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으로 향하는 길,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드라이브하는 내내 설렘이 가득했다. 목적지는 흑유재. 며칠 전부터 눈여겨봐 두었던, 독특한 분위기의 카페였다. 소노휴 양평 리조트 근처에 자리 잡은 흑유재는 그 이름처럼 흑과 백의 조화가 돋보이는 공간이라고 했다. 평소 모던한 건축물과 갤러리 같은 분위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곳이었다.
도착한 흑유재는 기대 이상이었다. 멀리서부터 눈에 띄는 외관은 심플한 현대식 건물에 한옥 스타일의 기와지붕을 얹어 놓은 모습이었다. 묘하게 어울리는 듯 어색한 듯, 독특한 첫인상을 풍겼다. 건물 앞 정원은 검은색과 흰색 자갈로 바닥을 채우고, 커다란 바위 몇 개를 포인트로 놓아 마치 일본식 정원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였다. 정갈하면서도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오히려 신비감을 더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바깥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1층은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진 ‘무영공간’이었다. 천장에서 드리워진 검은 천들이 공간을 분리하고, 은은한 조명이 어둠 속에서 길을 밝혔다. 마치 깊은 밤, 고요한 숲 속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었다. 2층은 ‘유영공간’이라 불리는데, 1층과는 대비적으로 흰색을 주조색으로 사용하여 밝고 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방문 당시 2층은 공사 중이라 올라가 볼 수 없었지만, 다음에 꼭 다시 방문해서 2층의 분위기도 느껴보고 싶었다.
1층 무영공간은 좌석 간 간격이 넓고, 테이블마다 검은 천으로 가림막이 쳐져 있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혼자 조용히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나는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밖으로 보이는 정원을 감상했다. 검은 자갈과 바위,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보이는 푸른 나무들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메뉴를 고르기 위해 바(Bar)로 향했다. 흑유재는 커피뿐만 아니라 다양한 차와 음료, 그리고 수제 양갱과 오란다 같은 전통 디저트도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형형색색의 과일 모양을 한 양갱이었다. 코코넛, 유자, 밤, 쑥, 홍차, 딸기, 자두, 청포도, 커피, 치즈 등 무려 10가지 맛의 양갱이 준비되어 있다고 했다. 나는 흑유재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레드빈 슈페너와 함께 10가지 맛 양갱 모둠을 주문했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카페 내부를 좀 더 둘러보았다. 흑유재는 단순한 카페라기보다는 갤러리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곳곳에 설치된 미술 작품들은 카페의 분위기를 더욱 고급스럽고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1층 무영공간에는 흑색 장막에 은은한 조명이 비쳐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빔 프로젝터로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는데, 마치 현대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드디어 레드빈 슈페너와 양갱 모둠이 나왔다. 레드빈 슈페너는 팥이 들어간 아인슈페너로, 달콤한 팥과 쌉쌀한 커피의 조화가 훌륭했다. 특히 팥의 은은한 단맛이 커피의 쓴맛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위에 올려진 크림 또한 부드럽고 달콤해서, 커피와 함께 마시니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했다.

양갱 모둠은 알록달록한 색깔과 귀여운 모양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마치 보석 상자를 열어 놓은 듯, 형형색색의 양갱들이 예쁘게 담겨 있었다. 유자, 쑥, 딸기, 청포도 등 다양한 맛의 양갱을 하나씩 맛보았다. 각각의 양갱은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담고 있었고, 많이 달지 않아서 좋았다. 특히 유자 양갱은 상큼한 유자 향이 입안 가득 퍼져, 기분까지 상쾌하게 만들어주었다. 쑥 양갱은 은은한 쑥 향이 향긋했고, 딸기 양갱은 달콤한 딸기 맛이 입안을 즐겁게 했다. 10가지 맛 모두 개성 넘치고 맛있어서, 질릴 틈 없이 순식간에 해치웠다.
흑유재의 양갱은 단순히 맛있는 디저트를 넘어, 예술 작품과도 같았다. 앙증맞은 모양과 섬세한 색감은 먹기 아까울 정도였다. 특히 양갱 위에 살짝 뿌려진 금가루는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흑유재에서는 양갱을 선물용으로도 판매하고 있었는데, 특별한 날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았다.
커피와 양갱을 즐기면서, 나는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흑유재의 고요하고 차분한 분위기는 나를 깊은 사색에 잠기게 했다.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 소리,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은 오감을 만족시켜주었다.

흑유재는 커피 맛집이기도 하지만, 그 무엇보다 특별한 공간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었다. 흑과 백, 어둠과 밝음, 전통과 현대 등 상반된 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마치 무영과 유영이라는 두 개의 세계를 넘나드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흑유재를 나섰다. 밖으로 나오니, 흑유재의 외관이 다시 한번 눈에 들어왔다. 낮에 보는 흑유재는 밤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푸른 하늘 아래, 하얀 벽과 검은 기와지붕이 더욱 선명하게 대비되었다.

양평은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도 안성맞춤이다. 서울 근교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양평 흑유재를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흑유재에서 느꼈던 평온함과 여유가 계속해서 맴돌았다. 흑유재는 단순한 카페가 아닌, 쉼을 주제로 공간을 표현한 특별한 곳이었다. 다음에 또 양평에 가게 된다면, 흑유재에 다시 방문해서 이번에는 2층 유영공간도 꼭 경험해보고 싶다. 그리고 그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흑유재의 아름다움을 나누고 싶다.
흑유재에서의 시간은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곳은 단순한 카페가 아닌, 마음의 안식처이자 영감을 주는 공간이었다. 양평을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흑유재에서 당신도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