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모처럼 큰 맘 먹고 찾은 에버랜드는 역시나 인산인해였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웃음소리와 화려한 불빛, 정신없이 돌아가는 놀이기구들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나니 온몸의 에너지가 방전된 기분이었다. 게다가 팝콘과 츄러스, 콜라로 대충 때운 탓인지 속도 영 불편했다. ‘제대로 된 밥’이 간절했다.
에버랜드 1주차장에서 차로 7분 거리, 지친 몸을 이끌고 도착한 곳은 ‘희락보리’였다. 멀리서도 한눈에 띄는 큼지막한 간판이 왠지 모를 푸근함을 안겨줬다. 이미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주차장은 거의 만석이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주차를 도와주시는 분의 안내를 받아 겨우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매장 안은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깔끔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무 소재를 많이 사용하여 한식집 특유의 정갈하고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벽 한쪽에는 직접 담근 듯한 술들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그 모습이 왠지 믿음직스러웠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메뉴는 크게 보리밥, 고등어, 양념게장 세 종류로 나뉘어져 있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고소한 고등어구이와 매콤한 양념게장을 모두 맛볼 수 있는 ‘고등어 보리밥 2인’과 ‘양념게장 보리밥 1인’을 주문했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한식을 맛볼 생각에 벌써부터 입안에 침이 고였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푸짐한 한 상이 차려졌다. 놋그릇에 담긴 보리밥과 형형색색의 나물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청국장, 윤기가 좔좔 흐르는 고등어구이, 그리고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양념게장까지. 정말 눈과 코, 입이 모두 즐거운 완벽한 한 상이었다.
먼저 보리밥에 갖가지 나물을 넣고 고추장과 참기름을 듬뿍 넣어 비볐다. 톡톡 터지는 보리밥의 식감과 향긋한 나물의 풍미, 매콤한 고추장의 조화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특히, 시원하고 아삭한 열무김치는 보리밥과 찰떡궁합이었다.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다음으로 고등어구이를 맛봤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겉바속촉이었다. 기름기는 쏙 빠지고 담백한 맛은 그대로 살아있어 정말 훌륭했다. 함께 나온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감칠맛이 더욱 살아났다. 아이들이 특히 좋아할 것 같은 맛이었다.
양념게장은 또 어찌나 맛있던지. 제주산 황게를 사용해서 그런지, 비린 맛은 전혀 없고 깔끔하고 매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게살도 어찌나 꽉 차 있는지, 살을 발라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양념이 너무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아서, 밥에 비벼 먹어도 정말 맛있었다.

청국장은 또 다른 매력이었다. 쿰쿰한 냄새는 전혀 없고, 맑고 깔끔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숭늉처럼 부드러워서, 부담 없이 술술 넘어갔다. 청국장을 잘 못 먹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두부도 큼지막하게 들어있어, 든든함까지 더했다.
뿐만 아니라, 기본으로 제공되는 수육도 꽤 괜찮았다. 돼지 냄새는 전혀 없고,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좋았다. 함께 나온 무말랭이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도 싹 잡아주고 입맛을 돋우어줬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워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보리밥과 나물, 청국장은 무한리필이었기 때문이다. 직원분께 리필을 요청하니, 푸짐하게 다시 가져다주셨다. 특히, 보리밥은 처음보다 더 많이 주시는 것 같았다. 인심까지 후한 맛집이었다.
배불리 식사를 마치고 나니, 후식으로 식혜와 매실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직접 만드신 건지, 시판용처럼 너무 달지 않고 은은한 단맛이 좋았다. 특히, 보리식혜는 구수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스타벅스 원두로 내린 커피까지 준비되어 있다니, 정말 놀라웠다.
식사를 하는 동안, 직원분들의 친절함에 감동받았다. 손님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한 분 한 분에게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필요한 것이 없는지 꼼꼼하게 챙겨주시고, 웃는 얼굴로 대해주셔서 정말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마치 고향에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맛있게 잘 먹었다고 인사를 드렸다. 사장님 역시 환한 미소로 감사 인사를 전해주셨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었다.
희락보리는 맛, 가격, 서비스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에버랜드 근처에서 이렇게 훌륭한 한식 맛집을 찾게 될 줄은 몰랐다. 앞으로 에버랜드에 갈 때마다 꼭 들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을 모시고 와도 정말 좋아하실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든든하게 채워진 배만큼이나 마음도 풍족해진 느낌이었다. 희락보리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지친 하루를 위로받는 따뜻한 경험이었다. 용인 지역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이 곳은 진정한 맛집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