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국도를 따라 속초로 향하는 길, 늘 지나치기만 했던 매바위 부근에서 문득 황태의 유혹이 스쳐 지나갔다. 양양고속도로의 터널들을 벗어나 잠시 여유를 부려볼까. 네비게이션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웅장한 매바위의 자태를 배경으로 자리 잡은 매바위 황태식당이었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평일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손님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나무로 마감된 따뜻한 분위기의 내부는, 밖에서 보던 웅장함과는 또 다른 편안함을 선사했다. 메뉴판을 보니 황태구이정식과 더덕구이정식이 눈에 띄었다. 4명이 방문한 우리는 황태구이정식 2인분과 더덕구이정식 2인분을 주문했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도토리묵의 쌉싸름한 향, 젓갈의 짭짤함, 갓 무쳐낸 듯 신선한 나물까지, 하나하나 맛깔스럽지 않은 것이 없었다. 특히 이 지방에서 채취했다는 고사리는 깊은 산 속의 향긋함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했다. 열 가지나 되는 밑반찬들은 마치 어머니가 차려주신 집밥처럼 정겹고 푸근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황태구이가 등장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붉은 양념을 입은 황태는 보는 것만으로도 입맛을 돋우었다.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겉은 살짝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한 황태의 식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매콤달콤한 양념은 황태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려 주었다.

더덕구이 또한 훌륭했다. 은은한 불향을 머금은 더덕은 특유의 아삭한 식감과 향긋한 풍미를 자랑했다. 황태구이의 매콤함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쌉싸름하면서도 달큰한 맛은 입안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감동은 바로 황태해장국에 있었다. 뽀얀 국물은 깊고 진한 맛을 내며, 속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내 인생 해장국이라고 감히 칭할 수 있을 정도였다. 과음한 다음 날, 이 황태해장국 한 그릇이면 숙취가 말끔히 해소될 것 같았다. 국물 안에는 부드러운 황태 살과 밥알이 가득 들어있어, 든든함까지 더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 옆에 마련된 약재 달인 물을 마시니, 입안이 개운해지고 몸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겨울에 방문하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 또한 깨끗하고 따뜻한 물이 잘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식당 바로 옆에는 매바위 인공폭포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비록 날씨가 따뜻해서 빙벽은 볼 수 없었지만,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잠시나마 더위를 식힐 수 있었다. 겨울에는 이곳에서 아찔한 빙벽 등반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 나는 왜 그동안 이 맛집을 몰랐을까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이제 속초 가는 길에는 꼭 매바위 황태식당에 들러 황태해장국 한 그릇을 비워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용대리 황태 덕장의 정기를 받아 탄생한 황태의 깊은 맛,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와 아름다운 풍경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었다. 다음에는 꼭 더덕막걸리와 감자전을 함께 즐겨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