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파는 맛, 부산 초량에서 만난 스완양분식 돈가스

부산역 광장을 등지고, 익숙한 풍경과는 조금 다른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KTX에서 내려 짐을 맡기고,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초량의 한 맛집을 향하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스완양분식. 이름에서부터 풍겨져 나오는 정겨움은 마치 어린 시절 동네 어귀에 있던 분식집을 떠올리게 했다. 1993년부터 이어져 온 역사가 담긴 이 공간은, 단순한 식당을 넘어 부산 사람들의 추억이 깃든 장소라고 한다.

스완양분식 외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스완양분식의 외관. 초록색 간판이 인상적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건물이었지만, 간판에 쓰인 ‘스완양분식’이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붉은색 어닝 아래로 보이는 유리창 너머는 분주한 점심시간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11시 10분 오픈이라는 정보를 입수하고 서둘러 왔음에도 이미 식당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평일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없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보니, 돈가스, 비후가스, 덮밥류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잠시 고민했지만,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계란 돈가스를 주문했다. 테이블마다 놓인 태블릿으로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이 편리했다. 물은 셀프였지만, 오히려 그런 소소한 불편함이 정겨움을 더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당 내부를 둘러봤다. 테이블 간 간격은 넓고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직원분들은 친절하고 활기찬 모습이었다. 분주함 속에서도 손님 한 명 한 명을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쪽 벽면에는 기부 내역이 붙어 있었는데, 오랫동안 지역 사회에 공헌해 온 가게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계란 돈가스 한상차림
푸짐하게 차려진 계란 돈가스 한상차림. 돈가스, 밥, 샐러드, 깍두기, 스프까지 완벽하다.

드디어 기다리던 계란 돈가스가 나왔다. 커다란 접시 위에 돈가스와 밥이 따로 담겨 나오는 옛날 경양식 스타일이었다. 돈가스 위에는 반숙 계란 프라이가 얹어져 있었고, 옆에는 마카로니와 콩이 곁들여져 있었다. 흰 접시에 소담하게 담긴 밥과 깍두기, 양배추 샐러드, 그리고 크림 스프까지,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완벽한 조합이었다.

가장 먼저 스프를 한 입 맛봤다. 후추가 살짝 뿌려진 따뜻한 스프는 부드럽고 고소했다. 기성품을 쓰지 않는다는 설명처럼, 깊고 풍부한 맛이 느껴졌다. 스프의 온도가 조금만 더 따뜻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이 정도면 훌륭했다. 샐러드는 케첩과 마요네즈가 적절하게 섞인 드레싱이 뿌려져 있었는데, 신선한 양배추와 잘 어울렸다.

스완양분식 외관 간판
스완양분식 간판. since 1993 문구가 눈에 띈다.

드디어 돈가스를 맛볼 차례. 나이프와 포크를 들고 돈가스를 한 입 크기로 잘랐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돈가스는 두툼한 고기가 씹는 맛을 더했다. 튀김옷이 살짝 두꺼운 감이 있었지만, 바삭한 식감이 좋았다. 돈가스 소스는 적당히 달콤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특히 반숙 계란 프라이를 터뜨려 돈가스와 함께 먹으니, 고소함과 부드러움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밥 위에 돈가스와 계란을 얹어 함께 먹으니, 최고의 조합이었다.

계란 돈가스
반숙 계란 프라이가 얹어진 계란 돈가스. 돈가스 소스와 계란의 조화가 일품이다.

돈가스와 함께 나온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시원하고 아삭했다. 느끼할 수 있는 돈가스의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밥은 고슬고슬하게 잘 지어져 돈가스와 함께 먹기에 좋았다. 양이 조금 많은 듯했지만, 남김없이 깨끗하게 비웠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다음에는 다른 메뉴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오므라이스와 김치볶음밥, 덮밥류도 맛있다는 평이 많아 기대가 됐다. 스완양분식은 부산역 근처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하기에 좋은 곳이다. 일부러 멀리서 찾아올 정도는 아니지만, 근처에 볼일이 있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가치가 있다.

계란 돈가스 근접샷
돈가스 위에 윤기가 흐르는 소스와 반숙 계란 프라이가 먹음직스럽다.

스완양분식을 나와 다시 부산역으로 향하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맛있는 돈가스를 먹어서 기분이 좋았던 것도 있지만, 오랜 시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온 식당의 따뜻한 분위기가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부산 초량의 맛집, 스완양분식과의 짧지만 행복한 만남을 마무리했다.

스프에 빵을 찍어먹는 모습
따뜻한 스프에 빵을 찍어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스완양분식은 부산 동구 초량동 1194-9번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오전 11시 10분에 오픈한다. 주차장은 따로 없으니,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근처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돈가스, 샐러드, 깍두기
돈가스와 함께 제공되는 샐러드와 깍두기. 돈가스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스프, 샐러드, 깍두기
스프, 샐러드, 깍두기. 돈가스와 함께 즐기기 좋은 메뉴들이다.
돈가스, 라면, 밥
돈가스와 라면의 조합도 인기 메뉴라고 한다.
스완양분식 찾아가는 길
스완양분식은 부산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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