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그 이름만 들어도 왠지 모를 푸근함이 느껴지는 도시다. 오래된 골목길을 걷다 보면 시간마저 느리게 흐르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오늘 찾아갈 곳은 바로 그런 마산의 한 골목에 숨어있는 맛집, 4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신라초밥이다. 10년 넘게 이곳을 드나들었다는 단골의 추천은, 굳게 닫혔던 나의 미식 레이더망을 활짝 열어젖히기에 충분했다.
어스름한 저녁,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골목 어귀를 서성이며 신라초밥을 찾았다. 에서 보았던 친근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외관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나는 듯한 반가움을 안겨주었다. 낡은 듯 정감 있는 나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나를 감쌌다.
내부는 생각보다 아늑했다. 에서 보이는 것처럼,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 테이블들이 놓여 있었고, 한쪽에는 조용히 담소를 나누기 좋은 방도 마련되어 있었다. 1977년부터 이어진 역사를 증명하듯, 가게 곳곳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지만, 낡음 속에서도 따뜻함과 편안함이 느껴졌다. 마치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한 분위기였다.
자리에 앉자 메뉴판이 눈에 들어왔다. 메뉴는 단촐했다. 점심 특선, 풀코스, A코스. 고민 끝에 A코스를 주문했다. A코스는 풀코스에 회가 조금 더 나오고 새우구이가 추가된다고 했다. 왠지 모르게 끌리는 구성이었다. 곧이어 음식들이 하나둘 테이블 위를 채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전채 요리였다. 죽, 유부초밥, 샐러드, 타다끼 등이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에서 보이는 것처럼, 앙증맞은 그릇에 담긴 음식들은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우었다. 특히 죽은 따뜻하고 부드러워서 빈 속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유부초밥은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조화로웠고, 샐러드는 신선한 채소와 상큼한 드레싱이 어우러져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었다. 타다끼는 겉은 살짝 익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굽기였다.
전채 요리를 맛보는 동안, 드디어 메인 요리인 회가 등장했다. 에 담긴 화려한 비주얼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신선한 해산물이 얼음 위에 보기 좋게 담겨 나왔는데, 그 색깔과 윤기가 정말 예술이었다. 도미, 광어, 연어 등 다양한 종류의 회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가운데에는 싱싱한 해초와 앙증맞은 소라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치 바다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풍경이었다.
젓가락을 들어 조심스럽게 도미 한 점을 집어 들었다. 투명하게 빛나는 도미 살결은 탄력 그 자체였다. 초고추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맛이었다. 이어서 광어를 맛보았다. 도미와는 또 다른 쫄깃함이 일품이었다.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맛은, 왜 이곳이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회를 즐기는 동안, 사이드 메뉴들이 연이어 나왔다. 부침개, 생선 머리 구이, 메로 구이.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들이었다. 에서 볼 수 있는 생선 머리 구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은 밥반찬으로도, 술안주로도 제격이었다. 메로 구이는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었다. 느끼하지 않고 담백해서 계속 손이 갔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새우튀김이었다. 에서 보이는 것처럼, 튀김옷은 바삭하고 새우는 탱글탱글했다. 튀김옷이 두껍지 않아 새우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새우 머리 껍질을 미리 벗겨 놓았다는 점이다. 덕분에 껍질째 먹어도 불편함 없이 새우의 고소한 풍미를 즐길 수 있었다. 이런 작은 배려에서, 신라초밥의 세심함과 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미소된장국과 초밥, 새우튀김이 나왔다. 미소된장국은 따뜻하고 구수해서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느낌이었다. 초밥은 김치초밥, 계란초밥, 새우초밥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에서 보이는 김치초밥은 신라초밥의 specialty라고 했다. 살짝 기대를 하며 김치초밥을 맛보았다.
의외였다. 묵은지를 씻어내어 초밥 위에 올린 김치초밥은, 아삭아삭한 식감과 새콤한 맛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흔히 먹는 초밥과는 전혀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다른 초밥들은 평범한 수준이었지만, 김치초밥 덕분에 밋밋함을 덜 수 있었다.
을 보고 있자니 또 먹고 싶어진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1인당 3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이렇게 푸짐하고 퀄리티 좋은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6만원, 8만원 하는 다른 일식집에 가봐도, 기성품을 데워 내놓거나, 너무 많은 음식을 정신없이 내놓아 뭘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신라초밥은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훌륭했다.
신라초밥은 오래된 건물만큼이나, 깊은 맛과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들은, 마치 고향집에서 먹는 밥처럼 편안하고 푸근했다. 가끔은 이런 소박하고 정겨운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오는 길, 에서 보았던 가게 문 앞에서 다시 한번 신라초밥을 올려다보았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온 이곳은, 단순한 횟집이 아닌, 마산의 역사와 추억이 담긴 소중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 그때는 꼭 예약을 하고 가야겠다. 왠지 모르게, 금세 또 자리가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마산 지역을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추천하는 맛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