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연차를 내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에 차에 시동을 걸었다. 목적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핸들을 돌리다 보니 어느새 시흥 물왕저수지에 도착했다.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잠시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문득, 짭조름한 간장게장이 떠올랐다. 며칠 전부터 계속 머릿속을 맴돌던 그 녀석을 드디어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 물왕저수지 근처에 간장게장으로 유명한 곳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곧장 ‘봉순게장 물왕본점’으로 향했다.
평일 늦은 점심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얼마나 기다려야 하냐고 여쭤보니 1시간 45분이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간장게장에 꽂혀버린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식당 바로 앞에 펼쳐진 물왕저수지를 바라보며 친구와 수다를 떨다 보니, 시간은 생각보다 금방 흘러갔다. 한 시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넓고 쾌적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메뉴는 단 하나, ‘봉순게장 정식’이었다. 1인당 19,000원이라는 가격이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간장게장, 양념게장, 새우장까지 모두 맛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성비는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메뉴를 주문하자마자, 순식간에 테이블 위로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차려졌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간장게장이었다. 큼지막한 게 뚜껑 위에 올려진 붉은 고추와 쪽파 고명이 식욕을 자극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간장 양념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조심스럽게 게 뚜껑을 열어보니, 뽀얀 게살이 가득 차 있었다. 젓가락으로 살살 긁어 모아 밥 위에 얹어 한 입 크게 먹으니, 입 안 가득 퍼지는 풍미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짜지 않고 삼삼한 간장 양념은 게살의 단맛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다음으로 맛본 것은 양념게장이었다. 매콤한 양념 냄새가 코를 찌르는 듯했다. 큼지막한 게 다리 하나를 집어 들고 살을 쭉 짜서 밥 위에 얹어 먹으니, 매콤달콤한 양념이 입 안 가득 퍼졌다. 간장게장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혀끝을 자극하는 매운맛은 쉴 새 없이 밥을 부르는 마성의 맛이었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나에게는 조금 맵게 느껴졌지만,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새우장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짭조름한 간장 양념에 절여진 새우는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 먹으니, 입 안 가득 퍼지는 새우의 풍미가 정말 좋았다. 새우 특유의 비린 맛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 간장게장, 양념게장, 새우장 모두 밥도둑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맛이었다.

게장과 새우장 외에도, 다양한 밑반찬들이 함께 제공되었다. 김치, 콩나물무침, 어묵볶음 등 평범한 반찬들이었지만, 하나하나 정갈하고 깔끔한 맛이었다. 특히 뜨끈한 계란찜은 매운 양념게장의 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반찬에는 거의 손이 가지 않았다. 오로지 게장과 새우장에만 집중했을 뿐.
정신없이 게장과 새우장을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밥 한 공기를 추가로 주문하고, 다시 게장 먹방을 시작했다.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는 것은 국룰. 김가루와 날치알까지 듬뿍 넣어 비벼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게장을 먹으면서, 문득 부모님 생각이 났다. 평소 게장을 정말 좋아하시는 부모님께 꼭 한번 맛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간장게장과 새우장을 추가로 포장 주문했다. 20마리에 2만원이라는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직원분들도 친절하게 포장해 주셔서 기분 좋게 가게를 나설 수 있었다.
봉순게장 물왕본점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2층에 위치한 뷰 카페였다. 식당에서 식사를 한 손님들에게는 음료가 무료로 제공된다고 했다. 2층으로 올라가니, 탁 트인 물왕저수지 뷰가 한눈에 들어왔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들고 창가 자리에 앉으니, 여기가 바로 천국인가 싶었다.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니, 몸과 마음이 힐링 되는 기분이었다.

봉순게장 물왕본점은 맛, 분위기, 서비스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특히 간장게장은 짜지 않고 삼삼한 맛이 일품이었고, 양념게장은 매콤달콤한 양념이 밥도둑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식사 후 2층 뷰 카페에서 즐기는 커피 한 잔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었다. 다만 주말에는 웨이팅이 길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물왕저수지 둘레길을 따라 산책을 했다. 잔잔한 호수와 푸르른 나무들이 어우러진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마음속까지 깨끗해지는 기분이었다. 맛있는 게장도 먹고, 아름다운 풍경도 감상하고, 정말 완벽한 하루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에는 간장게장 냄새가 가득했다. 부모님께 드릴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다. 아마 내일 아침 식탁은 간장게장 파티가 되겠지. 다음에는 부모님과 함께 봉순게장 물왕본점에 방문해야겠다. 그때는 꼭 창가 자리에 앉아서, 함께 물왕저수지 뷰를 감상하며 맛있는 게장을 먹어야지.
봉순게장 물왕본점은 내 인생 최고의 간장게장 맛집 중 하나로 기억될 것 같다. 짭조름한 게장과 아름다운 물왕저수지의 풍경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혹시 시흥 물왕저수지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봉순게장 물왕본점에 꼭 한번 들러보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