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군청 뒤, 숨겨진 간장게장 조림 맛집 어영차 만선의 향토 밥상

진도 여행, 그 설렘 가득한 여정 속에서 현지인이 추천하는 숨겨진 맛집을 찾아 나서는 것은 특별한 행운과도 같다. 굽이굽이 이어진 좁은 골목길을 따라,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듯 발걸음을 옮겼다. 진도 군청 근처, 그 뒤편에 자리 잡은 ‘어영차 만선’이라는 작은 식당이 오늘의 목적지다. 간판에는 ‘진도의 맛집’이라는 문구가 수줍게 적혀 있었다.

주차는 조금 어려울 수 있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했지만, 다행히 식당 근처 골목길 한쪽에 자리를 찾아 차를 세울 수 있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소박하지만 정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테이블 몇 개가 놓인 아담한 공간, 한눈에 들어오는 오픈 주방은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어영차 만선 식당 외부
소박하지만 정겨운 분위기의 어영차 만선

메뉴판을 살펴보니 갈치조림, 병어조림, 간장게장 등 다양한 향토 음식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제철을 맞은 병어조림과 간장게장이 인기 메뉴라고 했다. 잠시 고민하다가, 간장게장과 병어조림을 모두 맛보기로 결정했다. 기대감에 부푼 마음으로 주문을 마치고, 식당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벽 한쪽에는 메뉴 사진과 함께 가격 정보가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었다. 갈치조림과 병어조림은 1인분에 13,000원, 15,000원. 간장게장은 50,000원이었다. 식사류 외에도 꽃게탕, 마른생선 가격도 적혀있다. 10시 30분부터 저녁 9시까지 영업시간이 적혀있는 안내문도 보인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김치, 콩나물무침, 깻잎장아찌, 멸치볶음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들이었다. 특히 깻잎장아찌는 짜지 않고 은은한 향이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서 맛보는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어영차 만선 메뉴판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병어조림이 등장했다. 냄비 안에는 큼지막한 병어와 함께 무, 양파, 파 등 다양한 채소가 듬뿍 들어 있었다. 붉은 양념이 자작하게 졸아든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코를 찌르는 매콤한 향은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병어 한 점을 조심스럽게 들어 맛을 보았다. 부드러운 살점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고,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양념은 혀를 감쌌다. 신선한 병어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밥 한 숟갈 크게 떠서 병어 살점과 함께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조림에 들어간 무는 양념이 푹 배어들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무의 맛은 매콤한 병어조림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양파와 파 역시 아삭아삭한 식감을 더하며 풍성한 맛을 선사했다.

병어조림

이어서 간장게장이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게딱지 안에는 주황색 알이 가득 차 있었다. 간장게장 특유의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젓가락으로 게딱지 안의 알과 살을 조심스럽게 긁어모아 밥 위에 얹어 먹으니, 입안에서 황홀한 맛이 펼쳐졌다. 신선한 게살은 부드럽고 촉촉했으며, 알은 톡톡 터지는 식감이 일품이었다.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는 것은 간장게장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다. 김가루까지 뿌려 함께 비벼 먹으니, 고소한 맛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이며 게눈 감추듯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밑반찬으로 나온 간재미 무침 또한 훌륭했다. 꼬들꼬들한 간재미의 식감과 새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특히 막걸리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배가 되는 듯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진도 특산물인 울금 막걸리가 아닌 일반 막걸리였다는 것이다. 탄산이 부족하고 싱거운 맛은 조금 아쉬웠다.

막걸리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빵빵하게 불러왔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맛있게 먹은 음식에 대한 만족감과 함께, 조금 더 오래 이곳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을 마치고 식당을 나서려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환한 미소로 배웅해 주셨다. 마치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온 손주를 대하는 듯한 따뜻함이 느껴졌다.

‘어영차 만선’은 화려하거나 세련된 분위기의 식당은 아니지만, 정갈한 음식과 따뜻한 인심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마치 고향집에서 맛보는 듯한 푸근한 밥상은 여행의 피로를 잊게 해 주었다. 진도 여행 중 현지인의 추천으로 방문하게 된 ‘어영차 만선’. 구글 리뷰조차 없는 숨겨진 진도 보석 같은 맛집이지만, 나는 감히 최고의 식당 중 하나로 꼽고 싶다. 다음 진도 방문 때에도 꼭 다시 들러, 잊지 못할 맛있는 추억을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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