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으로 떠나는 아침, 짐을 꾸리면서부터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었다. 푸른 동해 바다와 설악산의 웅장한 자태도 좋지만, 무엇보다 나를 설레게 한 건 양양 전통시장에서 맛볼 감자옹심이 한 그릇이었다. 어린 시절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그 맛을 찾아, 미식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양양에 도착해 곧장 시장으로 향했다. 평일인데도 시장은 활기가 넘쳤다. 좌판에 펼쳐진 형형색색의 농산물과 해산물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여기 설렘 가득한 희망공간 양양전통시장입니다”라고 적힌 파란색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시장 입구에서부터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옹심이를 파는 식당들은 옹기종기 모여 있었는데, 유독 한 곳에만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바로 오늘 나의 목적지, ‘공가네 감자옹심이’였다.

가게 앞에 놓인 번호표 발급기에서 대기번호를 뽑았다. 앞에 대기팀이 꽤 있었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가게 안은 생각보다 아담했다. 테이블이 4~5개 정도 놓여 있었고,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벽에는 방송 출연 사진과 유명인들의 사인이 걸려 있었다. 나는 운 좋게 주방 바로 앞에 있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메뉴는 단출했다. 감자옹심이, 오징어순대, 메밀전병이 전부였다. 나는 감자옹심이와 오징어순대를 모두 맛볼 수 있는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옹심이와 노릇하게 구워진 오징어순대가 테이블에 놓였다. 옹심이는 뚝배기에 담겨 나왔는데, 들깨가루와 김 가루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국물은 걸쭉하고 구수해 보였다. 오징어순대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보였다.

먼저 옹심이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어 보았다. 입안 가득 퍼지는 들깨의 고소함과 멸치 육수의 시원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옹심이는 쫄깃쫄깃하면서도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감자를 직접 갈아서 만들어서 그런지, 감자의 풍미가 그대로 느껴졌다. 마치 할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시던 그 맛과 똑같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뚝배기를 싹 비웠다.
다음으로 오징어순대를 맛보았다. 겉은 누룽지처럼 바삭하게 구워져 있었고, 속은 갖가지 채소와 당면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한 입 베어 무니, 바삭한 껍질과 쫄깃한 오징어, 그리고 아삭아삭한 채소의 조화가 입안을 즐겁게 했다. 특히, 누룽지처럼 구워진 껍질은 고소한 풍미를 더해주었다. 속초에서 먹었던 오징어 순대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옹심이와 오징어순대를 정신없이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메밀전병을 시키는 것을 보았다. 얇게 부친 메밀전에 김치 소를 넣고 돌돌 말아 구워낸 메밀전병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 보였다. 나도 모르게 메밀전병을 추가로 주문했다.
잠시 후, 메밀전병이 나왔다. 젓가락으로 찢어 한 입 먹어보니, 매콤하면서도 고소한 김치 소가 입안 가득 퍼졌다. 메밀의 은은한 향과 김치의 매콤함이 어우러져 환상의 맛을 냈다. 옹심이와 오징어순대로 이미 배가 불렀지만, 메밀전병은 남길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지칠 법도 한데, 다들 설레는 표정이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내가 맛본 이 맛있는 음식을 다른 사람들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양양 맛집 ‘공가네 감자옹심이’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주는 곳이었고, 정겨운 시장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양양에 다시 오게 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곳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때는 옥수수 동동주도 함께 맛봐야겠다.

여행 팁:
*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길 수 있으니, 시간을 피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다.
* 옹심이 외에도 오징어순대, 메밀전병도 꼭 맛보길 추천한다.
* 양양 지역명 전통시장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주차 할인권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자.
* 브레이크 타임(15:30~17:00)을 피해서 방문해야 한다.
* 여름에는 에어컨 자리를 잘 잡아야 시원하게 식사할 수 있다.

총평
양양 전통시장의 ‘공가네 감자옹심이’는 맛, 분위기, 가격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특히, 어린 시절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옹심이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양양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다만, 웨이팅이 길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