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완연한 가을, 쌀쌀해진 날씨 탓인지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이 자꾸만 떠올랐다. 문득 지인의 추천으로 알게 된 용산의 맛집, ‘섬집’의 꽃게탕이 머릿속을 스쳤다. 꽃게탕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좋아하는 나였기에,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 한복판, 그것도 용산에 위치한 꽃게탕 전문점이라니, 묘한 기대감과 함께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섬집’ 건물을 마주했다. 웅장한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건물 하나를 통째로 식당으로 사용하고 있다니, 그 규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건물 외벽에 걸린 “섬집”이라는 간판은 오랜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했다. 간판 옆에는 ‘엄마의 정성, 건강한 밥상’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 댁에 방문했을 때 느꼈던 푸근함이랄까.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깔끔한 공간이 펼쳐졌다. 1층은 입구였고, 식사 공간은 주로 2층과 4층에 마련되어 있는 듯했다. 엘리베이터 옆 벽면에는 방문객들의 흔적이 가득한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저마다의 추억과 감사의 메시지가 담긴 글들을 하나하나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는 기대감에 부푼 사람들의 얼굴이 가득했다. 나 역시 그들과 같은 마음으로, 꽃게탕을 맛볼 생각에 한껏 들떠 있었다.
2층에 도착하니, 직원분들이 친절하게 맞이해주셨다. 네이버 예약을 하고 방문했더니, 더욱 세심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역시나 가장 눈에 띄는 메뉴는 단연 꽃게탕이었다. 꽃게탕 외에도 육전, 와다비빔밥, 게장 등 다양한 메뉴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잠시 고민했지만, 꽃게탕을 맛보러 온 만큼, 꽃게탕과 와다비빔밥을 함께 주문했다. 꽃게탕만 먹기에는 아쉬울 것 같아 육전도 추가로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정갈한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를 채워나갔다. 콩나물무침, 김치, 멸치볶음 등 소박하지만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들이었다. 특히 슴슴하게 무쳐낸 콩나물은 꽃게탕의 매콤함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반찬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섬세함에, 메인 메뉴인 꽃게탕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져갔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꽃게탕이 등장했다. 냄비 가득 담긴 붉은 국물과 신선한 꽃게의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게 했다. 큼지막하게 썰린 대파와 애호박, 쑥갓 등의 채소들이 꽃게와 어우러져 시각적인 풍성함을 더했다. 코를 찌르는 매콤한 향은 식욕을 더욱 자극했다. 국물이 끓기 시작하자, 테이블 위는 금세 붉은 기운으로 가득 찼다.

국물이 어느 정도 끓자, 직원분께서 먹기 좋게 꽃게를 손질해주셨다. 반으로 잘린 꽃게 안에는 탱글탱글한 꽃게살이 가득 차 있었다. 젓가락으로 살살 긁어 국물과 함께 맛보니, 입안 가득 퍼지는 꽃게의 풍미는 그야말로 황홀경이었다. 신선한 꽃게에서 우러나온 깊은 맛과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텁텁함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국물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꽃게살을 발라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껍데기 안에 숨어있는 살들을 꼼꼼하게 발라 먹었다. 특히 톡톡 터지는 알이 가득한 꽃게는 최고의 별미였다. 꽃게 특유의 달콤함과 짭짤함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뜨끈한 국물에 밥을 말아 꽃게살과 함께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꽃게탕을 어느 정도 먹고 있을 때, 와다비빔밥이 나왔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와다비빔밥은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다. 김가루와 깨소금이 듬뿍 뿌려진 밥 위에 싱싱한 계란 노른자가 톡 터져 있었다. 와다, 즉 게 내장은 생각보다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밥과 함께 비벼 먹으니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와다비빔밥만 먹기에는 조금 아쉬워서, 꽃게탕 국물과 함께 먹으니 그 조화가 훌륭했다. 와다비빔밥의 고소함과 꽃게탕의 매콤함이 어우러져, 입안에서 다채로운 맛의 향연이 펼쳐졌다. 특히 김가루의 짭짤한 맛이 더해져,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비워냈다.
마지막으로 육전이 나왔다. 얇게 저민 소고기에 계란 옷을 입혀 구워낸 육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뜨거울 때 바로 먹으니,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함께 제공된 양파절임과 곁들여 먹으니, 느끼함도 잡아주고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꽃게탕에 라면사리를 추가하지 않은 것이 후회될 정도로, 국물이 정말 맛있었다. 저녁이 되니 남은 국물에 밥을 볶아 먹지 못한 것이 계속 생각났다. 다음에는 꼭 라면사리를 추가해서 먹고, 볶음밥까지 야무지게 먹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어둑해진 밤거리였다.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섬집’을 나섰다. 건물 밖으로 나오니, 은은한 조명이 ‘섬집’이라는 간판을 비추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오랜 친구를 배웅하는 듯 따뜻하게 느껴졌다.

‘섬집’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꽃게탕의 깊은 맛과 정갈한 밑반찬, 친절한 서비스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가족들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고, 부모님을 모시고 오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중장년층 손님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하니,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
용산에서 맛있는 서울의 꽃게탕 맛집을 찾는다면, 주저 없이 ‘섬집’을 추천하고 싶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나 역시 조만간 다시 방문해서, 그 인생 꽃게탕을 다시 한번 맛볼 예정이다. 그때는 꼭 라면사리와 볶음밥까지 클리어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