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보러 가는 길, 보현산 아래 숨겨진 아시아의 맛, 영천 쌀국수 맛집 기행

어스름한 저녁, 도시의 불빛을 벗어나 영천의 보현산 천문대로 향하는 길, 굽이굽이 산길을 오르다 보니 문득 따뜻한 국물이 간절해졌다. 매서운 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찰나, 길가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쌀국수집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오아시스처럼 반가운 마음에 이끌려 차를 멈췄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깔끔한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은은한 조명 아래,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벽면에 걸린 메뉴 사진들을 보니, 쌀국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남아시아 요리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메뉴판
벽면에 걸린 메뉴 사진은 마치 갤러리처럼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했다.

고민 끝에, 뜨끈한 국물이 땡겼던 나는 쌀국수를 주문했고, 짝꿍은 볶음밥류를 골랐다. 기다리는 동안, 식당 안을 둘러보니 가족 단위 손님들이 꽤 많았다. 넓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우는 모습이 정겨웠다. 곧이어, 쌀국수와 볶음밥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먼저 쌀국수. 검은색 깊은 그릇에 담겨 나온 쌀국수는 보기만 해도 속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뽀얀 국물 위로 얇게 슬라이스 된 소고기가 넉넉하게 올려져 있었고, 싱싱한 숙주와 송송 썰린 파가 푸짐하게 얹어져 있었다. 코를 찌르는 향긋한 고수 향은 없었지만, 대신 친숙한 향신료 향이 은은하게 풍겨왔다.

쌀국수
진한 국물과 푸짐한 고명이 인상적인 쌀국수.

국물부터 한 모금 맛보니, 깊고 진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오랜 시간 정성껏 우려낸 육수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도는 국물은 차가운 몸을 순식간에 녹여주었다. 면은 부드럽고 쫄깃했고, 숙주는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았다. 소고기는 야들야들 부드러워서 입에서 살살 녹았다. 특히, 테이블마다 놓여있는 특제 소스를 곁들여 먹으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더해져 쌀국수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쌀국수 근접샷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리니, 윤기가 좌르르 흘렀다.

짝꿍이 시킨 볶음밥도 맛보았다. 밥알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 고슬고슬하게 볶아져 나왔다. 짭짤한 간장 베이스에, 각종 채소와 해산물이 듬뿍 들어가 있어 다채로운 식감을 자랑했다. 특히, 큼지막한 새우가 통째로 들어가 있어 먹는 즐거움을 더했다. 볶음밥 위에는 신선한 샐러드가 곁들여져 나왔는데, 아삭한 채소와 상큼한 드레싱이 느끼함을 잡아주어 좋았다.

볶음밥
고슬고슬한 볶음밥과 신선한 샐러드의 조화.

뿐만 아니라, 카이톳과 짜조도 함께 주문했다. 카이톳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튀김이었는데, 함께 제공된 소스에 찍어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짜조는 얇은 라이스페이퍼에 각종 채소와 고기를 넣어 튀긴 롤이었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쉴 새 없이 입으로 들어갔다. 특히, 짜조는 쌀국수 국물에 살짝 적셔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짜조
겉바속촉의 정석, 짜조.

음식을 먹는 동안,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응대해주셔서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부족한 반찬은 없는지, 입맛에 맞는지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모습에 감동했다. 알고 보니, 사장님께서는 오랫동안 동남아시아 음식을 연구해오신 베테랑 요리사라고 하셨다. 현지에서 직접 공수해온 식재료를 사용하여, 정통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고.

어느덧, 쌀국수 한 그릇과 볶음밥, 카이톳, 짜조까지 깨끗하게 비워냈다.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다음에 영천에 오게 되면, 꼭 다시 들러 다른 메뉴들도 맛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밤하늘에는 별들이 쏟아질 듯 반짝이고 있었다. 따뜻한 쌀국수 국물 덕분인지, 몸도 마음도 훈훈해지는 기분이었다. 보현산 천문대로 향하는 길, 영천에서 만난 작은 쌀국수 맛집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천문대를 방문하기 전이나 후에, 따뜻하고 든든한 한 끼 식사를 하고 싶다면, 이곳을 강력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특제 소스
매콤달콤한 특제 소스는 쌀국수의 맛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준다.
곁들임 메뉴
다양한 곁들임 메뉴도 준비되어 있어, 풍성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또 다른 메뉴
다음에는 꼭 다른 메뉴도 맛봐야지!
한상차림
푸짐한 한상차림에 행복했던 저녁 식사.
쌀국수 디테일
다시 봐도 군침이 도는 쌀국수의 비주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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