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숨은 보석, 명동에서 맛보는 정통 미성옥 설렁탕 맛집 기행

명동의 복잡한 거리를 걷다 보면, 마치 미로처럼 얽힌 좁은 골목길들이 나타난다. 그 틈새 어딘가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설렁탕 전문점, ‘미성옥’이 숨어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왠지 모르게 끌리는 마음에, 점심시간을 살짝 비켜 그 골목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붉은색과 파란색이 섞인 간판이 눈에 띄었는데, 자세히 보니 ‘설렁탕’이라는 세 글자가 정갈하게 적혀 있었다. 드디어 제대로 찾아왔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낡은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후끈한 열기가 훅 끼쳐왔다. 테이블 몇 개 놓인 아담한 공간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다행히 한쪽 구석에 자리가 남아있어 냉큼 앉았다. 벽에는 오래된 메뉴판이 붙어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스테인리스 물통과 컵, 그리고 은색 뚜껑이 덮인 설렁탕용 양념통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었다.

“여기 설렁탕 특으로 하나 주세요!”

주문이 끝나자마자, 직원분은 능숙한 솜씨로 밑반찬을 세팅해주셨다. 뽀얀 설렁탕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김치와 깍두기! 테이블에 놓이자마자 시선을 강탈하는 강렬한 붉은 색감이, 입맛을 확 돋우었다. 특히 깍두기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아삭해 보였다.

잘 익은 깍두기와 배추김치가 담긴 접시, 그리고 파가 듬뿍 올려진 설렁탕
보기만 해도 입맛을 돋우는 깍두기와 설렁탕의 조화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설렁탕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뽀얀 국물이 아닌 맑은 국물에, 송송 썰린 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에 절로 침이 꼴깍 넘어갔다. 놋그릇은 아니었지만, 검은색 뚝배기에 담겨 나온 설렁탕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멋스러웠다. 국물 안에는 소면과 함께, 부드러워 보이는 고기 몇 점이 숨어 있었다.

국물을 먼저 한 숟갈 떠 맛보았다. 첫 맛은 맑고 깔끔했다. 곰탕처럼 맑으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고, 느끼함은 전혀 없었다. 어렸을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깊고 진한 고기 국물이 떠오르는 맛이었다. 인위적인 조미료 맛이 아닌, 제대로 우려낸 육수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다음으로는 고기를 맛볼 차례.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건져 올린 고기는, 보기에도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한 입 베어 무니, 역시나 입에서 살살 녹는 듯한 식감이었다. 질긴 느낌은 전혀 없이, 정말 부드러운 한우의 풍미가 그대로 느껴졌다. 흔히 먹는 설렁탕의 질긴 고기와는 차원이 달랐다.

맑은 국물에 소면과 고기가 들어있는 설렁탕
맑고 깊은 맛이 일품인 설렁탕

함께 들어있던 소면은, 아쉽게도 내 입맛에는 살짝 아쉬웠다. 면 자체에 간이 배어있지 않아, 밀가루 맛이 살짝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음에는 소면을 빼고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국물 자체가 워낙 훌륭했기에, 소면의 아쉬움은 금세 잊혀졌다.

이제 깍두기를 맛볼 차례. 잘 익은 깍두기는, 보기만큼이나 시원하고 아삭했다. 적당히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설렁탕의 담백함을 더욱 돋보이게 해줬다. 특히, 살짝 신맛이 도는 깍두기 국물은 정말 설렁탕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깍두기를 한 입 베어 물고, 뜨끈한 설렁탕 국물을 들이켜니,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어느 정도 설렁탕을 맛본 후, 테이블에 놓인 후추를 살짝 뿌려봤다. 그랬더니, 국물의 풍미가 더욱 깊어졌다. 후추의 알싸한 향이, 설렁탕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깔끔한 맛을 더했다.

밥을 말아 먹으니, 든든함이 밀려왔다. 국물에 밥알이 퍼지면서, 더욱 부드러워진 식감이 좋았다. 깍두기를 곁들여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쉴 새 없이 숟가락을 움직였다.

검은색 뚝배기에 담겨 김이 모락모락 나는 설렁탕
뜨끈한 국물이 온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준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온 손님들도 꽤 많았다. 다들 말없이 설렁탕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명동의 혼밥 성지라고 불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좁은 골목길에 위치해 있지만, 아침 6시부터 문을 열어, 많은 사람들에게 든든한 아침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특’ 설렁탕임에도 불구하고 고기 양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었기에, 조금 더 푸짐하게 제공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워낙 바쁜 시간대라 그런지, 직원분들이 김치 추가를 요청하기가 다소 어려웠다. 홀에 계신 직원분이 두 분밖에 되지 않아, 서빙과 계산을 모두 담당하시기 때문인 듯했다.

다음번 방문 때는 꼭 수육을 먹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 이곳 수육이 정말 맛있다고 칭찬일색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맑은 설렁탕 국물과 함께 즐기는 수육은, 낮술을 부르는 최고의 조합이라고 한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좁은 골목길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다. 복잡한 명동 거리와는 또 다른,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미성옥은, 단순한 설렁탕집이 아닌, 명동의 역사와 함께해온 추억의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성옥 간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미성옥 간판

미성옥은, 화려하고 세련된 맛집은 아니지만, 정직하고 깊은 맛으로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곳이다. 명동에서 쇼핑이나 관광을 하다가, 따뜻한 국물이 생각난다면, 미성옥에 들러 든든한 설렁탕 한 그릇을 맛보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좁은 골목길을 헤쳐 찾아가는 재미는 덤이다.

뚝배기 안 설렁탕 국물
깊고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올린 모습
소면과 함께 즐기는 설렁탕
접시에 담긴 김치와 깍두기
설렁탕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김치와 깍두기
테이블 위에 놓인 설렁탕
소박하지만 정갈한 설렁탕 한 상
젓가락으로 고기를 집어올린 모습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고기
설렁탕과 김치, 깍두기
든든한 한 끼 식사

Author: ad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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