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판과 추억이 굽는 진해 맛집, 이코노 피자의 시간여행

폭우가 쏟아지던 날, 문득 어릴 적 아버지 손을 잡고 갔던 동네 피자집의 뭉근한 그리움이 밀려왔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입맛을 뒤로하고, 1996년의 향수를 찾아 시간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창원시 진해, 그 시절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맛집, ‘이코노 피자’로 향하는 길이었다.

한 시간 넘는 드라이브 끝에 도착한 곳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아담한 건물이었다. 간판에는 턴테이블 그림과 함께 “ECONO PIZZA”라는 정겨운 글자가 쓰여 있었다. 마치 오래된 LP판처럼, 겉모습부터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풍겼다.

이코노 피자 외부 간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이코노 피자의 간판

입구로 향하는 계단에는 “이코노 피자”라는 빨간 글씨가 층층이 새겨져 있었다. 마치 추억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나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에 빠졌다. 1980년대 성냥갑부터 LP판, 턴테이블까지, 그 시절의 물건들이 가득한 공간이 눈 앞에 펼쳐졌다.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틀어주시는 센스까지! 촌스러움이 아닌,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코노 피자 내부 인테리어
LP판과 앤틱 소품으로 가득한 내부

테이블은 단 4개. 이미 많은 손님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피자를 즐기고 있었다. 다행히 웨이팅 없이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콤비네이션 피자, 포테이토 피자 등 추억의 이름들이 눈에 띄었다. XL 사이즈 반반 피자(콤비네이션, 포테이토)와 치즈오븐스파게티를 주문했다.

주문 후, 잠시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벽면에는 수많은 LP판이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었고, 턴테이블에서는 김광석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마치 아버지의 서재에 들어온 듯,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이었다.

가득 찬 LP 컬렉션
음악 애호가의 향기가 느껴지는 LP 컬렉션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피자가 나왔다. 콤비네이션 피자와 포테이토 피자가 반반씩, XL 사이즈의 위엄을 자랑하며 테이블 위에 놓였다. 갓 구워져 나온 피자의 따뜻한 온기와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콤비네이션, 포테이토 반반 피자
푸짐한 XL 사이즈의 반반 피자

사장님은 직접 치즈 그라인더를 들고 오셔서 피자 위에 파마산 치즈를 듬뿍 뿌려주셨다. 눈 앞에서 펼쳐지는 치즈 눈꽃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콤비네이션 피자 한 조각을 들어 맛을 보았다. 부드럽고 담백한 도우, 짜지 않고 신선한 토핑, 그리고 풍부한 치즈의 조화가 입 안 가득 퍼져나갔다. 마치 1996년, 어린 시절 먹었던 바로 그 맛이었다. 자극적인 맛은 덜했지만, 건강하고 맛있는 피자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포테이토 피자 역시 훌륭했다. 달콤한 감자와 고소한 마요네즈, 짭짤한 베이컨의 조합은 언제나 옳다. 특히 도우가 쫄깃하고 담백해서, 느끼함 없이 계속 먹을 수 있었다.

클로즈업한 콤비네이션 피자
토핑과 치즈가 아낌없이 올라간 콤비네이션 피자

피자와 함께 주문한 치즈오븐스파게티도 빼놓을 수 없다. 뜨겁게 구워진 스파게티 위에 치즈가 듬뿍 덮여 있었다. 포크로 면을 들어올리니, 꼬들꼬들한 면발에 양념이 잘 배어 있었다. 아는 맛이지만, 면이 얇아서 소스가 더 잘 느껴지는,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치즈오븐스파게티
치즈가 듬뿍 올라간 치즈오븐스파게티

콜라 피처를 시키니, 1500cc 맥주 통에 얼음과 함께 담아주는 센스도 인상적이었다. 마치 90년대 호프집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피자를 먹는 동안, 가게 안에는 끊임없이 손님들이 들어왔다. 테이블이 4개밖에 없어 웨이팅이 필수였지만, 다들 추억을 맛보기 위해 기다림을 감수하는 듯했다. LP판을 들고 와서 피자 한 판을 공짜로 받으려는 손님도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니,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말을 건네셨다. 어디에서 왔는지, 피자는 맛있었는지, LP판은 좋아하는지 등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치 동네 어르신과 대화하는 듯,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이곳은 단순한 피자집이 아니었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공간,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장소였다. Z세대에게는 색다른 경험을, XM세대에게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선물하는 곳.

진해에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웨이팅은 각오해야 하지만, 기다림 끝에 맛보는 피자와 추억은 그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LP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따뜻한 피자를 맛보는 순간, 잊지 못할 추억이 만들어질 것이다.

가게 내부 모습
정겨운 분위기의 가게 내부

돌아오는 길, 귓가에는 여전히 김광석의 노래가 맴돌았다. 오늘, 나는 피자 한 조각과 함께 잊고 지냈던 소중한 추억들을 되찾았다. 진해 맛집 이코노 피자, 지역명을 넘어선 추억의 피자 성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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