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늦가을, 뜨끈하고 든든한 음식이 간절해졌다. 문득, 퇴근길에 스치듯 보았던 ‘인생파곱창’이라는 간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곱창에 인생을 걸었다니, 대체 어떤 맛일까?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발걸음은 어느새 금천구청 골목 안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가게 문을 열자,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분위기가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테이블은 딱 여섯 개. 아늑한 공간에서 곱창을 즐길 생각에 벌써부터 기분이 좋아졌다. 평일 저녁인데도 이미 손님들로 북적였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다행히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펼쳐보니, ‘파곱창’이라는 독특한 메뉴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진도 대파를 곱창에 접목했다니, 상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짝꿍과 함께 파곱창 모듬을 주문했다. 곱창, 대창, 염통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잠시 후, 밑반찬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로 차려졌다. 곱창된장찌개, 감자샐러드, 진도 파김치 등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깔스러워 보였다. 특히 곱창된장찌개는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서비스로 나오는 찌개인데도 퀄리티가 상당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파곱창 모듬이 등장했다. 큼지막한 맷돌판 위에 곱창, 대창, 염통, 그리고 대파가 푸짐하게 담겨 나왔다. 90% 정도 주방에서 구워져 나오기 때문에, 맷돌판 위에서 살짝만 더 익혀 먹으면 된다고 했다. 곱창 안에는 대파가 촘촘히 박혀 있었고, 대창 위에도 잘게 썰린 대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비주얼부터가 압도적이었다.

직원분이 직접 곱창을 구워주셨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곱창을 자르고, 대파를 얹어주셨다. 잠시 후, 테이블 위에서 화려한 불쇼가 펼쳐졌다. 알코올을 뿌려 불을 붙이는 퍼포먼스였는데, 순식간에 화려한 불꽃이 피어오르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덕분에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드디어 곱창을 맛볼 차례. 잘 익은 곱창을 젓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곱창 특유의 고소한 냄새와 대파의 향긋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망설임 없이 곱창을 입안으로 가져갔다. 입안 가득 퍼지는 곱의 풍미와 톡톡 터지는 대파의 조화.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다. 곱창의 느끼함은 대파가 잡아주고, 대파의 알싸함은 곱창의 고소함이 감싸 안아주는 느낌이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곱창에서 전혀 잡내가 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도축장에서 당일 도축한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다고 하더니, 정말 퀄리티가 남달랐다. 맷돌 불판에 곱창을 살짝 더 구워 먹으니,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이 더욱 살아났다. 함께 나온 부추, 양파와 곁들여 먹으니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감자샐러드를 올려 먹으니, 부드러운 식감과 달콤한 맛이 더해져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대창 또한 빼놓을 수 없었다. 큼지막한 대창 안에는 대파, 키위, 부추를 갈아 넣은 즙이 가득 차 있었다. 숯불에 직화로 구워 기름기를 쫙 뺀 대창은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했다. 입안에서 터지는 육즙과 향긋한 대파 향이 어우러져, 지금까지 먹어본 대창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왜 다들 ‘인생 대창’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염통은 쫄깃한 식감이 매력적이었다. 잡내 없이 깔끔한 맛이 돋보였다. 홀그레인 머스타드나 와사비를 살짝 곁들여 먹으니, 느끼함은 줄고 풍미는 더욱 깊어졌다. 곁들임 메뉴로 주문한 치즈 계란찜도 훌륭했다. 부드러운 계란찜 위에 날치알이 듬뿍 올려져 있어, 톡톡 터지는 식감이 재미있었다.

마지막으로, 금천구의 자랑이라는 ‘호암산 볶음밥’을 주문했다. 볶음밥 위에 계란, 김가루, 날치알을 듬뿍 올려 호암산의 모양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볶음밥을 볶아주는 직원분의 손길에서 장인의 향기가 느껴졌다. 볶음밥을 한 입 먹어보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날치알을 아끼지 않고 넣어주셔서, 밥을 먹는 내내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볶음밥만 먹으러 다시 방문하고 싶을 정도였다.
술을 잘 못하는 나를 위해 짝꿍은 사과 하이볼을 주문했다. 상큼한 사과 향이 곱창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배가 빵빵하게 불러왔다. 하지만 기분 좋은 포만감이었다. 곱창의 퀄리티, 맛, 서비스, 분위기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다. 직원분들도 친절하고 테이블을 자주 신경 써주셔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왜 이곳이 금천구 곱창 맛집으로 유명한지, 직접 경험해보니 알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테이블이 6개밖에 없어서 웨이팅이 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기다린 시간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맛있는 곱창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을 보장한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방문해야겠다. 부모님도 분명 좋아하실 것 같다.

‘인생파곱창’, 정말 인생 곱창을 만난 기분이었다. 금천구청 근처에서 곱창 맛집을 찾는다면, 망설임 없이 이곳을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돌아오는 길, 은은하게 풍기는 대파 향이 잊혀지지 않았다. 오늘 밤, 나는 인생파곱창 덕분에 행복한 꿈을 꿀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