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의 깊은 맛, 시흥에서 만나는 인생 두부 요리 맛집 순례기

오랜만에 평일 낮, 텅 빈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분주한 도로를 따라 시흥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오로지 하나, 두부였다. 늘 북적이는 도심을 벗어나 한적한 시외로 나가는 기분은 언제나 설렌다. 오늘은 어떤 새로운 맛과 풍경이 나를 기다릴까?

소박하지만 정갈한 외관의 식당 앞에 도착했다. 간판에는 큼지막하게 ‘Since 19xx’ 같은 문구가 박혀 있을 것 같았지만, 의외로 깔끔하고 현대적인 느낌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하게 퍼지는 콩의 향긋함이 코를 간지럽혔다. 점심시간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서둘러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 아직은 한산한 시간대라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테이블에 앉자마자 따뜻한 콩물이 나왔다. 뽀얀 빛깔의 콩물을 한 모금 마시니, 진하고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식사 전, 부드럽게 속을 달래주는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따뜻한 콩물 한 잔
진하고 고소한 콩물 한 잔으로 시작하는 식사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역시나 두부 요리 전문점답게 순두부찌개 종류만 해도 얼큰, 들깨, 해물 등 다양했다. 고민 끝에 가장 기본인 얼큰순두부찌개와, 이 집의 또 다른 간판 메뉴라는 두부김치두루치기를 주문했다. 잠시 후, 정갈하게 담긴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콩나물 무침, 김치, 볶음, 흑콩 조림 등 하나하나 직접 만든 듯한 가정식 반찬들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두부김치였다. 막 만들어 따뜻한 김치와, 윤기가 흐르는 하얀 두부의 조화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젓가락으로 두부를 집어 김치와 함께 입에 넣으니, 부드러운 두부의 풍미와 매콤한 김치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냈다. 차가운 족발만 먹다가 따뜻한 족발을 처음 맛봤을 때처럼, 흔히 먹던 단단한 두부가 아닌 마치 생크림 케이크처럼 부드러운 두부의 질감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정갈한 밑반찬
손맛이 느껴지는 정갈한 밑반찬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얼큰순두부찌개가 뚝배기에 담겨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는 빨갛고 매콤한 국물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고, 그 위로 송송 썰린 파가 얹어져 있었다. 사진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푸짐한 양에 감탄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온몸을 감쌌다. 두부의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부드러운 순두부는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간은 짜지 않으면서도 맛있게 매콤했고, 은은하게 느껴지는 감칠맛은 숟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보글보글 얼큰순두부찌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얼큰순두부찌개

곧이어 두부김치두루치기가 나왔다. 철판 위에서 지글거리는 두루치기는 매콤한 향을 풍기며 식욕을 자극했다. 양념에 잘 밴 두부튀김과 돼지고기, 김치가 듬뿍 들어간 두루치기는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튀긴 두부의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밥 위에 두루치기를 얹어 크게 한 입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밥과 어우러져 꿀맛이었다. 밑반찬으로 나온 콩나물 무침과 함께 먹으니, 아삭한 식감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다만, 밑반찬들이 전체적으로 살짝 짠 편이라 밥을 많이 먹게 되는 것이 흠이라면 흠일까.

매콤한 두부김치두루치기
밥도둑이 따로 없는 두부김치두루치기

얼큰순두부찌개와 두부김치두루치기 모두 훌륭한 맛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얼큰순두부찌개에 한 표를 더 주고 싶다. 두부 본연의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었고,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국물이 정말 최고였다. 뜨끈한 국물에 밥을 말아 김치와 함께 먹으니,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대 옆에 마련된 콩비지를 무료로 가져갈 수 있도록 해놓은 코너를 발견했다. 출장으로 이곳에 왔다가 콩비지를 챙겨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는 사람들을 위해, 나도 콩비지를 한 봉지 챙겨 나왔다.

푸짐한 한 상 차림
다채로운 메뉴로 풍성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식당 주변에 주차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식사 시간에는 손님이 몰려 주차하기가 더욱 어려워 보였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유료 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 식당 내부가 약간 더운 편이라는 점도 참고해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식당은 시흥 맛집으로 불리기에 충분한 곳이다. 직접 만든 두부의 고소한 맛과, 정갈한 밑반찬, 그리고 푸짐한 양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특히, 순두부찌개는 흔히 맛볼 수 있는 시판 순두부와는 차원이 다른 깊은 맛을 자랑한다. 다음에는 들깨순두부와 콩국수도 꼭 먹어봐야겠다. 재방문 의사 200%다.

얼큰순두부와 반찬
언제든 다시 찾고 싶은 맛집

돌아오는 길, 따뜻한 콩비지 봉투를 들고 있자니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기분이었다. 시흥에서의 두부 맛집 발견은,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선 특별한 경험이었다. 다음에 또 시흥에 올 일이 있다면, 반드시 이 식당에 들러 다른 두부 요리들도 맛봐야겠다. 그 땐, 꼭 차를 놓고 와야지.

두부김치
두부와 김치의 환상적인 조합
얼큰순두부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얼큰순두부
한상차림
푸짐하고 맛있는 한상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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