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깨우는 얼큰함, 창원 팔용동 알곤이탕 노포에서 만난 인생 맛집

찬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늦가을,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이 간절해졌다. 창원에서 알곤이탕으로 명성이 자자한 노포, ‘새벽식당’이 문득 떠올랐다. 20년 넘게 한 자리를 지켜온 곳이라니, 그 깊은 맛에 대한 기대감이 꼬리처럼 따라붙었다. 망설일 틈 없이 곧장 차를 몰아 창원 팔용동 농수산물 직판장으로 향했다.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곳은 활기 넘치는 농수산물 시장 안. 왁자지껄한 시장 분위기 속에서 ‘새벽식당’ 간판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주변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손길들과 싱싱한 해산물 냄새, 갓 수확한 채소의 푸릇한 향기로 가득했다. 간판을 보는 순간, 왠지 모를 설렘과 함께 ‘제대로 찾아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활기 넘치는 농수산물 시장 입구
활기 넘치는 농수산물 시장 입구. 이곳에 숨겨진 보석같은 맛집이 있다.

점심시간을 살짝 비껴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앞에는 이미 십여 명의 손님들이 줄을 서 있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기다리는 동안, 식당 벽에 붙은 안내문을 힐끗 보았다. 평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토요일과 공휴일은 오후 3시까지 영업하며,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이라고 한다.

새벽식당 영업시간 안내
식당 입구에 붙어있는 영업시간 안내. 브레이크 타임을 꼭 확인하자.

기다림 끝에 드디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식탁과 의자는 새것으로 정돈되어 있어 깔끔한 인상을 주었다. 테이블 간 간격은 넓지 않았지만, 북적거리는 활기찬 분위기가 오히려 정겹게 느껴졌다.

메뉴판은 단촐했다. 알탕, 곤이탕, 그리고 알찜. 고민할 것도 없이,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알곤이탕을 주문했다. 알과 곤이를 섞어 먹는 것이 진리라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뚝배기가 테이블에 놓였다.

보글보글 끓는 알곤이탕
테이블 위에서 보글보글 끓는 알곤이탕. 보기만 해도 속이 풀리는 듯하다.

진한 붉은 빛깔의 국물 위로 듬뿍 올려진 향긋한 미나리가 식욕을 자극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휘저으니, 탱글탱글한 알과 뽀얀 곤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참을 수 없는 향에 이끌려 국물부터 한 입 맛보았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아, 이 맛!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알은 어찌나 신선한지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식감이 일품이었다. 곤이 또한 부드럽고 고소했다. 특히, 참기름 향이 은은하게 풍기는 것이, 재료 하나하나에 얼마나 신경 썼는지 알 수 있었다.

싱싱한 알과 곤이가 가득
탱글탱글한 알과 뽀얀 곤이.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함께 나온 밑반찬들도 훌륭했다. 특히, 다진 마늘이 듬뿍 들어간 김치는 알싸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갓 지은 좁쌀밥 위에 김치를 얹어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다진 마늘이 듬뿍 들어간 김치
알싸한 마늘 향이 매력적인 김치. 갓 지은 밥과 환상적인 조합이다.

정신없이 알곤이탕을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칼칼한 국물에 밥을 비벼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배가 불렀지만, 숟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다. 결국 밥 한 공기를 추가해 국물에 싹싹 비벼 먹었다.

아쉬운 마음에 라면 사리를 추가할까 고민했지만, 이미 배는 포화 상태였다. 다음에는 꼭 알찜에 도전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면서, 주인 아주머니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아주머니는 퉁명스러운 듯하면서도 정감 있는 말투로 “또 오세요.”라고 답해주셨다.

식당을 나서니,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저녁 하늘이 나를 맞이했다. 뜨끈한 알곤이탕 덕분에 온몸이 따뜻해진 기분이었다. 창원 팔용동 맛집 ‘새벽식당’. 허름한 농수산물 시장 안에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었다.

다음에 또 방문할 것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땐 꼭 알찜과 막걸리를 함께 즐겨봐야지. 창원 지역민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던, 행복한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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