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튀겨낸 수원 맛집, 케냐경양식에서 시간여행 데이트

오래된 것들의 가치가 새삼스레 느껴지는 요즘, 80년대 감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경양식 맛집이 있다는 소식에 설레는 마음을 안고 수원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케냐’, 이름에서부터 이국적인 향기가 풍겨오는 곳이었다. 왠지 모르게 따뜻한 커피 향과 낡은 나무 테이블의 질감이 떠오르는 그런 이름. 간판을 마주하기 전부터 이미 내 마음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시작하고 있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대로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니, 마치 숨겨진 보석처럼 ‘케냐’가 모습을 드러냈다. 매장 앞에 너댓 대 정도 주차할 공간이 있었지만, 이미 만차였다. 다행히 바로 앞에 산책로가 있어 길가에 주차할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주차를 하기 전, 먼저 한 명이 내려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두는 센스가 필요하다. 특히 주말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필수라고 하니, 서두르는 것이 좋겠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시간의 더께가 느껴지는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짙은 갈색의 나무 테이블과 의자, 은은한 조명, 그리고 벽면에 걸린 흑백 사진들이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80년대 팝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테이블마다 놓인 냅킨 케이스와 물컵마저도 정겹게 느껴졌다. 에 보이는 것처럼 창밖으로는 푸르른 녹음이 펼쳐져 있어, 답답한 도시를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자리를 안내받고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메뉴는 돈까스, 함박스테이크, 생선까스, 불돈까스, 이렇게 단촐한 구성이다. 에서 볼 수 있듯이, 가격은 13,000원에서 16,000원 선. 나는 돈까스와 함박스테이크를 주문했다. 메뉴가 단촐해서 오히려 선택에 대한 고민 없이 빠르게 주문할 수 있었던 점이 마음에 들었다.

주문 후, 식전 수프가 나왔다. 후추가 톡톡 뿌려진 따뜻한 크림 수프는 부드럽고 고소했다. 어릴 적 경양식 레스토랑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에서 보이는 것처럼, 앙증맞은 손잡이가 달린 수프 그릇도 80년대 감성을 더하는 요소였다. 수프를 천천히 음미하며 창밖 풍경을 감상하니,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평화로운 기분이 들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인 메뉴가 나왔다. 먼저 돈까스. 와 6에서 보이듯, 큼지막한 돈까스 위에는 달콤한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접시 한켠에는 양배추 샐러드, 마카로니, 콘샐러드가 함께 놓여 있었다. 돈까스를 한 입 베어 무니, 바삭한 튀김옷과 부드러운 돼지고기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소스는 어릴 적 먹던 바로 그 맛, 달콤하면서도 약간의 새콤함이 느껴지는 추억의 맛이었다.

함박스테이크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을 보면 알 수 있듯,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함박스테이크 위에는 반숙 계란 프라이가 얹혀 있었고, 역시나 달콤한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함박스테이크를 나이프로 자르니, 육즙이 흘러나왔다. 부드러운 함박스테이크와 달콤한 소스, 그리고 고소한 계란 노른자를 함께 먹으니, 입안에서 행복이 터지는 듯했다. 밥 위에 함박스테이크와 소스를 얹어 먹으니, 순식간에 밥 한 공기를 비워냈다. 는 돈까스, 함박스테이크, 새우까스 세 가지 메뉴를 한 번에 담아낸 사진인데, 푸짐한 양과 다채로운 구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에서 보이는 것처럼, 반찬으로는 깍두기와 단무지가 제공되었다. 느끼할 수 있는 경양식 메뉴에 깍두기는 신의 한 수였다. 아삭하고 시원한 깍두기는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 옆에 놓인 커피 머신에서 커피를 한 잔 뽑아 들었다. 옅은 갈색의 종이컵에 담긴 커피는, 어딘가 모르게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자극했다. 커피를 마시며 잠시 테이블에 앉아 창밖 풍경을 감상했다. 따뜻한 햇살이 쏟아지는 창가 자리에 앉아 있자니,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평화로운 기분이 들었다.

‘케냐’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한 끼 식사를 넘어,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정겨운 분위기, 그리고 친절한 주인 내외분 덕분에 더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에 등장하는 캔 음료를 유리잔에 따라 마시는 모습처럼, 소소한 부분에서도 정겨움이 느껴졌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문 후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맛보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그리고 자리는 지정해주는 대로 앉아야 해서 창가 자리에 앉고 싶다고 해서 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케냐’는 특별한 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방문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80년대 감성이 물씬 풍기는 공간에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누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방문하고 싶다. 부모님 역시 ‘케냐’의 분위기와 맛에 흠뻑 빠지실 것 같다.

수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케냐’를 꼭 방문해보길 바란다. 단, 매일 11시 30분부터 14시 30분까지만 영업하니, 시간을 잘 맞춰서 방문해야 한다. 특히 1시 30분이 라스트 오더이지만, 웨이팅이 많으면 1시쯤에 마감될 수 있으니, 서둘러 방문하는 것이 좋다.

오랜만에 추억을 되살리는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케냐’는 내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수원의 숨겨진 보석 같은 맛집이다. 다음에 또 방문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이 글을 마친다.

돈까스
케냐의 시그니처 메뉴, 돈까스
돈까스, 함박스테이크, 새우까스
푸짐한 한 상 차림
함박스테이크
육즙 가득한 함박스테이크
음료
유리잔에 따라 마시는 캔 음료
수프
따뜻한 식전 수프
반찬
깍두기와 단무지
내부
케냐 내부 모습
메뉴
케냐 메뉴판
돈까스 단면
돈까스 단면
새우까스
새우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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