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평일 휴가를 내고, 늦잠을 즐긴 후 느긋하게 점심을 먹으러 나섰다. 목적지는 양산 상북면, TV 생활의 달인에 소개된 후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 “국밥과 보쌈”이었다. 사실 이곳은 천주교공원묘지 근처를 지나갈 때마다 눈에 띄었던 곳인데, 늘 ‘언젠가 한번 가봐야지’ 생각만 하다 드디어 방문하게 되었다. 맛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지는, 시크하면서도 직관적인 상호명이 인상적이었다.
오픈 시간인 10시에 맞춰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식당 안에는 손님들이 꽤 있었다. 주말에는 웨이팅이 필수라는 이야기에 평일에 방문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식당은 생각보다 아담했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모습이었다. 창가에는 귀여운 돼지 캐릭터 그림이 그려져 있어 정겨운 느낌을 더했다. 돼지 그림이 그려진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평화로운 시골 마을의 모습 그대로였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니, 국밥과 보쌈을 주력으로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었다. 섞어국밥, 내장국밥, 돼지국밥… 국밥 종류도 다양했지만, 역시 이곳의 대표 메뉴는 보쌈이었다. 특히 김치말이 보쌈이라는 독특한 메뉴가 눈길을 끌었다. 고민 끝에 보쌈 소자와 미니국밥을 주문했다. 혼자였지만, 이 맛있는 음식들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주문을 마치자, 곧바로 밑반찬이 차려졌다. 깍두기, 겉절이, 쌈 채소 등 정갈하게 담긴 반찬들이 식욕을 자극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앙증맞은 크기의 종지에 담긴 갈치속젓이었다.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갈치속젓은 보쌈과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보쌈이 나왔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보쌈과 함께, 이곳의 자랑인 김치말이가 등장했다. 배추잎에 배, 밤, 무 등의 속을 김밥처럼 돌돌 말아 썰어낸 김치말이는 그 비주얼부터가 남달랐다. 마치 꽃처럼 정갈하게 담겨 나온 김치말이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보쌈 위에 김치말이를 까나페처럼 올려 한 입 맛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시원하면서도 아삭한 김치말이의 식감과, 부드럽고 촉촉한 보쌈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김치말이 속에는 배와 사과, 생밤이 들어 있어 은은한 단맛과 향긋한 풍미를 더했다. 특히 젓갈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 깔끔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짜지도, 너무 달지도 않은, 딱 알맞은 맛이었다.

보쌈을 상추에 싸 먹는 것은 김치에 대한 실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김치 자체가 너무 맛있어서, 굳이 다른 쌈 채소가 필요 없었다. 보쌈과 김치말이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문득, 밥도 없이 김치 한 포기를 그냥 먹는다는 와이프가 생각났다. 짜지도 않고 너무 달지도 않은 이 김치가, 딱 와이프가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보쌈을 먹는 중간에, 미니국밥이 나왔다. 뽀얀 국물에 송송 썰린 파가 듬뿍 올려진 미니국밥은, 보기만 해도 속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국물을 한 숟갈 떠먹으니, 돼지 냄새 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밥도 조금 들어 있어, 식사를 마무리하기에 딱 좋았다. 특히 미니국밥임에도 불구하고, 고기가 넉넉하게 들어 있어 더욱 만족스러웠다.

사실 나는 돼지 특유의 냄새 때문에 돼지국밥을 즐겨 먹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의 국밥은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아,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아마도 신선한 재료와 정성스러운 조리 과정 덕분이리라. 돼지국밥 마니아는 물론, 돼지국밥을 즐기지 않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쌈과 김치말이, 그리고 미니국밥까지, 정말 푸짐하고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특히 김치말이는 지금까지 먹어본 김치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시원하고 깔끔하면서도, 은은한 단맛과 향긋한 풍미가 느껴지는 김치말이는, 그야말로 예술이었다. 왜 이곳이 맛집으로 입소문이 났는지, 직접 먹어보니 알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니, 사장님께서 연말이라고 귤을 나눠주고 계셨다. 뜻밖의 선물에 기분이 좋아졌다. 마치 겨울 제주에서 느끼던 따뜻한 감성이 느껴졌다. 사장님의 친절한 미소와 따뜻한 인사에, 다시 한번 이곳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밥과 보쌈”은 맛은 물론, 친절한 서비스와 정겨운 분위기까지 갖춘 곳이었다. 비록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외진 곳에 있지만, 찾아갈 가치가 충분한 맛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방문해서, 다른 메뉴들도 맛보고 싶다. 특히 섞어국밥과 내장국밥이 궁금하다.
다만, 주차 공간이 협소하고, 식사 시간에는 웨이팅이 길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특히 2시 이후에는 재료가 소진되어 음식을 맛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방문 전에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테이블이 화장실 문 앞에 위치한 곳도 있으니, 복잡한 시간을 피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국밥과 보쌈”이 “무타블랑”이라는 카페로 변경되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쾌적한 환경과 맛있는 빵,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넓은 야외 공간까지 갖추고 있다고 한다. 다음에는 카페로 변신한 “무타블랑”에 방문해서, 맛있는 커피와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특히 고목 소나무에서 내리는 솔향을 맡으며, 들녘에서 노니는 꿩 울음소리를 듣는다면, 그야말로 힐링이 될 것 같다.
돌아오는 길, “국밥과 보쌈”에서 받은 귤을 하나 까먹었다. 상큼한 귤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오늘 식사의 여운을 더욱 깊게 만들어 주었다. 양산 상북면, 작지만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 준 “국밥과 보쌈”, 아니 이제는 “무타블랑”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다음에 또 방문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이 글을 마친다. 양산 지역의 숨겨진 맛집이라고 감히 칭할 수 있겠다.





양산에서 잊지 못할 맛을 경험하다. “국밥과 보쌈”에서 펼쳐진 미식 여행, 그 중심에는 김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