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겨울의 매서운 바람이 잦아들고, 따스한 햇살이 조금씩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는 즈음이었다. 묵직했던 외투를 벗어 던지고, 오랜만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용산, 그중에서도 요즘 핫하다는 용리단길로 향했다. 오늘의 목적지는 미슐랭 빕구르망에도 선정되었다는 능동미나리. 평소 미나리의 향긋함을 즐기는 나에게 이곳은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었다.
신용산역에서 내려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멀리서부터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곳이 보였다. 바로 능동미나리 앞이었다. 짙은 회색 기와를 얹은 단층 건물,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듯하면서도 깔끔한 외관이 눈에 띄었다. 가게 앞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평일 점심시간을 살짝 비껴간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가게 유리창에는 ‘육회비빔밥’, ‘미나리곰탕’ 등의 메뉴가 정갈한 글씨체로 적혀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메뉴를 훑어보며 어떤 음식을 맛볼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고, 주변을 잠시 둘러봤다. 가게 앞에는 메뉴판과 함께 2025 미슐랭 빕구르망 선정 마크가 자랑스럽게 붙어 있었다. 20분쯤 기다렸을까,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내부는 생각보다 넓지 않았지만,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이었다.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었고, 나는 2층으로 안내받았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불편함은 없었다. 노포의 정겨운 분위기와 현대적인 깔끔함이 공존하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벽면에는 메뉴 사진과 함께 능동미나리의 이야기가 담긴 액자들이 걸려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았다. 능동미나리의 대표 메뉴는 단연 미나리 곰탕. 맑은 곰탕에 미나리가 듬뿍 올라간 비주얼은 상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이게 했다. 하지만, 곰탕만큼이나 유명한 메뉴가 있었으니, 바로 능동 육회비빔밥이었다. 고추장 대신 간장 베이스로 양념했다는 설명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고민 끝에, 능동미나리의 시그니처 메뉴인 미나리 곰탕과 능동 육회비빔밥을 주문하기로 결정했다.
주문을 마치자, 곧바로 밑반찬이 세팅되었다. 놋쇠 느낌의 그릇에 담겨 나온 반찬들은 정갈하고 깔끔했다. 잘 익은 석박지, 꼬들꼬들한 꼬들빼기가 들어간 오징어 젓갈, 그리고 향긋한 미나리 무침이 입맛을 돋우었다. 특히 미나리 무침은 참기름의 고소한 향과 새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정말 맛있었다.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부터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미나리 곰탕이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초록색 미나리가 수북하게 쌓여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마치 초록색 눈이 소복하게 쌓인 듯한 비주얼이었다. 놋쇠 그릇에 담겨 나온 곰탕은 더욱 고급스럽고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는 비주얼이었다.

먼저 국물부터 한 모금 맛보았다. 맑고 깔끔한 국물은 깊은 풍미를 자랑했다. 기름기는 적고, 깔끔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곰탕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슴슴한 듯하면서도 은은하게 느껴지는 감칠맛이 훌륭했다. 국물 안에는 밥이 토렴되어 있었다. 뜨끈한 국물에 말아진 밥은 부드럽게 술술 넘어갔다.
다음은 미나리와 함께 밥을 떠서 먹어보았다. 아삭아삭 씹히는 미나리의 식감이 정말 좋았다. 향긋한 미나리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곰탕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렸다. 곰탕만 먹었을 때는 슴슴하다고 느꼈는데, 미나리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었다. 미나리는 곰탕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신선함을 더해주는 역할을 했다.
곰탕 안에는 고기도 넉넉하게 들어 있었다. 부드럽게 삶아진 고기는 쫄깃한 식감도 살아 있었다. 고기만 먹어도 맛있었지만, 미나리와 함께 먹으니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곰탕에 들어간 밥, 고기, 미나리의 조합은 정말 훌륭했다. 슴슴한 곰탕에 잘 익은 석박지를 곁들여 먹으니, 그 맛이 더욱 좋았다. 시원하고 아삭한 석박지는 곰탕의 맛을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었다.
미나리 곰탕을 맛있게 먹고 있을 때, 능동 육회비빔밥이 나왔다. 육회비빔밥 역시 놋쇠 그릇에 담겨 나왔다. 붉은 빛깔의 육회와 초록색 미나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은 식욕을 자극했다. 육회 위에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노른자가 얹어져 있었다.

능동 육회비빔밥은 일반적인 육회비빔밥과는 달리, 고추장 대신 간장 베이스의 특제 소스로 양념한다고 한다. 젓가락으로 살살 비벼서 한 입 맛보았다.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간장 소스가 육회와 어우러져 정말 맛있었다. 고소한 참기름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것도 좋았다. 육회는 신선하고 부드러웠고, 미나리는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을 더해주었다. 간장 소스 덕분에 느끼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육회비빔밥에는 잘게 썰은 무도 함께 들어 있었다. 무의 아삭아삭한 식감이 육회비빔밥의 풍미를 더욱 살려주었다. 간장 소스에 비벼진 밥알 하나하나에 육회의 풍미와 미나리의 향긋함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곰탕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맛이었다. 슴슴한 곰탕 국물을 번갈아 마시면서 육회비빔밥을 먹으니, 그 조화가 정말 훌륭했다.
능동미나리에서는 육회비빔밥을 김에 싸서 먹는 것도 추천한다고 한다. 함께 제공된 김에 육회비빔밥을 싸서 먹어보니, 색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었다. 김의 바삭한 식감과 짭짤한 맛이 육회비빔밥과 잘 어울렸다. 김 덕분에 육회비빔밥의 풍미가 더욱 깊어지는 느낌이었다.

미나리 곰탕과 능동 육회비빔밥, 두 가지 메뉴 모두 정말 만족스러웠다. 곰탕은 맑고 깔끔한 국물과 향긋한 미나리의 조화가 돋보였고, 육회비빔밥은 간장 소스의 감칠맛과 신선한 육회의 풍미가 인상적이었다. 밑반찬으로 제공된 미나리 무침 또한 훌륭했다. 능동미나리는 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맛집인지, 왜 미슐랭 빕구르망에 선정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1층으로 내려왔다. 계산대 앞에는 능동미나리의 역사를 담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오래된 흑백 사진 속에는 능동미나리의 초창기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사진들을 보면서 능동미나리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온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능동미나리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특별한 경험이었다. 향긋한 미나리와 정성 가득한 음식들을 맛보면서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용산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능동미나리에 꼭 한번 들러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특히 미나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능동미나리는 인기가 많은 만큼 웨이팅이 길다는 단점이 있다. 주말이나 점심시간에는 30분에서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웨이팅을 피하고 싶다면, 오픈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피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다. 가게는 신용산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주차는 불가능하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능동미나리를 나와 용리단길을 따라 걸으면서, 다시 한번 미나리의 향긋함이 떠올랐다. 다음에는 능동미나리의 또 다른 인기 메뉴인 수육과 전골을 맛보러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용산에서 특별한 맛집을 찾는다면, 능동미나리를 강력 추천한다. 향긋한 미나리의 유혹에 빠져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