담하게 담긴 국수는 보기만 해도 푸짐했다. 맑은 육수 위로 유부와 김 가루, 애호박, 당근 등 알록달록한 고명이 올라가 있어 먹음직스러웠다.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면을 들어 올리니, 탱글탱글한 면발이 눈에 띄었다. 한 입 맛보니, 진한 멸치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멸치의 깊은 맛과 깔끔함이 어우러져 정말 인생 멸치국수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이어서 나온 비빔국수는 멸치국수와는 또 다른 매력을 뽐냈다. 쫄깃한 면발에 매콤달콤한 양념이 듬뿍 버무려져 있었고, 그 위에는 싱싱한 가오리회가 넉넉하게 올려져 있었다. 젓가락으로 비벼 한 입 맛보니, 새콤달콤한 양념과 쫄깃한 가오리회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특히, 가오리회는 신선함이 살아있어 비빔국수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오징어파전은 그 비주얼부터 압도적이었다. 두툼한 두께에 큼지막한 오징어가 듬뿍 들어간 파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젓가락으로 찢어 간장에 콕 찍어 먹으니, 파 특유의 향긋함과 오징어의 쫄깃함이 입안에서 춤을 췄다. 튀김과 전의 중간 정도 되는 식감이라고 해야 할까. 기름을 좋은 걸 쓰시는지 느끼함 없이 고소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그릇은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멸치국수의 따뜻함, 비빔국수의 매콤함, 그리고 오징어파전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완벽한 한 끼 식사였다. 게다가 푸짐한 양 덕분에 배까지 든든하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로 향하는데, 벽면에 붙어있는 허영만 화백의 싸인이 눈에 띄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친절한 직원분께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오월에초당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따뜻한 추억으로 남았다. 정갈한 음식, 아늑한 분위기,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강릉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맛있는 국수를 대접해야겠다.
특히, 비 오는 날 방문하면 더욱 운치 있을 것 같다. 따뜻한 국수 한 그릇과 파전 한 조각을 맛보며 창밖을 바라보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메뉴는 국수 외에도 삼계탕, 보쌈, 두부구이 등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아이와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다. 자극적이지 않은 맛 덕분에 아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오월에초당 바로 옆에는 같은 이름의 삼계탕집이 있다. 같은 사장님이 운영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삼계탕도 맛있다는 평이 많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말 식사 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맛보기 위한 기다림이니,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또한, 가게 근처에는 주차 공간이 협소하니, 주변 길가나 공영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몇몇 후기에서는 멸치국수 육수가 예전보다 짜졌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짜지 않고 딱 좋았다. 아마도 날마다 맛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다.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맛과 서비스가 예전만 못하다는 후기도 있었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여전히 만족스러웠다. 음식 맛은 물론, 친절한 서비스와 깔끔한 분위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들기름 두부구이를 꼭 먹어봐야겠다. 고소한 들기름 향이 가득한 두부구이는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강릉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오월에초당에서 맛있는 국수 한 그릇 맛보며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잊지 못할 맛과 분위기를 선사해줄 것이다. 특히, 순두부에 지쳤다면 더욱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다. 진정한 맛집은 이런 곳에 숨어있는 법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