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인하대 후문 거리는 갓 대학에 입학한 듯 풋풋한 설렘을 가득 안은 학생들로 북적였다. 며칠 전부터 친구 녀석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닭살부부’에 드디어 방문하는 날. 간판에는 닭 그림이 큼지막하게 그려져 있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곳의 숨겨진 주인공은 닭이 아닌 ‘목살’이라고 했다. 닭 그림 간판 아래에서 풍겨져 나오는, 은은하게 구워지는 고기 냄새가 발길을 더욱 재촉했다.
5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는데 벌써 가게 안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다행히 웨이팅 없이 마지막 남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 않아 옆 테이블의 활기찬 대화 소리가 웅성거리는 배경음악처럼 들려왔다. 메뉴판을 펼쳐 보니 가격이 정말 착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런 가격이라니, 대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사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듯했다.
고민할 것도 없이 친구가 강력 추천한 목살 구이를 주문했다. 잠시 후, 뜨겁게 달궈진 묵직한 무쇠 팬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곧이어 큼지막하게 썰린 목살이 팬 위로 쏟아지듯 올려졌다. 겉은 노릇하게 익고 속은 촉촉해 보이는,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잘 구워진 목살 한 점을 집어 들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으로 가득했다. 입안에 넣으니 풍부한 육즙이 터져 나오면서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더욱 깊어졌다. 과장 조금 보태서, 정말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곳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파채 무침이었다. 접시 가득 수북하게 담겨 나온 파채는 신선함이 눈으로도 느껴질 정도였다. 새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파채는 목살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입맛을 돋우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잘 구워진 목살을 파채와 함께 먹으니, 환상의 조합이었다. 고기의 고소함과 파채의 알싸함, 그리고 새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정말 쉴 새 없이 입으로 들어갔다. 솔직히, 파채만 따로 먹어도 맛있었다.
고기를 먹다가 살짝 느끼함이 느껴질 때쯤, 함께 제공되는 양념치킨 소스에 찍어 먹으니 색다른 맛이었다. 달콤하면서도 살짝 매콤한 소스가 고기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려 줬다. 마치, 어릴 적 먹던 추억의 양념치킨 맛이 느껴지는 듯했다.
뜨끈한 쌀밥 위에 목살 한 점과 파채를 올려 먹으니, 이것 또한 꿀맛이었다. 밥 한 공기를 순식간에 비워냈다. 다른 대학가 음식점과는 달리 밥이 무한리필이 아니라는 점이 조금 아쉬웠지만, 고기의 퀄리티와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했다.

함께 간 친구는 맥주가 빠질 수 없다며 시원한 생맥주를 주문했다. 톡 쏘는 탄산과 함께 시원하게 넘어가는 맥주는, 기름진 목살과의 궁합이 정말 최고였다. 목살 한 점, 파채 한 젓가락, 그리고 시원한 맥주 한 모금. 이 완벽한 조합에 그 어떤 근심 걱정도 잊혀지는 듯했다.
가게 이름이 ‘닭살부부’인 만큼, 닭 메뉴도 궁금해졌다. 그래서 파닭을 추가로 주문해 보았다. 촉촉하게 구워진 전기구이 통닭 위에, 역시나 푸짐한 파채가 듬뿍 올려져 나왔다. 통닭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특히 닭가슴살 부위도 퍽퍽하지 않고 부드러워서 놀라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곳에서는 닭보다는 목살을 꼭 먹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매장의 위생 상태가 아주 훌륭하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수저에 얼룩이 조금 남아있기도 했고, 다 먹을 때쯤 주방에서 연기가 많이 나는 바람에 홀에서 식사하기가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그리고 홀에 계시는 남자 직원분의 서비스 매너가 조금 부족하다는 인상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단점들을 덮을 만큼, 압도적인 가성비와 맛이 모든 것을 용서하게 만들었다.

계산을 하고 가게 문을 나섰다. 이미 밖에는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인하대 학생들 사이에서 왜 이곳이 ‘인싸’ 맛집으로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 그리고 훌륭한 맛까지. 3박자를 모두 갖춘 곳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닭살부부에서 먹었던 목살의 여운이 계속해서 입안에 맴돌았다. ‘닭살부부’라는 간판을 ‘목살부부’로 바꿔야 하는 건 아닐까, 라는 엉뚱한 생각도 잠시 해봤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