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한 저녁, 행당시장 골목 어귀에 다다르자 왁자지껄한 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혔다. 발길을 멈추고 보니, 그 소리의 진원지는 다름 아닌 땅코참숯구이였다. 이미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가게 앞에서, 나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30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내 이름이 불리고 안으로 들어섰다.
가게 안은 활기찬 에너지로 가득했다. 테이블마다 연기를 빨아들이는 환풍구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숯불 향과 맛있는 고기 냄새는 어쩔 수 없이 공기 중에 섞여 있었다. 나는 얼른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쳤다. 메뉴는 심플했다. 목살, 삼겹살, 갈매기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곳의 간판 메뉴인 목살 5인분과 삼겹살 2인분, 그리고 항정살 1인분을 주문했다. 넷이 함께하는 자리니, 이 정도는 거뜬하리라 생각했다.
주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짭짤한 젓갈, 깔끔한 맛의 생와사비, 그리고 고소한 콩나물무침까지,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김치가 들어간 비지찌개였다. 뚝배기에 담겨 보글보글 끓는 모습이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고기가 나오기도 전에 숟가락을 들 뻔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목살이 등장했다. 선홍빛 색깔에 촘촘히 박힌 마블링이 신선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큼지막한 새송이버섯도 함께 나왔는데, 통으로 구워 먹으면 그 풍미가 남다르다고 했다. 불판이 달궈지자, 직원분께서 능숙한 솜씨로 고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숯불 향이 코를 찔렀다. 기다리는 동안 침이 꼴깍 넘어갔다. 직원분은 고기가 타지 않도록 끊임없이 뒤집고 잘라주셨다. 덕분에 우리는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며 기다릴 수 있었다. 고기가 어느 정도 익자, 직원분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불판 위에 가지런히 놓아주셨다. 이제 먹어도 된다는 신호였다.

젓가락을 들어 가장 먼저 잘 익은 목살 한 점을 집어 들었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표면이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망설임 없이 소금에 살짝 찍어 입으로 가져갔다.
입 안 가득 퍼지는 육즙!
그야말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고, 숯불 향이 은은하게 퍼져 나갔다.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왜 사람들이 이곳을 목살 맛집이라고 부르는지 단번에 이해가 갔다.
이번에는 쌈을 싸서 먹어보기로 했다. 신선한 쌈 채소 위에 잘 구워진 목살을 올리고, 콩나물무침과 쌈장을 듬뿍 넣어 한 입에 넣었다. 아삭아삭한 채소의 식감과 매콤한 쌈장, 그리고 육즙 가득한 목살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였다.

목살을 어느 정도 먹고 나니, 삼겹살이 나왔다. 삼겹살 역시 훌륭한 비주얼을 자랑했다. 껍데기 부분이 바삭하게 익은 모습이 식욕을 자극했다. 삼겹살은 목살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쫄깃한 식감과 고소한 기름이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고기를 먹는 중간중간, 비지찌개도 잊지 않았다.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끼함을 싹 잡아주었다. 비지찌개 안에는 잘 익은 김치가 듬뿍 들어있었는데, 시원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고기를 다 먹어갈 때쯤, 후식으로 냉면을 주문했다. 5,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맛도 훌륭했다. 시원한 육수와 쫄깃한 면발이 입 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줬다. 특히, 고기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는 듯했다. 옆 테이블에서 주문한 “전투라면”의 매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지만, 이미 배가 너무 불러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배는 빵빵했지만 마음은 더욱 풍족해진 기분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사람들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땅코참숯구이는 단순한 고깃집이 아닌, 추억을 만들고 공유하는 공간이었다.
다음에 또 방문할 것을 기약하며, 나는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문득 고기를 구워주시던 직원분의 따뜻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분들의 정성 덕분에 더욱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잘 되는 가게는 역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땅코참숯구이는 내게 최고의 고기집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어설픈 소고기 대신, 이곳에서 맛있는 돼지 목살을 배불리 먹는 것이 훨씬 만족스러울 것이다. 행당시장을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단, 웨이팅은 감수해야 한다. 그만큼 가치 있는 맛이니까.

돌아오는 길, 옷에 밴 숯불 냄새마저 향긋하게 느껴졌다. 오늘 밤은 땅코참숯구이 덕분에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는 꼭 전투라면에 도전해 봐야지. 그리고, 그때는 조금 더 일찍 가서 웨이팅을 피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