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빵의 성지, 성심당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마치 오랜 연인을 만나러 가는 듯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대전역에서부터 풍겨오는 달콤한 빵 냄새는 마치 나를 빵의 세계로 초대하는 듯했고, 그 향기에 이끌려 도착한 성심당 본점 앞은 과연 명성대로 엄청난 인파로 북적였다. 93년 대전 엑스포 이후, 한밭을 넘어 전국을 제패한 향토기업의 위엄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15분 정도의 웨이팅 끝에 드디어 성심당 안으로 발을 들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빵 굽는 따뜻한 열기와 달콤한 향기가 온몸을 감쌌다. 마치 빵의 향연에 초대받은 듯한 기분! 내부는 사람들로 가득했지만, 갓 구워져 나온 빵들이 끊임없이 진열대를 채우고 있었고, 직원분들의 활기찬 움직임 덕분에 활기 넘치는 분위기였다. 쟁반과 집게를 들고, 나만의 빵지도를 펼치며 본격적인 빵 쇼핑을 시작했다.

빵 종류가 워낙 다양해서 무엇을 골라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튀김소보로는 당연히 필수 코스! 바삭한 소보로와 달콤한 팥 앙금의 조화는 역시나 환상적이었다. 튀소구마는 팥 대신 부드러운 고구마 앙금이 들어있어 또 다른 매력을 뽐냈다. 달콤한 고구마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것이, 마치 가을을 맛보는 듯했다.
줄이 길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회전율이 빨라 금방 계산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빵을 한가득 담았음에도 불구하고 2만원 대의 가격에 깜짝 놀랐다. 서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가성비! 역시 성심당은 사랑이었다.
성심당 본점 바로 옆에는 샌드위치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샌드위치 정거장’이 있었다. 이곳 역시 다양한 샌드위치로 가득했는데, 빵만큼이나 샌드위치에 진심인 성심당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이탈리안 샌드위치, 햄 치즈 샌드위치, 치킨 샐러드 샌드위치 등 종류도 다양해서 취향에 따라 고르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은 오픈 키친이었다. 제빵사들이 위생모를 쓰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샌드위치를 만드는 모습은 마치 깨끗한 연구실의 연구원들을 연상시켰다. 빵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는 모습에서 성심당의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갓 만들어진 샌드위치는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졌고, 푸짐한 속 재료는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이미 빵을 한가득 산 터라 샌드위치는 다음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리려던 찰나, 나의 눈길을 사로잡는 샌드위치가 있었으니 바로 ‘애플 바질 잠봉뵈르’였다. 바삭한 바게트 빵 사이에 잠봉(햄)과 버터, 그리고 사과와 바질이 들어가 있는 샌드위치였는데, 묘한 조합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고민 끝에 애플 바질 잠봉뵈르를 하나 구입해서 2층에 위치한 테라스 키친으로 향했다. 테라스 키친은 성심당에서 구입한 빵이나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는 공간이었는데, 넓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넓어서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애플 바질 잠봉뵈르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바삭한 바게트의 식감과 짭짤한 잠봉, 고소한 버터, 상큼한 사과, 향긋한 바질의 조화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특히 사과의 아삭함과 바질의 향긋함이 더해져 느끼함 없이 깔끔하게 즐길 수 있었다. 에멘탈 치즈 버전보다 훨씬 매력적이라는 평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샌드위치를 먹고 난 후, 성심당 문화원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했다. 성심당 문화원은 3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빵 보관소, 화장실, 카페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특히 빵 보관소는 많은 빵을 구입한 고객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었는데, 아이스크림처럼 차갑게 보관할 수 있도록 준비해둔 센스가 돋보였다.

성심당 문화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성심당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았다. 1956년 대전역 앞에서 찐빵 노점으로 시작했다는 성심당. ‘성심(聖心)’이라는 이름에는 ‘거룩한 사랑의 마음’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창업주의 따뜻한 마음이 빵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성심당에서 빵을 한가득 구입하고, 문화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대전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롯데백화점 대전점에 위치한 성심당 매장에 들렀다. 이곳에서는 본점에서 판매하는 빵 외에도 케이크와 디저트를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 딸기 시루 케이크는 비주얼부터 압도적이었는데, 2시간 30분이나 기다려야 겨우 살 수 있다는 후기에 포기하고 말차 롤 케이크와 요거트 롤 케이크를 구입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성심당에서 사온 빵들을 맛보며 대전에서의 추억을 되새겼다. 튀김소보로, 부추빵, 명란바게트, 애플 바질 잠봉뵈르, 말차 롤 케이크, 요거트 롤 케이크… 하나하나 맛있는 빵들 덕분에 여행의 피로도 잊을 수 있었다.

이번 대전 여행을 통해 왜 사람들이 성심당, 성심당 하는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 맛있는 빵, 저렴한 가격, 친절한 서비스, 그리고 빵에 담긴 따뜻한 마음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곳이었다. 대전은 성심당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전 시민들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다음에는 꼭 딸기 시루 케이크를 맛보러 다시 대전을 방문해야겠다.
성심당 본점은 대전 맛집을 넘어, 대한민국 빵의 역사를 써내려가는 곳이었다. 빵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방문해야 할 성지 같은 곳! 긴 웨이팅도 잊게 만드는 황홀한 미식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