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 손맛이 그리워질 때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음식이 있다. 뽀얀 국물에 큼지막한 만두가 퐁당 빠져 있는 만두국. 그 따뜻하고 푸근한 맛을 찾아 상도동으로 향했다. 오늘 찾아갈 곳은 20년 가까이 이 자리에서 묵묵히 맛을 지켜온 상도동 맛집 ‘사리원’이다.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건물 외관을 둘러봤다. 옅은 미색의 2층 건물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낡은 듯 정감 있는 외벽과 붉은색 꽃이 옹기종기 피어있는 작은 화단이 마치 오래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을 안겨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지만, 여전히 테이블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혼자 온 나는 잠시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주방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능숙한 솜씨로 만두를 빚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 제대로 찾아왔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드디어 자리에 앉았다. 메뉴판을 펼쳐 보니 만두국, 냉면, 전골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지만, 나의 선택은 정해져 있었다. 바로 이곳의 대표 메뉴인 만두국! 곁들여 먹을 열무김치도 빼놓을 수 없다는 생각에 함께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뽀얀 김이 피어오르는 육수가 담긴 주전자가 나왔다. 놋쇠 주전자의 묵직함과 따뜻함이 손에 그대로 전해졌다. 은은한 멸치 향이 감도는 육수를 종이컵에 따라 홀짝였다. 짭짤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맛을 돋우었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만두국이 눈앞에 놓였다. 뚝배기 안에는 큼지막한 만두 세 알과 떡 몇 점이 담겨 있었고, 그 위로 얇게 찢은 양지 고기와 계란 지단이 고명으로 올려져 있었다. 뽀얀 국물은 보기만 해도 속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만두를 반으로 갈라보니, 두부와 숙주, 돼지고기, 김치 등 속 재료가 꽉 차 있었다. 한 입 베어 무니, 입안 가득 퍼지는 담백하고 고소한 맛. 만두피는 얇고 부드러웠고, 속 재료는 신선함이 느껴졌다. 특히 김치가 들어가 느끼함을 잡아주어 질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다. 슴슴하면서도 은근하게 퍼지는 깊은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 마치 할머니가 직접 빚어주시던 만두 맛과 똑같았다.
국물은 멸치 육수 베이스에 사골 육수를 살짝 더한 듯,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났다. 찢어 넣은 양지 고기에서 우러나온 매콤한 맛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밥을 말아 깍두기 하나 올려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만두국의 짝꿍인 열무김치도 빼놓을 수 없었다. 살얼음이 동동 뜬 열무김치는 아삭아삭하고 시원했다. 적당히 익어 새콤하면서도 톡 쏘는 맛이 만두국의 느끼함을 싹 잡아주었다. 만두 한 입, 열무김치 한 입 번갈아 먹으니 정말 환상적인 조합이었다.
만두국을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 바닥이 보였다. 마지막 남은 국물까지 싹싹 비우고 나니,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부모님도 이곳의 만두국 맛에 푹 빠지실 것 같았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주방을 다시 한번 힐끗 쳐다봤다. 여전히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장인 정신이 느껴졌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을 유지해온 비결이 바로 이런 정성이 아닐까.
‘사리원’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추억과 정을 함께 나누는 공간이었다. 할머니의 따뜻한 손맛이 그리울 때면, 언제든 다시 찾아와 푸근한 만두국 한 그릇을 먹고 싶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열두냉면’이라는 메뉴가 궁금해졌다. 후기를 찾아보니, 12가지 재료가 들어간 특별한 냉면이라고 한다. 견과류와 얇게 찢은 소고기가 고명으로 올라가 독특한 맛을 낸다고. 다음 방문 때는 꼭 열두냉면을 먹어봐야겠다.
며칠 후, 열두냉면 맛이 자꾸만 아른거려 다시 사리원을 찾았다. 더운 날씨 탓인지, 시원한 냉면을 찾는 손님들이 많았다. 자리에 앉아 열두냉면을 주문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드디어 열두냉면이 나왔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냉면은 비주얼부터 압도적이었다. 해바라기씨, 호박씨 등 각종 견과류와 채 썬 오이, 무, 얇게 찢은 소고기가 푸짐하게 올려져 있었다. 마치 정원을 옮겨놓은 듯 화려한 모습이었다.
육수를 한 모금 마셔보니, 슴슴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느껴졌다. 평양냉면처럼 자극적이지 않고 은은한 맛이었다. 면을 들어 후루룩 먹으니,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좋았다. 고명으로 올려진 견과류는 고소함을 더해주었고, 얇게 찢은 소고기는 씹을수록 감칠맛이 느껴졌다.
열두 가지 재료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기존에 먹던 냉면과는 차원이 다른 맛을 선사했다.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 다채로운 식감이 정말 훌륭했다. 특히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일 것 같았다.

냉면을 먹는 중간중간, 함께 나온 열무김치를 곁들여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시원한 냉면과 아삭한 열무김치의 조합은 더위를 잊게 해주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열두냉면을 깨끗하게 비우고 나니, 몸속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만두국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열두냉면. 사리원에 간다면 꼭 한번 맛보기를 추천한다.
사리원은 맛뿐만 아니라, 푸근한 분위기와 친절한 서비스도 인상적이었다. 혼자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분들은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불편함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몇몇 후기에서 직원들의 불친절한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다행히 그런 점을 느끼지 못했지만, 서비스 개선을 위해 노력하면 더욱 좋은 식당이 될 것 같다. 또한,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점도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리원은 맛, 분위기, 가격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곳이었다. 특히 직접 빚는 손만두는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맛을 선사한다.
사리원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곳이 아니라,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주는 곳이다. 정성 가득한 음식과 푸근한 분위기 속에서, 잠시나마 바쁜 일상을 잊고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상도동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사리원에 들러 맛있는 만두국과 열두냉면을 맛보길 바란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상도동 지역 주민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는 맛집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다음에는 만두전골에 도전해봐야겠다.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에 푸짐한 만두와 채소를 함께 즐길 수 있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오늘도 사리원 덕분에 든든하고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자리에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길 기대하며, 사리원에 대한 나의 사랑은 계속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