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었다. 퇴근 후, 약속 장소인 사상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오늘 방문할 곳은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든 고래고기와 퀄리티 좋은 참치를 함께 맛볼 수 있다는 곳이었다. 몇 주 전부터 예약을 서둘렀지만, 워낙 인기가 많은 곳이라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주차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정보를 입수, 사상역 공영주차장에 차를 대고 조금 걸으니 저 멀리 “이웃집”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은은한 조명이 따뜻하게 감싸는 외관은, 마치 오랜 친구 집에 놀러 가는 듯한 편안함을 주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 않아 다소 소란스러운 분위기였지만, 그만큼 활기가 넘쳤다. 이미 많은 손님들이 술잔을 기울이며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홀을 담당하시는 분은 혼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셨지만,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예약 확인 후, 다행히 조금 더 넓은 테이블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이런 세심한 배려 덕분에, 좁은 공간에 대한 아쉬움은 금세 잊혀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혼마구로(참다랑어)와 밍크고래를 함께 맛볼 수 있는 메뉴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가격은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이왕 온 김에 제대로 즐겨보자는 생각에 큰맘 먹고 주문했다. 잠시 후,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를 채우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전구지무침(부추무침)과 가자미무침이었다.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입맛을 돋우는 것이, 메인 메뉴가 나오기도 전에 소주 한 병을 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특히 가자미무침은 신선한 가자미의 쫄깃한 식감과 매콤새콤한 양념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는 마성의 맛이었다. 다대기도 준비되어 있었는데, 이것 또한 맛보지 않을 수 없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인 메뉴, 혼마구로와 밍크고래가 등장했다. 커다란 접시 위에 붉은빛 혼마구로와 뽀얀 밍크고래가 나란히 놓인 모습은, 그야말로 예술 작품을 연상케 했다.

혼마구로는 선명한 붉은색을 띠고 있었고, 마블링 또한 훌륭했다. 젓가락으로 조심스럽게 한 점을 집어 와사비를 살짝 얹어 입에 넣으니, 마치 눈처럼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 풍부한 지방의 고소함과 은은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김에 싸 먹을 필요도 없이, 와사비만 살짝 곁들여 먹는 것이 가장 맛있었다.
고래고기는 사실 처음 접해보는 음식이라 약간의 긴장감과 호기심을 동시에 느꼈다. 뽀얀 빛깔의 고래고기는 마치 잘 삶아진 수육처럼 부드러워 보였다. 우선 소금에 살짝 찍어 맛을 보았다. 예상과는 달리 전혀 비린 맛이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소고기처럼 묵직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이번에는 젓갈에 찍어 먹어보았다. 짭짤한 젓갈의 감칠맛이 고래고기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리는 듯했다. 고래고기는 부위별로 맛과 식감이 조금씩 달랐는데, 특히 등살과 지느러미 부위가 맛있었다. 밍크고래는 고래고기 입문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을 만큼 잡내가 없고 고소했다.
참치와 고래고기를 번갈아 가며 맛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기름진 참치와 담백한 고래고기의 조합은, 마치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듯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나는 고래고기에 조금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흔히 접할 수 없는 특별함과, 생각보다 훨씬 훌륭한 맛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손님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은 탓에 옆 테이블과의 대화 소리가 고스란히 들려왔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욱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혼자 오신 손님도 있었고, 연인끼리 오붓하게 데이트를 즐기는 커플도 있었다. 가족 단위 손님들도 눈에 띄었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외식하기에는 다소 시끄러운 분위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마구로와 밍크고래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밥 생각이 간절해졌다. 밥사리를 추가하여 오도로(참다랑어 뱃살) 한 점을 올려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짭짤한 밥과 고소한 오도로의 조합은, 최고의 마무리였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가게 문을 나섰다. 계산을 하면서 보니, 알바하시는 여성분이 굉장히 친절하셨다. 마지막까지 기분 좋은 미소로 응대해주셔서, 더욱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웃집”은 분명 가성비가 좋은 곳은 아니다. 1인당 10만원 정도의 예산을 잡아야 퀄리티 좋은 참치와 고래고기를 맛볼 수 있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고 다소 시끄러운 분위기 또한 단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단점을 감수하고서라도, 다시 방문하고 싶은 매력이 있는 곳이다. 특히 고래고기는 다른 곳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특별한 메뉴이기에, 그 가치가 더욱 크다고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자꾸만 고래고기 맛이 떠올랐다. 족발을 먹는 듯한 쫄깃함과, 소고기처럼 묵직한 풍미가 잊혀지지 않았다. 조만간 다시 방문하여, 이번에는 다른 부위의 고래고기도 맛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사상 맛집 “이웃집”은, 내게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준 곳이다. 부산에서 고래고기를 맛보고 싶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기를 추천한다. 단, 예약은 필수다!








